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1/16
2007.1.16





지난 글에 등장했던 손님들이 수요일에 구례를 떠나고 다음날
광주에서 들이닥친 손님들이 갑작스럽게 한나절 있다가 돌아갔다.
그리고 하루를 쉬고 토요일 점심 무렵에 H군 일행 4人이 당도했다.
연초부터 사람들이 찾고 있는 봉동리 풍경이고 나는 연말까지 끝내지
못한 일들을 틈틈히 정리하고 마감한다고 나름으로 분주했다.
H군 일행과 언화의 오山 산행은 함께 하지 못했다.
연초부터 허리가 좀 삐긋했고 이상없다와 이상하다를 미세하게 반복하고
있는 몸 상태를 핑계 삼았지만 그들이 등반을 한 두어시간 좀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사무실에서 지리산닷컴의 DB요소 마지막 파일을 완료하고 있었다.
shery에게 파일을 넘기고 다시 오산으로 일행들을 데리러 간 시간은 그들의
하산 시간과 딱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아침에 나는 부산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예정했던 것 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구례를 출발했다.
혼자 가는 부산길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조카들과 영후에 대한 카운셀링과
제작이 마무리된 어느 사이트의 오픈을 앞 두고 담당자 교육을 시키기 위한
부산길이었다고 정리하겠지만.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서 나는 어느 때와 다르게 운전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조영남 다리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냥 다리를 건너지 않고 광양쪽 구도를 따라 내려갔다. 초행길이다.
어차피 이 길이 하동읍 초입의 다리로 이어질 것이란 것은 알기에 급하지 않은
부산길이니 그렇게 다시 어느 길인가를 들어섰다.
스산한 절경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았다.
바닥을 드러낸 강의 모래톱은 아주 넓었고 마을들은 옹기종기했지만 외로워 보였다.

큰조카 녀석과 점심을 하고 해운대 달맞이 고개로 이동했다.
라비올리는 대학시절 대연동에 위치하고 있을 때부터 자주 찾던 파스타 전문점이지만
해운대로 옮긴 이후 주인장은 요리를 하지 않고 음식은 형편없어졌고 장사는 더 잘되는 듯 하다.
두어시간 가까이 조카와 이야기를 했다. 정확하게는 간만에 내가 주로 이야기했다.
진로와 관계한 주제들이었는데 나와 연관 있는 영역이라 이런 저런 현실과 가능성에
대해 긴 이야기를 했다. 형수가 옆에 있었다면 만족했을지 오히려 불안스러워 했을지
판가름하기 힘든 내용의 이야기들을 했는데 어차피 내용에 대한 소화력을 신뢰한다는
전제에서 그리했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이런 독대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은 크게 들리고 불리한 내용은 작게 들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보다 분명한 것은 말이건 글이건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운명론자에 가까울 것이다.
언젠가부터 상대방이 주장하고 설득하려는 어조의 대화를 걸어오면
도통 뭔 말인지 들리질 않는다. 그리고 내가 타인에게 하는 소리도 같은 효과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세상에서 유효한 말이란 것은 대략 10종 정도면 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먹자, 맛있다, 자자, 하자, 가자, 결재해 주세요...

해질 무렵에 본가로 돌아와서 다시 작은조카 녀석까지 태우고 영후를 데리러 다시 나갔다.
영후는 지난 금요일에 제 혼자 서울 친구네 방문하고 막 부산에 도착한 직후였다.
장정일 삼국지 전권을 전달했지만 아이들의 관심사는 역시 저녁 메뉴가 뭐냐란 것이었다.
이제 패밀리레스토랑의 허망함에 대해 이해하는 아해들이라 북적해뵈고 주차장 넓어 보이는
감자탕 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해운대로 이동했다. 밤의 해운대는 낮보다 차가 밀리지 않았다.
구례-부산 왕복 400km 기름 보다 부산 시내에서의 주행이 더 많은 기름을 잡아 먹는다는
사실을 눈금으로 확인했다.
막상 영후와는 거의 이야기하지 못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뭐 다음에 하지 뭐.
사람 없는 달맞이 고개 까페에서의 간만의 해운대 야경은 볼만했다.
돌아오는 길에 본가의 두 여인을 위해 족발을 하나 포장했다.







월요일 일정을 끝내고 나니 오후 1시 무렵.
천천히 부산을 빠져나왔다. 황령산 터널과 동서도시고속을 지나 남해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앞에 컨테이너 트레일러 하나 배치하고 기계적인 시속 100km의 멍한
머리로 구례로 올라온다.
하동에서 다시 잠시 갈등하다가 부산길에 내려왔던 861번 지방도로 차를 올렸다.
해가 지기 전이라 얕은 강물은 빛나고 있었고 조만간 카메라를 챙겨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10끼 정도를 외식했다. 어떤 산해진미도 집에서 해 먹는 밥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어떤 깊은 내공의 식당도 정도의 차이만 있지 조미료를 사용하고
반복된 외식에서 혓바닥은 얼얼하고 밥맛은 없어진다.
오늘은 여튼 내 손으로 담근 저 3종 김치셋트만으로 집밥을 먹어야겠다.
작년에 끝내어야 했던 일을 며칠 전에 완료했으니 좀 나른하고 한가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또 이런 저런 부탁을 받아 둔 터이고 미루어 두고 있었다.
다음주가 되면 어쩌면 서울행을 할 것이고 어쩌면 손님이 있을 것이다.
다음 주가 1월 마지막이네. 그렇게 1월이 갈 모양이다.


4dr@naver.com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