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8


지난 밤은 굶었다.
배가 고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삭발했다.
잠수함 결혼식에 장발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며칠 만에 면도도 했다.
그리고 왜 굶었는지에 대한 원인은 망각하고 오직 오늘이 장날이란 것만 생각하고
꿀꿀이국밥집으로 아침 공양하러 갔다.







어제는 맑았지만 구름의 양이 너무 많았는데 오늘은 가을 하늘같다.
나섰다가 날이 너무 좋아 카메라를 챙겨 다시 나왔다.
그리고 계속 시선은 노고단 쪽으로 고정하고 걸었다.
지붕들 사이로 보이는 눈 쌓인 노고단을 계속 잡았다.







두번 장을 건너 뛴 국밥집에 들어서자 아주머니들은 "역시 왔군..." 하는 웃음을 나누더니
정해진 상차림으로 들어간다. 맞은편의 경상도 아주머니 식욕이 엄청나다.
깍두기 그릇 채로 국밥 그릇에 퍼붓더니 "언니, 내장 이천원어치만 더 줘!" 하고 의사표명이라기
보다 함성에 가까운 음량을 자랑한다.
단골인 모양이다. 처음 보는데... 여튼 험하고 무작스럽다. 그릇이라도 씹어 먹을 자세다.
"어제 하동 장에는 멍기(게) 마이 나왔는데 구례는 안보이네."
식당을 하는 아줌머닌가... 핸드폰을 하더니 역시 우뢰와 같은 목소리로 포효한다.
"고사리가 몇키론데 십팔만원이라! 가마이 있거라. 내 구례시장인데 알아보께."
상대적으로 다소곳한 옆자리 영감 두 사람은 국밥 한그릇 시켜 나누고 소주병을 기울인다.
오랜 단골인 모양이다. 하긴 나 말고 모두 오랜 단골이겠지.
"누나는(허걱!), 산동서 할 때 보다 돈이 더 붙은거제이잉."
"하하하, 살이 좀 붙었제 돈은 무신..."
"가마이... 한 이십년 지났나?... 이십년이 뭐꼬 삼십년 가까이 되야부렀네."
"글제 그때 내가 서른 여섯이었응께. 아, 그 산동 살던 인뱅('병'으로 추정)이 죽은거 아나."
"인뱅이 죽은지 얼만데, 오래되었제, 그 동생 재뱅이 있잖아요이, 그 아는 광주 살제."
국밥집 30년. 성불해도 벌써 했겠다.







지난 밤 굶었다는 몸의 신호는 기억나지 않고 '역시 국밥은 꿀꿀이 집이 쵝오!' 를 속으로만
외치며 장거리를 벗어나 일부러 돌아돌아 사무실로 올라가기로 했다.
지붕들 사이로 계속 눈쌓인 노고단을 담고 싶어서.
경찰서 앞 로터리를 단장하고 있다.
인뱅이 할아버지, 재뱅이 할아버지도 이전에 이 거리를 걸었을 것이다.
"그 아는 시골서 살아야제, 읍내 다방에 더 자주 보이데."
평판은 정확하고 의견은 일치한다.
'그 아는'는 시골서 살아야 했었다.







읍사무소 지나 구례북초등학교 담벼락 뒤로 돌아갔다.
산쪽으로 난 창으로 멀리 노고단을 보고 있는 녀석이 있을까.







저수지 밑으로 돌아 가장 시원하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에서 다시 산을 찍었다.
도로는 결빙으로 차단되었지만 어쩌면 내일 즈음은 풀릴지도 모르겠다.
여튼 지금 저 눈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화엄사에 주차하고 4시간 걸어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







사무실쪽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빵순이 요가하는 날이라 이동하기 시간도 적절치 않다.
대략 거의 이 지점에서 노고단을 슬쩍 보면서 담배를 핀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몇 장 찍은 사진 정리하고 있는데 인호형이 휘릭 들어온다.
모니터로 사진을 보더니 "백련리네. 산동으로 가. 나 아침에 댕겨왔는디 좋아. 만복대 눈쌓여 가꼬."
이뤈... 내가 살아봤어야 알지. 지금 만복대에 눈쌓이고 산수유 만발한지를.
예정에 없던 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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