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4


부산가는 언화를 하동까지 바래다 주었다.
돌아오는 길은 혼자였다.







861번 타고 내려 올 때 봐 두었던 섬진강 머시기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일요일이건만 하동시민도, 광양시민도, 그 누구도 이 넓은 체육공원에 없었다.
1km는 분명히 넘는 강변에서 낚시하는 딱 두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적막하지만 날씨는 따뜻했고 담배 한대 피울 정도의 시간만 머물렀다.







강변의 일부는 키보다 높은 억새인지 뭔지 모를 머시기들이 자라 있었고
하동방면 19번 국도쪽으로 차가 간간히 지나칠 뿐이었다.
그래, 오늘의 컨셉은 '혼자'구나.
참 익숙하지 않은 모드이다.







중간에 다시 멈추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급히 갈 일도 없고 하동터미널에서 먹은
붕어빵 탓인지 배도 고프지 않다.
일상으로 사람들은, 나 역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냥 그렇게 하루 하루가 가고 있고 그렇게 밥 먹고 그렇게 놀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가?
나는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아주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에서 나는 사무실에서 거의 혼자 시간을 보낸다.
작업하고 덧글 달고 사진 정리하고 이곳에 글을 쓰고.
간혹 오는 손님들은 심심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심심하지 않다.
시간은 너무 빨리 가고 오늘도 하동가는 길에 차 속에서
"아, 시간아 빨리 가라! 이 길에 매화꽃 좀 보자!"
라고 했다가 급히 취소했다.
"아, 아니다. 시간아 천천히 가라."
어차피 이 길에 매화는 필 것인데 내가 서두를 이유가 없다.
틀림없이 지나간 시간 보다 남은 시간이 적을 것인데 재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생이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 혼자 있어본 경험이 없는 듯 하다.
나 스스로 그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잠시, 몇 시간, 일주일, 한달만... 이런 식의 혼자 있는 시간은
원할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런 시간을 강하게 갈구한 적은 없는 듯 하다.
항상 사람들 속에 있었고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
집으로 손님을 청하는 것을 즐기는 내 버릇 또한 그런 나의 속성과
연관이 깊을 것이다.
휘릭 새들이 날아가길래 당기고 눌렀지만 역시 무리데스.







어디를 가는 것이냐. 먼길 가는 것이냐, 먼길 온 것이냐.
여튼 겨울은 이 마을에서 보낼 모양이구나.
오다보니 얼룩무늬 입은 아저씨들 간혹 보였는데 목숨은 부지해라.
지난 주 토요일에 본 기막힌 자연 다큐멘터리 생각이 난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철새의 모습을 카메라는 담고 있었는데
나레이션은 대략 이랬다.
"산 정상을 넘기 전, 새의 날개짓 한번은 곧 투쟁이다."
느린 화면으로 역동적인 날개짓을 잡아서 보여주었는데
그 고통이 느껴졌다. 투쟁이란 표현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히말라야 독수리는 그 와중에 더 높은 곳에서 산맥을 넘는 지친 날개들을
노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다큐멘터리였다.







위의 사진 몇 장은 섬진마을에서 찍은 것이다.
오리 압鴨. 외압?
여튼 예쁜 강변마을이다. 한달여 있다보면 이 마을은
매화꽃이 지천일 것이다. 길가의 매실 농장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 차로 붐빌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떠날 것이고 나는 계속 머물 것이다.
나와 그들의 차이는 그것이다.







며칠 전에 찍은 지점 보다 조금 더 위로 올라와서 한컷 더 찍었다.
이 포커스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전형의 핵심은 바로 저 나무일 것이다.
비 그친 오후라면 나무는 싱그럽고 길은 빛날 것이다.

천천히 구례로 올라왔다.
적당한 점심을 먹어얄 것이고
언제나 일요일은 사무실을 나가지 않고 TV나 낮잠, 드라이브를 즐겼지만
오늘은 잘 모르겠다.
나 혼자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상은 지속할 수 있는 아주 습관적이고 쉬운 것이지만
혼자일 때 일상은 낯설고 귀찮기까지 하다.
오늘 오후, 그리고 오늘 밤. 나는 뭘 하지.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읍내 산책을 하기로 했다.
뭔가 다리를 좀 움직이고 싶었다.
옥상에서 뻥튀기 할아버지를 도촬했다.
언제까지 골목의 '펑' 소리는 울려퍼질까.
몇년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그 소리가 좋다.







아이들은 옥상에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원래 사람 없는 곳이지만 오늘 따라 더 보이질 않는다.







장거리 못가서 잠시 멈추었다.
나는 가야 할 방향이 없었다.
이곳에 내려 온 이후 종종 방향 없는 산책이나 드라이브를 한다.
그것은 한가함이고 나른함이고 편안함이다.
목에 카메라를 맨 남자는 이런 경우 대략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 정도 더 각오해야 한다.
간혹 지나가기에 더 그렇다.







