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1/03
2007.1.3





어제 오후 사무실에서 집으로 내려 오는 길에 푸른 해질녘의
읍내를 보면서 무조건, 하염없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일년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 전에 이를테면 신년 드라이브를 나갔다.
국경을 넘어 하동으로 들어갔고 쌍계사 계곡을 타고 올라가
가보지 않았던 '의신마을'까지 올라갔다. 그 마을이 그 길의 끝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을 만한 날씨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옛사람들의 지리산기행문을 읽다보면
자주 만나는 의신마을을 첫 방문했다는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
쌍계사 입구에서도 10km, 외길로 더 올라가야 의신마을이다.
화개에서 도합 15km. 의신마을 4km 앞두고 매표소가 보인다.
올해부터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차를 세우고 매표소에 확인했다. 그러하단다. 전광판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사인문구가 흐르고 있었다. 입장료가 없어진 것은 과연 봉동리키친에
경제적으로 플러스 효과를 가지고 올까? 아니면 입장료 공짜 즐긴다고 기름값이 더 들까?
쌍계사 뒷켠 불일폭포 인근이 최치원이 이르는 청학동이라는 오랜 학설 탓인지
조선시대 선비들은 의신마을 쪽을 지리산행의 주요한 방문지로 삼는 듯 했다.
물론 '하동의 아전들이 술과 안주, 기생들을 보내주었다.'는 등의 표현이
귀에 씹히지만 시절이 시절이었던지라.
여튼 차로 손 쉽게 오르면서도 '참 골짜기다'라고 언화와 주거니 받거니 할 만한
깊은 산 속 마을이었다. 이 길을 관노들이 나귀에 식량과 술과 안주, 기생들을
태우고 밤길을 재촉했을 것이다. ㅅㅂ놈들 산행 왔으면 산이나 타지
낮 밤으로 타는 것이 꼭 그리도 달라야 한단 말인가.
의신마을과 계곡 사진은 봄으로 유보했다.
눈이 오면 이 길은 운전이 힘들 것 같다.
여튼 계곡 하나를 사이로 하고 말도 정서도 이렇듯 다르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다시 남도대교를 건너 강을 따라 해 지는 섬진강을 따라 구례로 올라왔다.
이 모든 길들과 산과 강이, 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움추린듯 보이지만
오늘 장에는 이미 많은 나물거리들이 나와 있다.
"이건 뭔 나물입니까?"
"밭나물이여."
"데쳐서 나물 무칩니까?"
"하이고 아녀, 된장 버무려 국 끓여먹어. 이건 국꺼리여."
"얼맙니까?"
"이처넌. 냉이도 좀 넣어줄텐께 국 끓일 때 넣어 먹어."
나물을 받고 장에서 가장 어려 보이는 시금치 한바구니와 굴을 한봉지 샀다.
지난 장이 한산했는데 오늘 장은 번잡하다. 모두들 지난 장을 건너고 찬이 떨어진 것이지.
이곳에서 어떤 텃세도 느끼지 못했다.
이곳 사람들은 친절하고 웃음에 박하지 않고 뭘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내 시금치도 한번 봐 주지." 하는 정도다.
장터 한쪽에서 꼬막 장사가 숯불에 꼬막을 구워 지나가는 사람들이 맛보게 한다.
맛보면 인정상 사주어얄 것 같아서 언화가 먹어보려는 것을 말렸다.
내가 차릴 예의를 생각하니 옆 사람에게 박하다.
이 겨울, 며칠째 여전히 흐리고 안개 자욱하지만 어제 오늘 나는 이곳의 힘을 느낀다.
겨우 세 계절 넘기면서 이곳을 논할 것이 아니다.
나는 아직, 가장 아름답다는 이곳의 4월을 보지 못했고
이곳의 사람들을 모른다. 하지만 이 땅을 믿고 사람들을 믿는다.
그리고 감사하다. 우리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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