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24


오후에 산동면 산수유마을을 찾아 나섰다.
처음 찾는 것이고 꽃이 아직 피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꽃이 피기 전의 산수유마을을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산수유마을이 어딘지 모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인호형이 사무실에 온 김에 매화, 산수유 피는 시기를 물었다.

"그러니까 산수유 사진 찍는 FM 장소가 어디요?"
"지리산 온천 지나 쩌어거로 올라가면 되야."
"...(쩌어거)..."

그래 그냥 대략 어림짐작으로 차를 몰았다.







지리산온천 지나 계속 전진하다가 왼편으로 꺽어 들면 상위, 하위, 월계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상, 중, 하로 마을 이름이 시작되면 이제 구례주유 경험이 좀 있는지라 대략 감이 온다.
도로는 아랫말에서 윗말까지 돌아서 다시 내리막으로 월계마을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상위마을 도로 꼭대기에 정자가 하나 있다. 이를테면 '여기서 사진 찍어라' 하는 곳인 듯 하다.
마을 입구부터 분주하고 이미 관광버스 몇 대가 보인다. 민박집이 지천이고
마을도 포실해 보인다. 전국 산수유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 하는 마을이니 부족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꽃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조짐이 빠르다.
오늘 올라오지 않았다면 허를 찔렸을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보이는 전체가 2주일 안에 노란색 산수유에 의해 점령 당할 것이다.
오르는 길과 올라와서 내려다 본 산수유나무의 분포도로 봐서 양으로 승부하는 꽃은
이곳일 것 같다. 산수유나무 자체가 워낙 많은 꽃을 품고 있었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자리 잡은 상위, 하위, 월계마을의 윗단은 보기 좋은 계단 논이다.
바로 위 산으로 올라가면 제법 볼만한 전망을 확보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 물어봐얄 것 같다. "거시기로 가." 라고 할 공산이 높지만.
날씨는 뿌연 대기가 제법 많았지만 맑은 편이고 내려다 보는 산수유마을은 아늑하고 예쁘다.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참 작은 고장인데
돌아다니다보면 여전히 새롭고 가보지 않은 마을이 너무 많다.
마을은 제 각각의 표정을 가지고 있고 제 각각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래 볼 때 마다 도대체 어느 마을에 자리를 잡아얄지 갈등스럽지만
한편 생각하면 가장 좋은 곳에 자리 잡는 것은 그다지 권할 만한 선택은 아닌 듯 하다.
가장 좋은 곳에 머물면 그 마을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마실 다니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미 지리산과 섬진강을 벗어난 여행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지리산의 15개 등산 코스를 제대로 계절별로 음미하려면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다.
시간 많다고 하지만 막상 계절 따지고 날씨 따지고 사람들 피하는 시간 따지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다.







뭔 날인지 산동에 들어서자 유난히도 마을 아줌마, 아저씨들이 이동이 많다.
봄은 완연하다.







말 그대로 탐색하러 온 길이니 대략 지리적 정보를 취하고 내려왔다.
이미 카메라를 어깨에 둘러 맨 선수들이 몇 보였다.
월계마을로 들어섰다. 지나치다가 돌아서 다시 올라왔다.
마을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집집마다 안팍으로 산수유나무가 유난하고
오래된 산수유나무들은 귀태도 난다.







멀리서 희뿌연 색들은 모두 산수유가지에 서서히 조짐을 보이는 꽃들의 총합이었다.
이른 나무는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돌아와서 구례군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산수유축제가 임박했다.


<제9회 구례산수유꽃 가요왕>선발 예심
▶ 예심일시 : 2007. 3 . 9(금) 14:00
- 리허설 : 2007. 3. 16(금) 16:00~17:00, 지리산온천 특설무대
- 본선 : 2007. 3. 16(금) 19:00~21:00, 지리산온천 특설무대
▶ 예심장소 : 산동면 지리산온천 신관
▶ 진행 : 광주 MBC
▶ 접수기한 : 2007. 3. 8(목) 14:00


결국 3월 16일을 산수유꽃의 절정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3주일 정도 매화와 산수유를 점검하려면 숨이 차겠다. 기름값도 제법 깨지겠다.
매화는 남쪽 광양쪽 섬진강이고 산수유는 남원쪽으로 인접한 구례군 최북단이다.
더구나 중간에 쌍계사와 화개쪽 차밭의 변화와 매화도 점검을 해얀다.
아침과 해질무렵, 때로 역광이 좋은 오후에 사진을 찍을 것이고
인산인해를 피해야 하니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신이여 저에게 왜 이리 가혹한 형벌을 내리시나이까.
잘생긴 것도 죄가 됩니까.
여튼간에... 산수유꽃 가요왕에 출전해얄지도 고민스럽다.
나는 자랑스럽고 용맹한 구례군민이 아닌가.
RATM스타일의 하드코어랩이 가요제에서 먹혀들지 좀 고민해 봐야겠다.







잠시 주차하고 월계마을을 걸었다.
이런 경우 노인들이 우리를 관찰한다.
그러면 무조건 "안녕하세요!" 하면 되는 것이다.
노인들도 목례로 답하고 웃으며 지나친다.
인사하지 않으면 끝까지 원거리에서 미행당하곤 한다.
시골 마을 탐방에서 "안녕하세요!"는 원활한 산책을 위한 필수 언어다.
호기심 많은 노인이 있어 간혹 "뉘 집 아들인고?" 하면,
"마을이 예쁘서 구경왔습니다." 하면 무사통과다.

무사히 산수유마을도 찾았고 생각보다 이른 조짐도 포착했고
경관도 수려하다. 이제 시간 챙기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섬진강 도보 종주를 해얄 것 같은데 두번으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매화와 산수유를 격일로 체크하고 보내고 나면 4월에 벚꽃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면 섬진강과 쌍계사에서 의신마을까지 중뿔나게 돌아다녀야 할 것이고
꽃 보다 좋아하는 신록이 시작될 것이다.
4월과 5월은 그렇게 신록으로 보낼 것이고
산불 때문에 차단했다 풀려날 지리산은 철쭉으로 시작할 것이다.
바래봉쪽과 세석쪽을 적어도 두어차례는 종주해얄 것이다.
그 길에 연하선경을 감상할 것이고 한번은 불일폭포쪽으로 신록을 감상하며 하산할 것이다.
노고단 KBS쪽으로 내려 오는 왕시루봉 종주 하산길은 차단되어 있는데 이것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불법 말고 어떤 방법이 있는가? 좀 시간은 있다. 왕시루봉 억새와 섬진강 조망은 가을이다.







차를 세워 둔 곳으로 걸어올라왔다.
태극기. 경로당. 마을회관.
이곳에서 만나는 태극기는 짜증스럽지 않다.
점점 무정부주의적 경향으로 이동하는 나에게 태극기는 향수 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깃발은 나에게 새로이, '구례주의자'의 표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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