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17


3월 16일 금요일은 '산수유가요왕' 선발 본선이다.
습관적으로 낮이라 생각했는데 밤이다. 문제 있다.
내 카메라로 밤 장면을 잡아내는 것은, 더구나 뻔히 멀리서 당겨야 할 것인데
아주 아주 힘들다. 날씨는 쌀쌀하고 해 지고는 비까지 내리고 그런다.
갈등 때리다가 구례군민으로서 행사의 활성화를 위해 참석해야 한다는 결정을 했다.
사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산수유축제이니 참석하는 것이
전입자의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목요일부터 행사 기간이지만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날씨가 좋지 않자 내가 만나 본 읍내 사람들은 모두 한결 같이 그랬다.
"그러게 말이여, 날씨 땜에 큰일이여."
의례적인 행사라 여기는 것이 당연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사람들은
이 한철 장사에서 산동면이 뭔가 돈을 좀 만져야 한다는 동지의식이 강했다.
그렇다. 우리는 다 같은 구례의 형제들 아닌가.
출전하자!
구례 만세!
산수유 만세!
가요왕 만만세!







우리 기준으로는 원탕온천 맞은편 공터에 특설링이 셋팅되었다.
지자체 축제면 언제나 등장하는 그렇고 그런 음식장사들과
길거리화가, 품바, 특산물 판매장이 제법 넓게 자리를 잡았다.
온천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가는데 멀리서 공중으로 레이저 쏘고
스피커 소리 요란하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장사는 그렇게 활발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현지 사람들인 것이다. 내일이 토요일이니 뭔가 대박이 터져얄 것인데.
메인무대 주변으로 대략 천명 정도 모였을까.
역시 좋지 않은 날씨 탓인지 예상 보다 사람들이 적다.
사회자는 연신 분위기를 띄워 보겠다고 관객들을 위협하고 달래고 하였지만
대략 난감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광주mbc에서 녹화해서 지역에서는 방송을 할 것이다.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붉은T 아가씨가 나중에 대상을 먹었다.
우리는 저녁 먹고 늦게 도착해서 이 아가씨부터 볼 수 있었다.
7번 타자란다. 광주에서 온 아가씨란다.
무대를 바라보고 오른편 가장자리가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포지션이었다.
방송 탓인지 중앙에서 사진을 찍거나 무대 바로 앞에서 사진 찍기는 불가능했다.
녹화 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라 그런지, 촌사람 눈이라 그런지 무대는 생각보다
화려하게 꾸며졌고 그 만큼 지방방송답다.
중간에 이름 모를 초대 카수의 노래가 이어졌고 잠시 후 예심을 통과한
마지막 8번 타자가 무대에 나왔다.







오마이 갓!
읍내 봉성식당 2대 사장님이자나!
나 오늘 아침에도 봉성식당에서 돼지국밥 먹었는디!
환장해불겠네. 무조건 봉성식당 사장님 일뜽 무라!
-,.- 참고적으로 봉성식당은 터미널 내려서 '축협' 쪽으로 와서
대략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갈차준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
구례군이 추천하는 식당이고 메인메뉴는 돼지머리국밥이다. 소머리국밥도 있다.
돼지국밥 4,000원, 소머리국밥 5,000원이다.
'목화식당의 亂' 이후 나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애절한 발라드를 열창하는 봉성식당 2대 사장님.
무대 장식으로 사용한 저 거대한 산수유꽃 배경 아래
혼신을 다한 땐서의 저 춤사위를 보라! 옆에서 언화는 쓰러지는 중이고...
언제나 친절하고 씩씩한, 두 아이를 가진 봉성식당 젊은 사장님이 저런
가창력의 소유자였다니. 정녕 그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맛 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발라드의 제왕 부럽지 않은
장한 업적이란 생각을 같은 군민으로서 전하는 바입니다.
하, 이 사진이 이 모양이라 어떻게 해야하나. 이것이라도 인화해서
전해주면 깜짝 놀라겠지. 어쩌지...







