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3/07

2007.3.7


산책을 나설 때는 테마가 있다.
오늘은 들을 찍자, 오늘은 읍내를 찍자, 오늘은 강을 찍자...
어제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가 가장 큰 동기로 작용해서 점심 무렵에 길을 나섰다.







어제부터 날은 맑아졌지만 노고단쪽은 오리무중이었다.
노고단은 대부분의 날들 동안 오리무중이다.
오늘은 두터운 구름이 노고단에 머물고 있었지만 바람이 여전한 탓인지
이동이 빨랐고 그 사이로 밝은 햇살이 지리산의 북서사면을 내리 비출 때는
신묘한 느낌을 받았다. 도로는 다시 봉쇄되었고 이번 주는 분명하게
종주도로를 올라 등산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읍내 마루에 차를 세우고 노고단이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쉽게 물러날 구름이 아니었다.







근자에 드물게 맑은 하늘이었지만 구름의 양이 많았다.
다음 주를 절정으로 잡고 있었지만 광양 매화마을쪽으로 차를 몰았다.
매화는 한마디로 끝이 나버렸다.
그 화사했던 861번 도로에서 채도와 투명함은 날아가버렸다.
순식간에. 꽃잎은 시들고 초라한 모습이었고 이게 날씨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이것으로 정말 끝인지 처음 이곳의 봄을 맞이하는 나는
판단할 수 없었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마치 부가세 별도의 오백만원짜리 웹디자인 일을 놓쳐버린 정도의 기분이다.
방향을 잃었고 날씨가 좋아 어쩌면 오늘 매화를 담아보자는 걸음은 헛걸음이 되었다.
완전히 테마가 없는 산책길로 확정되어 버렸다.







멍하게 쌍계사 계곡으로 차를 몰았다.
의신마을을 바라고 오르다가 좌회전으로 '칠불사' 이정표가 보이길래 올랐다.
제법 높다. 오르는 길도 볼 만 하다. 민박집들을 눈여겨보며 오른다.
제법 단단해 보이는 민박집들이 보인다. 구례에서는 아직 마음에 드는 민박이나
이른바 펜션을 찾지 못했다. 쌍계사는 하동이고, 경남이다.
한적하고 아담하고 별 볼 것 없는 절 칠불사는 나름으로 오후 한 순간을
즐길 만큼의 정취는 있었다. 쌓이지 않을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신록이 오면 더 볼만한 절집이다. 찾아봐야겠는데 칠불사 옆으로 해서 내려오는
등산 루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여튼 마음에 들건 말건 지리산 자락 모든 곳을 다 다녀얀다.







잠시 구경하다 절집을 나섰다.
상보 문자가 왔다. 서울에 눈 온다고. 대숲으로 내리는 눈발을 보고 있는
나에게는 대답할 가치를 느낄 수 없는 뉴스였다.
하지만 친절한 나는 여기도 눈 온다고 답문자 넣어준다.







칠불사에서 내려와 의신마을로 오르는 삼거리에서.
의신마을 벌목장에서 허만수는 품삯 노가다였다.
의신마을은 완연한 봄이 오면 사진을 올리겠지만 고독하다.







재첩언니 집에서 소화를 위한 매실차를 한잔 하려다가 그냥 강을 따라 올라왔다.
소화가 며칠째 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특이한 증상이다.
몸의 이상이라는 현상 자체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불편함을 느낀다.
지난 밤에는 노가리와 땅콩으로 밤참까지 밀어넣고 말 그대로
뭔가 위에 걸려 있다면 밀어낼 심산이었다. 미련한 짓이었다.
오늘 저녁은 백년 만에 한번 굶어야겠다.
문척을 지날 때 오산 뒤로 해가 저물고 산수유가 화사했다.
문척초교 앞에서 차를 돌려 돌아오는데 23초 정도 걸렸지만
그 사이에 해를 지나던 구름은 사라지고 빛이 강하다.
몇 장 찍었지만 30초 전의 휘릭 지날 때의 느낌이 잡히지 않는다.







오른편으로 시선을 돌리자 다시 멀리 만복대 즈음으로 추정되는 높이의 흰산이 보인다.







오늘은 망원렌즈를 가지고 싶은 날이다. -,.-







계속 노고단쪽을 흘깃 보면서 운전했다.
죽연마을 감나무 농장에 차를 세우고 강뚝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래도 여전히 노고단을 때리는 결정적인 빛 한줄기가 아쉽다.







읍내로 들어와서 언제나 노고단과 사람살이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담배 한대 피면서 빛을 기다렸다. 아늑했지만 구름 덩어리가 너무 넓다.
구름은 언제나 저 곳에 머물렀다.
여기까진 모양이다.
내일은 테마를 한번 가져보자. 보성강 쪽이 좋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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