4dr Date : 2006/12/18
2006.12.18





일요일 아침.
자고 나니 눈세상이다. 그렇게 많이 온 눈은 아니었다.
산은 구름에 감추어져 있어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잠시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 일요일이지만 사무실에 왔다가 차를 끌고 나가는 것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역시 읍 밖으로 나갔다.
문척다리를 막 지나 차 안에서.







우회전해서 차를 세우고 좌우를 오가며 사진을 찍었다.
출발할 때 보다 날은 어두워졌고 다시 눈이 올 태세였다.
충분한 눈은 아니었지만 대략 눈과 거리가 먼 부산에서 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우리들로의 시작으로서는 충분한 눈이었다.







오산은 생각보다 눈이 쌓이질 않았다.
구름이 낮았던 모양이다. 오히려 읍내 지붕들에 쌓인 눈이 더 깊어 보인다.
기온이 따뜻한 것인지 눈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녹고 있었다.
저 소나무 위가 무겁도록 눈이 쌓일 날이 이 겨울에 있겠지.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눈 사이로 보리싹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즘 마음에 두고 자주 찾고 있는 문척 입구의 마을.
아직 정확한 마을 이름도 모른다. 그냥 '디스 이즈 시골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오산은 그렇게 위압적이지 않다. 마을의 집들은 오산을 향해 있는데 대부분 남향이다.







반대편 들로 시선을 돌리면 하늘이 좀 밝다.







흡족한 모양이다.
이런 날들이 곧 기적이고 그것은 선택과 결정의 문제였다.







죽연마을 쪽으로 차를 몰다가 한컷.







죽연마을을 성북동 비둘기 돌듯이 한바퀴 돌고 다시 문척에서 간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저 할머니들에겐 전혀 특별할 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우리들에겐 그렇지 않다. '뭐가 구례가 좋쏘?'







이 나무들이 모두 벗나무다. 쌍계사 십리벗꽃길은 이미 너무 유명하고
너무 많은 매체에 소개가 되었지만 이 길은, 우리가 가장 많이 나오는 광양 가는 구도로는
차와 사람이 없다. 내년 4월에 이 길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게될까.
여튼 알려지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만 즐길 것이다. 전용도로 개념으로.







가로수 왼편으로 강이다. 대숲은 충분하지 않고, 눈도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모든 것이 충분히 감사하다.







오른편엔 토금마을 초입의 사당이다.
익숙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던 풍경들을 만나는 것은
일종의 데자뷔와 같은 것이다.

















하동쪽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아랫쪽 하늘이 어두워서 방향을 돌렸다.
간이휴게소는 오랫 동안 닫혀 있고 다만 주차를 할 수 있을 뿐이다.
하루에 커피 몇 잔도 팔리지 않을 만큼 이 길은 한적한 것이다.
건너편 19번 국도는 유명하지만 강을 바라보는 지점은 이쪽 도로가 훨씬 탁월하다.












간전면 효곡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때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사진은 힘들었다. 눈발은 차창으로 달려왔고 앞의 사진도 사실은 그랬지만
눈은 카메라의 대부분의 빛을 잡아 먹어 버렸고 중간톤은 없어졌다.
구례에서 가장 땅값 싸고 힘든 동네 간전면을 지나칠 때면 항상 강원도의 풍광이 생각난다.

다시 광양에서 출발하는 고속도로 공사장 앞에서 차를 돌렸다.
계속 전진하면 길 끝이고 슬슬 돌아 올 길이 걱정될 정도로 눈은 내리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눈 속에서 가슴 속에서 끓어 오르는 소리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오겡끼데스까~
아, ㅅㅂ... 토시를 끼고 나왔네.






메아리만 들렸다.
그러나 다시 창자가 끊어져라, 오겡끼데스까~







이 정도면 통상 드라이브 코스보다 한코스는 더한 것인데 눈이 오는 김에
다시 토지면 오미리쪽을 바라고 계속 차를 몰았다.
디카족의, 특히 이런 지역에 사는 디카족의 문제는 도로교통법 무시하고 다리 가운데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 무식함이 있다.







강물의 색을 보면 하늘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오미리 들판 모습을 보고 싶었다.
구례에서 두번째로 넓은 들에 해당하지만 적당한 높이의 전망대가 없다.
그래 지난 가을 동안 이 들은 나의 카메라 세례로부터 자유로웠다.
들판 한 가운데 작은 대밭과 집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나에게
그 정경을 빼앗고 싶은 강력한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실례함돠. 집 좀 비워줄래욘?"







내금리 마을에서 작은 대밭을 뒤로 한 빈집을 보고 눈길 구례여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냥 생각없이 돌아다녔는데 2시간을 돌아다닌 모양이다.
구례, 읍과 7개면 드라이브와 디카여행 코스를 만들어야겠다.
흔히들 지리산만 팔아먹고자 하는데 도시에서만 살아 온 내 감각으로서는
오늘 돌아 본 코스들을 서울것들은 더 좋아할 것이다.
특별함 말고 평범함. 그러나 이미 사라져버린 그 평범함의 전형들.
넉넉히 휴식을 겸한 디카질 구례기행은 1박 2일이 적당할 것이다.







일을 했으니 밥을 먹어야지.
추운 날씨와 눈발은 청국장을 부른다. 몇 남은 마지막 배추잎을 투자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다.







사실 업무적 필요가 있었지만 미리 점지해 둔 오리탕을 먹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는 고백을 광주의 김모 선수에게 한다. 하지만 너의 말은
나에게 비수와 같은 상처를 줬다.

"오리탕 자주 먹나?"
"아뇨, 못 먹죠."
"왜?"
"다른 것 먹을게 많아서요."












생각보다 광주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오후 2시면 끝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4시 좀 넘어 출발할 수 있었다.
곡성에서 압록을 따라 들어오다가 해지는 압록강변은 결국 다시 나를
압록다리 중간에서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게 만들었다.
역시 이 지역 강 풍경은 압록이 제일이다.
차를 버리고 걸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한시간이 되지 않아 1GB 메모리는 넘칠 것이다.
하루 사이에 눈은 잔설로 변해 있었다.
눈이 완전히 쌓이는 날은 걸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 순간, 그 시간대에 내가 담아야 하는 풍경은 한두곳이 아니다.
할 수 없다. 10년 정도면 대략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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