산수유가용왕 선발은 끝이 났다. 결과는 사진과 같다.
즐겁게 놀았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초대 카수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앗, 장윤정이다.
TV에서 보던 것 하고 똑같이 생겼다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안개와 불꽃, 폭죽을 아낌없이 쏴 준다.
쌀쌀했던 객석은 활기가 돌고 술취한 아저씨와 영감들은
막춤을 시작한다.
아, 연예인의 힘이란 것은 이런 것이구나.







돌발상황 발생!
무대로 돌진하던 열혈 아저씨가 무대 입구에서 진행요원들에게
체포되었다. 장윤정은 웃는다. 사람들도 웃는다.
그러나 그의 딴서를 許하라!
그것이 그의 인생을 전환시킬지도 모르지 않는가.







녹화방송은 편집될 것이고 무대는 계속된다.
불꽃이 일고 사람들도 일어서기 시작한다.
그렇게 금요일 밤은 아홉시를 향해 달려가고 행사는 정확하게
예정된 시간에 끝이 났다.
썰물 처럼 빠져 나가는 사람들과 차량들.
역시 상가는 한산하고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국밥들을 마시지는 않았다.
장윤정은 지리산온천에서 당연히 잠자지 않을 것이고 다음 행사장이나
업소로 이동하겠지. 시골사람들도 그것을 알고 있고
'올해는 날씨도, 사람도 좀 받쳐주지 않네.'하고 이 기간을 끝낼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흥겨웠지만 쓸쓸한 기분도 감출 수 없다.
지역이라는 개념.
서울을 제외한 땅들을 이르는 관념적 용어 구사로서의 '지역'.
자연은 있으되 문화는 없다.
또는 문화는 있지만 행사는 팬시점 액자그림 같은 판박이를 찍어낸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왔다. 확인하려고.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다.
군수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도지사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나는 고민할 것이다.
행사포스터, 사이트, 프로그램, 동선...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것을 행사대행사에 맡겨가지고서는 언제나 그럴 것이다.
아직도 며칠 전 雪山 아래 산수유꽃의 모습이 가슴 속에 선연하다.
개인적인 산수유 축제는 몇 년간 볼 수 없을 지도 모를 그 비경이 클라이막스였다.
그것을 어떻게 구례를 제외한 땅의 사람들에게 자랑할 것인가?
축제의 성공여부는 내가 볼 때는 "어떻게 시각화 할 것인가?"로 집약된다.
천혜의 경관을 가지고 왜 엉뚱한 기획이나 하고 있는가.







토요일 아침.
다시 861번 도로를 타고 광양쪽 매실마을로 향했다.
매실마을의 행사도 오늘이 클라이막스다.
산수유 축제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차들이 몰려올 것이다.
일단은 그 차들을 피해야하는 시간대를 택해야했고 어쩌면 늦게 핀
꽃잎들이 화사할 것이란 언화의 이야기를 접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이었지만 평소 차량이 거의 없는 도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량이 제법 있었다.







다사마을 안으로 차를 잠시 주차했다.
과연 늦게 올라오는 꽃들이 있었고 지난 추위에 색을 포기한 꽃잎과 함께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날씨는 탁하다.
흐린것도 아니고 맑은 것도 아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맑지만 시각적으로는 탁하다.
처음 맞이하는 매화이기도 하지만 나는 금년의 매화사진 컨셉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헤매고 있다. 내가 원하는 구도는 있지만 아직 그런 포커스를
찾지 못하고 있고 어느 절정의 순간을 놓치고 난 이후 의욕도 많이 잃었다.
며칠 전 보다 화사하지만 역시 절정의 순간은 지나갔다.
하지만 행사의 절정은 오늘이다.







