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3/13
2007.3.12


나는 부산으로 가지 않았다.
하동 갔다가 혼자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이리저리 갈팡질팡이다.
구례로 올라오다가 왼편 언덕으로 난 길이 보이길래 휙 좌회전했다.
길가의 높은 마을로 올라가면 뭔가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볼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
차를 돌려 내려오는 길에 만난 풍경은 최근 들었던 소식에 힘을 보태는
모습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구례 아랫마을쪽 군수는 섬진강변을 따라 오르는
19번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진으로 보이는 건너편은 엄청난 절개지를 남기게 될 것이고
한마디로 19번 국도의 아름다움은 끝장이 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10km 정도 구간을 계획하는 모양이다.
하동에서 화개까지 구간이고 이른바 벗꽃길이다. 일년에 3일 정도 정체 도로인데
벗꽃축제 기간이다. 그 3일을 제외하면 나도 카메라 피해 60km 제한 도로를
80km로 달리는 구간이다. 하루 평균 6000대의 차량이 통행한다.
하동군은 그 3일을 참지 못해 언제나 하는 소리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라는
전가의 보도를 들이대며 밀어붙이는 모양이다.
교양과 지성이란 용어는 이런 장면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하동군의 수장은 귓구멍을 좆대가리로 막았는지
이야기 씨알도 먹히질 않는 모양이다.
한 마디로 교양과 지성이 파리 똥집 만큼도 없는 것이다.
국밥집에서 몇몇 어르신들이 나누었던 토막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무리 조합해도 위 사진과 연관이 있는 듯 하다.
19번 국도의 건너편은 861번 지방도이다. 요즘 내가 집중적으로 즐기는 길이다.
개인적으로 '신중현路'에 해당한다.
사진의 가까운 전봇대 안쪽에 바로 도로가 있다.
19번은 경상남도 하동군이고 861번은 전라남도 광양시에 속한다.
19번을 확장하는 대신에 861번을 이용하는 방안을 시민단체들은 제시하는 모양인데
지자체간에는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그 동네 구역이니 내 알 바 아니란 것이 두 지자체의 입장인 모양이다.
여튼 861번은 광양시 나름으로 확장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부분적으로 사진과 같은 공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필경 섬진강 하구의 모래톱을
줄여나갈 것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섬진강은 내가 알고 있는 섬진강일 뿐이다.
이전 섬진강은 틀림없이 더 아름다웠을 것이고 나는 그 풍경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섬진강은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강이고
그 강을 훼손하려는 행위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악행이다.

하동군에도 FTA반대 프랭카드가 걸려 있다.
지역적 특성상 단체장의 입장과 무관하게 시골에서는 FTA반대가 대세다.
FTA가 뭔가?
세계화다.
세계화가 뭔가?
서구화다.
서구화가 뭔가?
뉴욕에 살고 있는 백인아기의 체중과 키를 기준으로
구례읍에 살고 있는 아기의 발육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아기가 울어도 '우유 먹일 시간이 되지 않아서' 계속 아기를 울리는 것이
서구화고 세계화다. 아기의 마음 상태 보다 메뉴얼이 중요한 것이 세계화다.
전체를 논하면서 각 개인은 전문화라는 파편만 바라보는 사팔뜨기로 만드는 것이 세계화다.
섬진강을 사이에 둔 19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를 확장하는 것의
천박한 이념적 배경은 서구화고 세계화다.
서구화와 세계화의 본질은 '더 많은 돈'을 따먹을 수 있다는 지역 말아먹기 쌩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 돈을 지역 인민이 먹은 경우는 없다.
19번 국도를 찬성하는 일부 인사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농산물 문제 때문에 FTA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땅과 연관 있는 19번 국도의 확장을 찬성하기도 할 것이다.
이것은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자신의 이익과 관련한 자연스러운 뻔뻔함이자
무식한 탓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골에서만 발생하는 무식한 현상이 아니다.
도시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세상이 무섭고 미래가 불안하여 결혼하지 않고,
결혼 하여도 자식을 두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식이 있어도 끊임없이 불안하여 아이들에게 '뭔가를 증명해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시스템으로 내몰기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FTA반대 도시인들도 많다.
한나라당을 지지하기에 참으로 적당한 계급도 학원을 보내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에 적당한 지성을 가진 계층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그들의 목적은 같다.
더럽고 미친 세상을 살아갈 내 아이에게 백신을 주사하기 위해서이다.
세계화의 대명사 FTA는 반대하면서 자식들은 세계화 추세에 뒤떨어지면 안되다는 자가당착이다.
이것도 장기적으로는 무식한 탓에 생겨난 심각한 지성과 교양의 결여다.
여튼 19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 문제를 예의 주시해야겠다.
구례가 아닌 인접한 하동과 광양시의 문제라 구례군민이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주둥이를 타카로 박아버리겠다.
인구 3만 좀 넘는 구례에서도 말도 안되는 공설운동장 만들다가 낙선한
지난 군수가 싼 똥 치우는 문제로 심란하다.
인간들 제발 삽질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질병은 이해의 결핍에서 생긴다. -라다크의 한 의원
'오래된 미래' 中

그나저나 영후는 학원 잘 다니겠지.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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