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2/11
2007.2.11


금요일에 영후가 왔고 일요일 점심 지나 하동까지 바래다 주었다.
하동까지 바래다 주기 시작한 처음은 하동에서 오래 정차하는 버스의
지루함을 달래고, 아이의 혼자 장거리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었지만
요즘은 돌아오는 길의 861번 지방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토요일에도 길을 나섰지만 일요일인 오늘과는 달랐다.
비와 구름이 대세였고 오후부터 길은 좀 추워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길은 마치 연극을 하는 듯 완연히 다른 것이었다.
영후가 출발하고 올라오는 길은 겨울이 끝났다는 성급한 선언을 한 것 처럼
가히 '혁명적'인 기운이 진동했다.
나무와 산과 강은 그대로 겨울 모습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화나무 가지의
색깔은 확연히 붉은 기운이 강했고 빛났고 활개를 펴고 있는 듯 했다.
길가와 인근 농장으로 일하러 나온 농부들이 많았고
땅을 깨우고 과실수를 깨우고 농부 스스로 깨어나기 시작한 듯 활기가 넘쳤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지난 밤과 새벽이 추웠고 이 한낮은 살짝 땀이 날
지경이었고 어제부터 바람이 드세고 얼굴에 닿는 바람의 결은 다르다.
무식한 먹물의 눈에도 모든 땅과 나무와 산과 강의 외피를 벗겨내면 잠복 중인
봄이 일제히 지지배배, 이구동성으로 합창을 할 것 같은 태세다.
한 두번 추위가 찾아온다고 해도 이미 박차고 일어설 이 기운을 잠재우기란 힘든 노릇일 것 같다.
그래 운전 중에도 나는 연신 이 광경과 기운이 경이롭고 불가사의하다.
우리만 모르게 다시 지리산과 섬진강은 농부들과 일제히 깨어날 시간을
정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심히 드는 것이다.
도대체 그것을 결정하는 회의시간을 왜 우리에게만 알려주지 않는 것인가.
섬진마을 강 포구에 잠시 차를 부리고 강변을 감상했다.
언화는 들뜨고 봄의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다.







뚝방길 옆으로 길을 내는 조짐이 보인다.
흙은 부드러웠고 물은 차갑다. 겨우내 차가운 기운의 끝자락은 밀려 오는 온기의
접점에서 마지막 냉기로 버티는 듯, 강은 靑에 가까운 짙은 에메랄드 빛이다.
도시에서도 계절은 명확했지만 이렇듯 섬세하게 자신의 시간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구례에서 맞이할 첫 봄.
시시각각 그 변화의 순간을, 모든 장소에서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의 하나라도 놓칠세라 마음은 이미 조급하다.
깜짝할 순간에 꽃은 피고 질 것이며, 새순이 돋아날 것이다.

"언제가 제일 좋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4월이 최고제."

매화로 시작할 이곳의 봄, 그리고 그 유명한 '4월의 구례'가 코 앞이다.
조만간 내 입에서 발설 될 '오매 환장하것네' 하는 외마디 감탄사가 환청인 듯 들린다.
모든 감각기관을 활짝 열어 두고 준비할 일이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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