나무로서 매화나무는 매력적이다. 사군자에서 왜 난과 국화와 대나무와 함께하는지,
그 중에서도 왜 가장 앞자린지 충분히 인정할 만큼 매력적인 나무다.
수확하기 손쉽게 개량된 매화나무들은 낮고 넓게 퍼진다. 따라서 가지들은
수평을 이루며 낮게 얽히고 설킨다. 그것의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낮은 터널을 형성하는 것이다. 결절을 가진 가지의 마디는 힘차다.
꽃은 귀태가 나고 향기는 짙다. 13km 정도의 구간이 매화나무로 이어진다.
차창을 열고 달리면 향기가 확연하다.
하지만 개량하지 않은 오래된, 잘 생긴 매화나무 한 그루를 수묵화 그리듯 딱
한 컷 하고 싶었다. 산을 헤매야 할 모양이다.
뭐 금년만 살 것 아니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은 항상 예고편 없이 순식간에 만나지더라.







청매실농원은 차량 진입 자체가 아침부터 통제되고 있었다.
사실 청매실농원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변의 넓은 공터에는 몇 주일째 닭장차가
대기중이고 오늘은 더구나 VIP라도 오는지 경호 분위기가 좀 있다.
이런 날 올라갈 생각도 없었지만 휙 차를 돌려서 다시 올라왔다.
매화 또는 매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역시 시각화다. 홍쌍리 여사는 프랑스 여행 중에 엄청난 양의 숙성 와인 오크통을 보고
아이템을 얻었다고 한다. 청매실농원의 장독디스플레이는 와인통 진열의
모방이다. 권장할 만한 모방이다. 그리고 짙은 초록 구절초는 하얀 매화꽃잎과
공생하는 비쥬얼 아이템의 창조적 발상이다.
그림이 되는 것이다.







이미 차량들로 넘쳐 나는 청매실농원을 지나치며 지난 밤의 산수유축제가
대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청매실농원 안으로 지역 주민들이
각종 푸성귀며 약재를 팔수 있게 오픈되어 있다. 자신의 담을 개방함으로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강화했다. 지역주민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지난 번에 이곳에서 언화도 고구마를 샀다.
관행화 된 축제 이전에 개인의 주도면밀한 기획이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그 기획의 중심 인물은 문화를 이해하고 시각화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매화는 꽃으로 시각화되고 열매로 돈이 된다.
꽃과 돈이 한 몸이다. 매실은 분명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했다.
한 집에 매실 원액 한병 정도는 가지고 있다.
산수유꽃은 봄에 피고 빠알간 열매는 가을에 맺는다.
산수유 열매는 매실 만큼 대중적이지 않다.
꽃지고 열매 맺는데 기간이 좀 길다. 매화는 봄에 시각화와 자산으로의 전환을
모두 마감한다. 허준2를 기획하고 이번에는 중요 약재로 산수유를 등장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헛소리다. 한계가 명확하다면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 방안은 찾아얀다. 분명한 것은 대중적이려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상도 땅에서 작설차 소비량이 가장 많다.
불교신자가 가장 많다는 소리다. 불교를 떠나서 작설차만으로 그렇게 판매할 수는 없다.







매화밭이 아닌 마을 초입에서는 간혹 오래된 매화나무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찾는 나무는 아니다. 백매다. 대세는 청매다.
홍매는 거의 보이질 않는다. 홍매는 돈이 되지 않는단 소릴 것이다.







해는 여전히 가려져 있다. 조금 그 느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확연하게
화사한 빛을 보여줄 것 같은 하늘이 아니다. 매실마을에서 북쪽으로
5km 이상 올라오면 비교적 깨끗한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화마을에 몰려 있다.
산수유축제와는 다르게 외지인들이 대부분이다.
관광버스의 양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에는 산수유마을에 한번 가봐야겠다.
어느 정도 붐비는지 체크해 봐야겠다.







차를 세우고 한산해 보이는 농원쪽으로 난 소로를 따라 잠시 걸었다.
발이 감지하는 흙길의 촉감이 좋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길래 소변을 했다.







