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7





드문 일이지만 점심을 둘이서 광의면 곰탕집에서 해결했다.
좀 늦게 눈을 뜨자마자 바로 배가 고팠다.
창을 열고 산을 보았을 때 흰눈이 명확해서 카메라를 들고 사무실로 올라왔지만
올라오는 길에 하늘은 흐렸고 산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길 등등해서 며칠 제대로 나가지 못했으니 오늘은 어딘가로 나가야할 것이다.
드문 점심 외식은 그런 장정을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자는 것이 대략의 컨셉이었지만 나는 지난번 부산길에
이 길을 따라 하동을 관통했었다. 사진의 장소는 광양시에 속하는 섬진강 하구 나루터이지만
정서적으로 이곳을 그냥 하동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마치 구례구역이 구례인 듯 하지만
순천시에 속하는 것과 같은 금긋기 놀이와는 무관한 마음 속의 지도는 그렇다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면 하동이다.
15km 이상 북쪽으로 새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이곳 다리가 번성했을 것이다.
여전히 강을 사이에 두고 하동은 경남, 광양은 전남이지만, 검문소도 작동을 하지만,
이곳은 섬진강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하동쪽에서 올라온다면 광양쪽 이정표를 보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북쪽으로 이어지는 초라한 도로, 861번 지방도를 달릴 것이다.
861번 지방도는 아름답다. 셔터타이밍은 내려오는 방향보다는 올라가는 방향이 강을 끼고
이어지고 주차하기도 용이하다.
'한국적'이라는 표현이 대부분의 경우 참 관변적이고 사용하기 식상한 면이 있지만
861번 지방도는 한국적인 강풍경과 인근 마을들의 소담함으로 '한국적'이란 표현에 적합한 코스다.
이틀째 차 안에서는 신중현의 Body&Feel 앨범이 반복되고 있다.
한마디로 명반이고 신중현과 861번 지방도는 같은 맛이다.
같은 아름다움이고 같은 질박함이고 같은 세련됨이다.
궁상각치우 기반의 전자기타와 어쿠스틱, 의외로 많이 배치된 현악기 음,
삭을 대로 삭은 신중현의 퇴색한 보이스에 861번 지방도를 헌정하고 싶다.







861번에서 이어지는 구례까지의 도로는 우리가 가장 자주 나오는 드라이브 길이지만
의외로 사진으로 소개한 컷은 드물다. 오늘도 861번이 끝나는 조영남다리까지가
대부분의 사진을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4월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구례에서 내려오다보면 이 도로는 조영남다리까지 벗꽃길이다.
다리를 지나면 광양시 이정표가 나오고 이곳까지 매화나무가 지천이다.
광양과 하동을 잇는 다리 아래 매화농원엔 이미 매화꽃 망울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고
한달여 기다리면 이 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매화꽃과 벗꽃잎이 휘날리는 환상의 도로 이전, 퇴색한 이곳의 헐벗은 모습이
신중현에 가까울 것이다.







하동쪽은 섬진강 하구에 해당하고 강은 넓고 겨울 모래톱은 바닷가 백사장을
연상할 만큼 넓이를 드러낸다. 이것이 겨울 강의 맛일 것이다.
강변으로 심어진 대숲과 모래톱에 눈이 쌓여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니다.







구례방면으로 북상하면 보이는 서편의 백운산일 것이다.
이곳에서 동편의 지리산 주봉들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오후부터의 약한 비와 눈발은 산 위로 흰색을 만들어 놓았다.







구례쪽의 강보다 확연하게 넓은 강폭이다.
이 도로의 오른편은 강과 건너편의 하동쪽 19번 국도가 되고 나타나지 않은
왼편으로 작은 마을들이 강과 지리산 끝자락을 마주하고 이어진다.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그 바닥의 풀들은 남쪽을 향하고 있다.
물결의 모습일 것이다.







넘실거리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섬진강도 장관이지만
겨울강의 앙상한 몸매를 보는 것 또한 이곳에 사는 큰 기쁨이다.
언화 曰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다."






















강을 따라 오르는 동안 하늘은 계속 변하고 북쪽으로 오를 수록 지리산자락은
가까워지고 구름은 노고단 즈음과 시비하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곳의 사진과 다를 바가 뭐냐고 하겠지만
이곳에 사는 우리들 눈에 하동쪽과 구례쪽의 풍광은 확연히 다르다.
나무도 다르고 풀도 다르다. 길의 느낌도 다르다.







861번 지방도의 전형은 아마도 이 모습일 것이다.
하동쪽을 향해 찍은 사진이다.
봄이 오면 강변 종주도 한번 고려해 볼만한 코스일 것이다.







얼었던 강이 풀려 물과 모래가 만나는 지점이 짙어졌지만 바람이 많고 쌀쌀한 날씨다.







굽어 돌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오르다보면 강폭은 좁아지고
풍경은 좀 더 다가온다. 차 안의 신중현은 볼륨 24에서 폭발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런 길의 평범한 모습이 가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는 듯 하다.
오를수록 인적은 드물고 차도 드물어진다.

















건너편 19번 국도 넘어 탁하지만 지리산은 점점 그 모습을 구체화한다.
건너편은 아마도 악양들 즈음인 듯 하다.







이제 861번은 종착점을 앞두고 있다.
대략 2km 정도 올라가면 조영남 다리가 나올 것이다.







조영남다리를 지났다. 이제 우리가 가장 자주 나오는 도로와 만난다.
역시 우리 눈엔 길의 표정과 주변의 풍광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 길은 역시 거의 차가 다니지 않는다.
매화나무는 벗나무고 교체되고 강은 좁아지고 산은 가까워진다.







구례로 거의 진입하기 전에 문척의 길 어느 외딴집에서 죽염을 만든다고
불을 지피고 있다. 연기가 선연하고 불꽃의 red는 피빛이었는데...







읍내로 들어왔다.
노고단 방면은 확연하게 구름과 겨루는 중이었고
아마도 흰눈이 점령하고 있을 것이다.
861번 지방도에서 구례로 이어지는 도로의 오늘 모습은 그랬고
별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차 안에서는 신중현의 861번스러운
목소리와 기타가 계속될 것이다.
내 아내가 금년으로 마흔이 되었다.
신중현에게 861번 지방도를 헌정하고, 마흔이 된 그녀에게는
861번과 신중현의 목소리를 빌린 이 포스팅을 한송이 꽃이라 생각하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 꺽어 드린다.
나는 오래전부터 헌화가獻花歌의 그 노인이고 싶었단 소릴 덧붙인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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