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5


금요일부터 비는 내렸고 그 양도 적지 않았다.
마을에는 이미 이 비 내리고 나면 추워질 것이란 소문이 자자했다.
마을 텃밭의 움직임은 또 약속이나 한 듯 멈추었고
그렇게 오는 비를 맞이하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손님이 예정되어 있어 광양쪽 꽃놀이 욕심에
비가 그만하기를 바랬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







토요일 오후에 재첩국수 한 그릇 마시고 광양쪽으로 향했지만 하늘은 흐렸다.
꽃은 빛이 나오지 않을 때 그 화사함을 잃어버린다.
꽃잎은 흰색이 아니라 반투명하기 때문에 그렇다. 꽃잎은 빛의 색이다.
청매실농원입구는 닭장차 한대가 주차중이었고 교통정리 중이었다.
차량은 이곳 기준으로는 넘쳐났고 매화가 흐드러진 길가엔 대책없는 주차와
예술사진 찍는 인민들의 행렬로 때로 장사진이었다.
날씨 탓하며 아쉬워한 것은 나였지만 그 사람들이야 주말 나들이 나와서
만발한 꽃나무 아래서 즐거웠을 것이다. 차 안에서 반팔을 입고 있었다.
토요일 구례 낮기온은 19도였다.







사람들 피하다보니 매화가 아직은 아랫말 보다 못한 윗쪽의 어느 농원 인근에 잠시 주차했다.
나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매화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었고 토요일은 햇볕 가망이 없어
사실 사진을 찍을 의욕은 그다지 없었다. 어차피 주말이라 개인적인 매화의 절정은 다음주 평일로
미루어둔 탓에 조급하진 않았다.







일요일 점심 무렵엔 문수골 형네를 잠시 방문했다.
유람단이 들고 온 견물생심을 자극할 물건 하나를 형에게 구경시킬 작정이었다.
i station PMP 였는데 나도 진작부터 기다리던 물건이다. 이제 어디 노트북 들고
며칠 여행 떠나긴 불편하지 않은가.
잘 나가는 기계 보여주고 우리 또한 기묘한 약통을 구경했다.

"이게 뭔 약이요?"
"어..."
"유기농 비아그라요?"
"...구충제..."

의심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일단 대화는 그 즈음에서 멈추었다.







월요일 늦은 아침 출근길이 매섭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어제 비에 흠뻑 젖은 옷이 완전히 마르지도 않았다.
이 추위가 가고 나면 겨울 동안의 내 외피를 벗을 생각이었다.
그 계획에 걸맞게 날씨는 아주 매서웠다.
어찌 이리 하룻밤 사이에 변한단 말인가.
어제 지리산형수는 이 비바람이 그치면 매화 꽃잎이 모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겁이 났다. 절정의 순간을 기다리고 사진 포인터를 미루고 미루었는데
꽃잎이 모두 떨어지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하루 종일 바람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불었고 정말 매화 꽃잎은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것 같았다.
나 혼자 매화의 절정을 다음주로 잡고 있었지만 하늘이 하는 일은,
"그게 어디 니 마음대로 되것냐" 였다.
문척 다리 건너 강변을 달리다가 언화에게 물었다.
"저 산에 눈이냐, 반사된 거냐?"







두껍지만 이동이 빠른 구름들이 쉼 없이 움직이는 터라 역시 빛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차가 휘청일 정도로 바람은 몰아대었고 대숲은 모로 누워 땅과 맞닿을 듯 했다.
사진을 찍기 힘들었다. 몸도 가누기 힘든데 포코스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꽃잎은 정말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제 조바심이 난다. 오늘도 사진 찍기엔 참 힘들 날씨고 내일부터는 영하로 내려가는데
꽃잎은 격감하고 도보는 힘든 날씨다. 자꾸 차를 세웠지만 별로 건질 것이 없었다.







이 지점에서 산이 저렇게 맑게 나오기는 힘들다.
바람은 그만큼 불어대었고 비는 잡티를 제거했지만 그것은 높은 산의 사정이고
강변은 이 사진 한장 찍고 황급히 몸을 돌려야 할 만큼 바람이 드세었다.







매화 넘어로 눈쌓인 산을 찍어야겠다는 몇 십분간의 나의 컨셉은 결국 실패하였다.
먼 산은 밝지만 사진을 찍고 있는 지점은 항상 어두웠고 포커싱을 조율하지 못할 만큼
바람은 내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미 구례쪽으로 많이 이동한 상태다.
절정의 매화는 훨씬 아랫 마을이고 이곳에서 전망은 확보했지만 빛은 보이질 않는다.
어쩌면 금년은 여기까지만 보라는 메시지일까.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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