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3/11
2007.3.11


첫 버스 타도 남부터미널 도착은 12:30 무렵이 된다.
내일은 잠수함의 결혼식이다. 오후 1시까지 도착할 가망이 없어
하루 앞 서 다른 일도 겸해서 몰아 넣어 금요일 첫 버스를 타다.
버스 안에서.
역시 구례는 좁은 바닥이라 말 좀심해야 한다는 각성을 다시 했다.
바로 뒷 좌석. 하동에서 탄 사람과 구례에서 탄 사람이 반갑게 인사하더니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릴 수 밖에 없는 음량으로 시종일관 대화를 했다.
듣다보니 직접 알진 못해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차茶는 고급스러운 문환데 말이지..."
뭔 대화의 말미에 들린 내용에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 친구들에게 특별한 기별 넣지 않고 상경했다.
자주 오르내리니 '나 간다!'하고 소문내기도 부담스럽다.
볼 일 보고 오후 2시간 정도 시간이 비었다. 신촌에서 홍대쪽으로 걸었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들이고 그에 대응하는 나의 행동양식도 너무나 익숙하지만
계속 귀를 난타하는 '소음공해' 만큼은 확연하게 차이를 느낀다.
도시의 소리는 참 깊고 거대하고 거추장스럽다.
서울, 경기 지역에만 이천오백만명이 살고 있다.
역시 밀도란 것은 추위를 물리치기 위한 껴안음을 제외하면
낮을 수록 좋은 듯 하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모두 '다음 동작'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김없이 지하철 한량당 한 사람 정도의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의 客이 존재했다.
그 사람의 표정만 평온했다. 이것은 아이러니고 현실이다.
하지만 시골과 비교하면 무엇보다 좋은 것은 넘쳐 나는 젊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 소음으로 가득한 거리에 활기를 불어 넣는 요소다.
살고 있을 때는 당연한 길거리 흡연 여성들의 모습이 구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라 생소하기도 하다.
구례에서는 나 조차 안면 있는 어르신들 때문에 길거리 담배는 절제한다.
구례에 오시면 담배 예절을 지켜주세요.







언두와 코케인을 거쳐 자정 넘어 한시경에 일어났다.
오늘 숙소는 증산동에 독립 거처를 마련한 상보의 집.
가격대비 성능만점의 집이었다.
동네도 안온하고 평지다. 더구나 그 가격에 반지하가 아니라니.
언화가 궁금해 했길래 토요일 아침에 상보가 샤워하는 틈에 집 안 구석 구석을 촬영했다.
역시 압권은 식판이다.
혼자사는 녀석이 선택한 가장 효율적인 식기문화다.
뭐 별 관계는 없다. 중요한 것은 밥을 해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밥을 해 먹지 않는 집은 집이 아니다. 여관이나 하숙집이다.
여관이나 하숙집은 집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없다.
밥은 그릇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사람들의 온기를 전제로 한 것이고
그때야 비로소 집은 집이 된다.
내가 서울 시절에 그렇게 자주 친구들을 집으로 청해 밥을 나누었던 이유 또한
한가지다. 또한 친구들 또한 우리집에서 밥 먹기를 즐거워 해 주었던 이유도 같을 것이다.
나는 집이란 것은 손님들로 넘쳐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인들은 그에 대한 준비로 분주하고 때로 피곤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소문난 맛집이라도 밖에서 사 먹는 밥과 집에서 해 먹는 밥이
같을 수는 없다. 가능하면 방문에 부담 없는 문턱 낮은 현관과
손님을 특별하게 맞이하지 않는 익숙한 주인장의 손길과 자기 집 처럼 편하게
엉덩이를 정착할 수 있는 인민적인 분위기에서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면
그런 만남이 최고다. 서울 시절 연신내키친의 역할이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첨언하고 폼 잡고 말하자면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궁극적인 바램은 내 아들 영후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었다. 증산동 싱글즈 방에 간혹은 손님이 머물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라도 나누어지는 그런 풍경을 꿈꾼다.
큰 냄비나 찜통 하나 준비해라 상보야. 간혹 내가 가서 돼지고기라도 삶아 줄께.







토요일 아침. 올라오기 전 날씨 검색과는 다르게 추웠졌고 비가 내렸다.
잠수함을 게시판에서 만난지 7년 정도 지났나? 그가 결혼을 한다.
부천, 부평을 임지로 돌았던 탓에 자주 오진 못했지만 그 역시 연신내키친을
들락거렸고 '저도 취향이란게 있거든요.'란 소리를 어느 해 연신내 떡국 모임에서
한 이후로 언화와 나는 그가 어떤 취향인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이제 종미씨와 집을 만든다. 몇 번 보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밝고 활달한 여성이다. 잡학의 명수이자 소리나지 않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잠수함이니
이들이 꾸려갈 집이 간간히 궁금할 것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버스를 타고 구례로 향했다.
두어시간 정신 없이 잠을 잤다.
월요일은 다시 부산으로 가얄 것 같으니 3월은 길 위의 날들이 많겠다.
다시 며칠 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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