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3/16

2007.3.16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몇 년간 수면제 삼아 간혹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읽었다. '가장 탁월한' 이라고 타이핑했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으로 고쳐썼다.
'탁월하다'는 평가는 타인의 의견을 동반해야겠기에 주체가 나我인 '마음에 드는'으로
고쳐 쓴 정도는 문제 없을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글을 좋아한다.
목적의식 명료하고 불필요한 낱말의 낭비가 없는 문장.
사단법인 향토문화진흥원이 1992년에 펴낸
'마을시리즈2 <천하명당 금환락지金環落地> 김정호 지음' 이라는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글이다. 본문은 아직 읽지도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의 이야기라 자료적 차원에서 읽어보거나 확보해야겠단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는데 담박에 문장이 마음으로 들어 온다.
표기와 띄워 쓰기는 책에 나온 그대로 타이핑한다.

사진은 책의 소재가 되는 마을인 금환락지 오미리 방면을 노고단에서
문수골을 관통해서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


이 책은 사단법인 향토문화진흥원이 사회집단중에서 기본 단위인 마을 가운데
사람들의 출입이 잣거나 여러 특징때문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동네를 골라
엮는 마을시리즈 두째 책이다. 그러므로 동네사람들이 이녘동네를 자랑하기위해
만든 책이 아니며 그렇다고 학문하는 입장에서 무슨 문제를 들춰내기위해 만든
책도 아니다.
구만들 사람들은 이 동네가 국내에서 살기 좋은 다섯 시냇가 명당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듯이 과연 좋은 동네자리인가를 살피고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대강 살폈다. 그동안 이 들녘은 오미동 유씨네 '운조루'란 집때문에 학자들의 연구가
이뤄지고 사람들의 출입이 잣아 이곳이 한국의 명당자리임은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 진흥원은 귀에 익은 이 동네가 과연 어떤 동네인가 궁금해 할 것들을
중심으로 옛 기록을 들추고 옛 흔적과 연구를 확인하고 동네에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따져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꾸민 책이다.
더러는 학문하는 입장에서 다루기도 하고 동네사람 입장에서 보면서도 공정하게
알아둘만한 것들과 뒷날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지금의 것들을 중심으로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꾸미는데 힘썼다. 책의 내용이 너무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즐겨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든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임을 실감했다.
향토문화진흥원이 이처럼 마을을 골라 그 역사와 지리와 생활을 엮는 것은 역사란
국가나 고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작은 마을에도 있는 것이며 마을의 영고성쇠를
통해 인간의 삶을 돌이켜 보고 보다 밝은 내일을 설계하자는 의미에서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지방자치라는 허울에 갇히면서 진짜 더불어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리둥절해 있는 가운데 시골 동네들은 점점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음을 본다.
사회의 기본이며 자연발생의 기초단위인 동네의 여러 모습이야말로 현대사회가
점점 인위적인 조성사회겸 이익사회가 되어 갈수록 오래오래 기억하고 기록해둘
소중한 미래자원의 하나임을 느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우리 진흥원은 구림마을과 함께 구례군의 금환락지라는 명당의 땅 '구만들'을 엮어
내고 곧이어 나주의 '금안동'의 편집에 착수한다.
이 책을 통해 큰산밑 동네사람들이 비록 난리때마다 심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오직
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기대 때문에 참고 견디며 살아온 모습을 더듬노라면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고 내일을 사는 지혜를 터득하리라 기대하면서 이 책이
나오도록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은 구례군에 감사한다.


1992년 2월

사단법인 향토문화진흥원장 김 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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