화사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절정의 시기는 지난 꽃들이다.
내일 새벽도 이곳은 낮은 영하의 기온이 예보되어 있다.
양 때문인지 매화향은 압도적이다.
아주 날카로운 느낌이다. 코구멍을 예각으로 파고 든다.
산수유는 향기가 없다. 아무리 군락을 이루고 있어도 향기가 없다.
나는 산수유를 인민의 꽃이라 부른다. 인민은 생존 부각 이외의 잉여가 없다.







매화축제 포스터를 보지 못했네.
하동이나 광양으로 접근하면 볼 수 있을까.
산수유축제 포스터는 가운데 산수유마을의 전형적인 사진을 배치하고
상하단 넓은 여백에 yallow 톤을 깔았다.
산수유가 노란색이란 것에서부터 발상이었겠지.
그래서 사진의 노란 산수유꽃은 부각되지 않는다.
정보량도 개략적이라 infomatin 기능이 약했다.
행사로고는 대개의 지자체 행사가 그러하듯이 C.I 개념이 없었다.
한마디로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이 아니라 기획실 제품이었다.
왜 눈쌓인 만복대 아래 산수유마을을 사용하지 않을까.
나 말고도 그 장면을 찍은 사람은 부지기 수일 것인데.
전혀 창조적이지 않은 것이다. 요즘 말로 크리에이티브가 전무한 것이다.
어느날 우연히 마주친 한장의 사진을 보고 길을 떠나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내가 찍고 싶었던 매화포커스는 대략 이 사진에 근접한다.
작년 가을 만복대 억세밭 능선 사진에서 처럼 약간의 명암 조절로
마치 사진은 점묘화처럼 보인다. 이런 부감 구도에서 보다 압도적인
구도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시작될 벚꽃길에서 내가 원하는 것도 비슷한 포커스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한 촬영 지점이 나올지 의심스럽다.
근거리의 높은 곳이어야는데 쌍계사 오르는 십리벗꽃길 왼편을 아무리
살펴봐도 나무가지가 방해하지 않는 그런 지점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좀 더 멀리 높은 곳에서 잡는다면 나의 128mm 달랑 하나 뿐인 렌즈로는 힘들 것이다.
그 문제는 한달 후에 벚꽃 앞에서 고민하자.







북적거리는 매화마을 길에 상대적으로 아직 자리 잡지 못한 구례 산수유축제에
대한 이런 저런 불만을 주절거림은 내가 구례군민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모든 구례군민이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리를 넘어서면 매화에서 산수유로 꽃이 바뀐다.
매화와 산수유, 잠시 후 피어날 벚꽃은 광양과 구례, 하동을 구분하는
국경선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두 의도한 시각화와 의도하지 않은 생태적 반영의 결과다.
광양권, 순천만 갈대와 보성 차밭의 경관 역시 시각적으로 다가온다.
순천만 갈대는 사진과 산책로 낙안읍성으로 이어지는 소비 동선을 가지고 있다.
보성 차밭은 차문화라는 강력한 우군을 거느리고 있어 동방불패일 것이다.
861번 지방도로를 떠나 매화를 논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동에서 화개로 이어지는 16,000 그루의 벚꽃은 섬진강을 끼고 있어
역시 다른 곳의 벚꽃과는 확연하게 다른 맛이다. 그리고 하동과 화개 역시
차재배의 시원을 이루는 곳이다. 벚꽃보고 차 마시고 차 사간다.
사찰이 있고 불교가 있기 때문이다.
시각화는 선점이 중요하다.
여간해서는 그 지위를 빼앗기 힘들다.







다음주 일요일, 3월 24일까지 매화축제는 이어진다.
꽃은 시들어도 24일이 행사의 마지막 일정이다. 길게 이어간다.
밤매화놀이를 하지 못했다.
다음주에 한번 시도해 볼 일이다.
오늘 산수유축제에는 도시것들이 많이 왔서 돈 좀 뿌리고 갔을까.

음악은 상윤이집에서 들고 온 '김정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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