산은 희뿌연한 것이 황사인 듯도 하고 그냥 흐린 것 같기도 하다.
따뜻한 기온 탓에 만행이 즐거웠다.
살짝 땀까지 나는 것이다.







완강하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완강함이 매력적이지 않다.

어제 문수골 마을안내도 뒷면의 문구를 만들면서 시간을 제법 보내었다.
이를테면 마을을 빠져 나갈 때 보이는 '안녕히 가십시요' 라는
기존 문구를 다시 제작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냥 '안녕'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에 살았던 내가 간혹 이곳을 방문했다가 돌아갈 때의 기분을
상상했다. 그것은 무엇이었지? 다시 오고 싶은데 살 수는 없는 일이고.
내일 주민회의에서 결정할 것인데 여운이 많았던 몇 줄의 문장이
소용되면 좋겠다.







읍내에는 중장비가 많다.
이곳 것 뿐만 아니라 인근 소도시에서 온 것들도 오늘은 쉬는 모양이다.
작은 건설회사가 몇 개는 있는 모양이다.
지방도 공사에 주로 동원되는 듯 하다.
1986년에 포크레인에 매료되어 저것을 훔칠 수 없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설치미술을 주로 했던 당시에 포크레인은 아주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오브제였다.
시간이 흐르고 난 후 포크레인은 포크레인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는 김춘수의 말은 맞다.
나에게 의미 있을 때 사물은 생명력을 가진다.
지금 보고 있는 몇 장의 읍내 사진이 나에게는 그 조차 아름다운
이유 또한 그것일 것이다.







순천 호박나이트클럽이 구례 담벼락을 모두 점령한 듯 하다.
한두장은 웃음으로 보다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구례를 도배한
호박나이트클럽. 뭔가 행정적인 조치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구례 군수가 순천 시장 호박을 깬다거나 뭐 그런...







간혹 또는 우연히 귀에 들리는 뉴스에서 서울의 부동산 가격 이야기를
듣다보면 예나 지금이나 나에겐 비현실이다.
나의 부동산적인 감각은 이런 집의 상태를 살펴보거나
'읍내의 이런 집은 가격이 어떻게 될까' 하는 가늠, 개조 가능한가,
허물고 다시 지어야는가... 따위다. 따위?







아, 목화식당.
고민이다. 목화식당의 내장탕 맛이 변했다.
이해하기 힘들고 인정하기도 힘들다.
일하는 아주머니와 남자 한분이 어느날부터 보이질 않는다.
그 변화 후 첫 아침식사에서 너무 많이 변한 맛에 놀랐다.
며칠 전에 두번째 방문했는데 그때 보다는 맛이 나아졌지만
예전 맛 팔할에 미치지 못한다.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얄까.
아주머니에게 물어볼까.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지난 가을, 주인 아주머니 관광 갔을 때 남아서 일하던
지금은 보이지 않는 아주머니의 불평은 들었지만 이렇게
팀웍이 깨져야 할 상황이란 말인가.







봉성산을 오르려다 날씨가 좋지 않아 그냥 접었다.
KT 앞의 이 낡은 기와집은 매력적이지만 지금 사는 사람들이
집에 애착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사람이나 개나 물건이나 집이나, 사랑받는 존재는 표시가 난다.







읍내는 여전히 공사중이다.
큰 길은 대략 끝난 것 같고 이제 아주 작은 골목들까지 들쑤시고 있다.
이 공사 때문에 퇴근길에 나는 두어번 골목을 꺽고, 접고 해서
힘들게 돌아오는 요즘이다. 매일 공사 현장이 바뀌다보니 그렇다.
내 손님들의 리조텔 명지장 앞은 대략 보아하니 3일 정도 저 상태겠다.
오폐수관 교체작업인데 정말 읍내 모든 관을 교체할 모양이다.







집을 나서 대략 읍내를 ㅁ자 모양으로 돌았다.
말 그대로 할 일 없이 걸어 다녔다.
이제 뭘 하지. 사진을 넣고 저녁을 먹고
아, 그 전에 TV편성표를 확인하고 오늘 밤의 바이블을 확인해야지.
맨체스터 게임이 새벽 1시니까 그 전 까지 잠들지 않을 뭔가
대책이 있어얀다.
8시, 케이비에스 스페셜 보고
9시에 이 글 쓰기 시작하고
10시가 문제네...
오씨엔, 브리짓존스의 일기 두번째 이야기 또는
엠비씨이에스피엔 미들스브로 vs 아스날 재방송
아니면 EBS 스페이스 공감, 오늘 공연은 징필순인데... 이게 모두 열시다.
12시에서 1시 사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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