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20





어제 밭일이 예상 보다 길어졌다.
밭갈이하고 겨울을 버틴 것들을 갈무리해야했다.
파는 꽃이 피기 전에 먹어얀단다.
아무래도 부산으로 좀 보내야겠다.
씨앗이 남아 뿌려 둔 무우가 모진 겨울 넘기고 살아 남아
잎을 드러내고 있었다. 모두 거두어 들였다. 양이 제법이다.
시금치는 꽃이 핀 놈들은 형네 염소들 먹이라고 올려보내고
부드러운 것들은 저녁 찬거리로 챙겨두었다.

오늘 이른 새벽에 잠이 깨었다.
다섯시 좀 넘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당몰샘으로 물 길러 나갔다.
약수터에서 새벽은 밝아왔고 마음 속으로 바램 하나 빌었다.
어제 언화가 정성껏 손 본 열무를 절이고
파, 마늘, 고추를 마련해서 길어 온 당몰샘 맑은물로 물김치를 담았다.

며칠째 수면제로 김수영의 詩를 읽고 있다.
지난 밤에 읽은 시다.




만용에게


수입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너나 나나 매일반이다
모이 한 가마니에 430원이니
한 달에 12,3만 환이 소리 없이 들어가고
알은 하루 60개밖에 안 나오니
묵은 닭까지 합한 닭모이값이
일주일에 6일을 먹고
사람은 하루를 먹는 편이다

모르는 사람은 봄에 알을 많이 받을 것이니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봄에는 알값이 떨어진다
여편네의 계산에 의하면 7할을 낳아도
만용이(닭 시중하는 놈)의 학비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점등(點燈)을 하고 새벽모이를 주자고 주장하지만
여편네는 지금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니 430원짜리 한 가마니면 이틀은 먹을 터인데
어떻게 된 셈이냐고 오늘 아침에도 뇌까렸다
이렇게 주기적인 수입 소동이 날 때만은
네가 부리는 독살에도 나는 지지 않는다

무능한 내가 지지 않는 것은 이때만이다
너의 독기가 예에 없이 걸레쪽같이 보이고
너와 내가 반반___
'어디 마음대로 화를 부려보려무나!'


<1962. 10. 25>


'폼(Form)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클래스(Class)는 영원하다'
요즘 축구 때문에 유행하는 말이다.
김수영은 폼 잡지 않는다.
사실 인생 폼 잡는다고 생기는 것 하나 없다.
...또 폼 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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