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25


부산 갔다가 일요일 오후에 하동I.C로 들어섰다.
4:30 이나 되었을까. 여튼 광양쪽 매화축제 마지막날 여파인지
하행 차량들의 정체는 한여름 성삼재 휴게소 앞 상황이었다.
상행은 별 무리없이 진행되는 듯 하다가 하동市를 앞두고
밀리기 시작한다. 차를 돌렸다.







19번을 버리고 하동으로 들어가는 옛길로 들어섰고 멀리
정체를 알 수 없는 키가 큰 꽃나무 덩어리가 보인다.
아무래도 목련인데 군락 모양이 이상하니 뭐 고민할 것 있나...
그냥 차 끌고 가보는 것이지. 목련 맞다.
이 큰 산자락과 유장한 강가의 그 무엇들은 뭐가 생겨 먹은 것이
항상 '유난하다'. 10m 정도의 키 큰 목련숲은 쓰레기 더미 위에 조성되어 있었다.
목적이 뭘까? 여튼 사진으로 보는 장면 만큼 목가적이지 않다.







어제 비 탓인지 보리는 눈에 띄게 자랐고 color도 강렬하다.
보리싹이 패면 한번 정도 본격적으로 찍을 것이다.
여튼 보리는 강렬하고 아름답다.

역시 하동에서 광양으로 넘어 가는 다리 입구는 아수라장인 상태였고
멀리 보이는 매화마을 아래 둔덕과 그 엄청난 공터에 차들이 빼곡하다.
꽃은 이미 다 졌거나 색이 바랬을 것인데 주말에만 움직일 수 있는
평민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매화날의 마지막을 부여잡고
똑딱이 디카 들고 매화는 아주 조금 찍고 얼굴을 거대하게 찍을 것이다.







물론 어제도 비와 함께 출발한 아침 부산길에 간혹 느닷없이
저 혼자만 핀 벚꽃을 보았다. 무엇보다 뚜렸했던 것은 가지들이
붉게 열에 들뜬 모습이었다. 마치 상승하는 체온을 주체하지 못하는
발정기의 암캐 처럼 보였다면 너무 지적이지 못한가?
하지만 그 기운은 식물로 규정하기엔 너무 강렬했다.
이 비 그치고 어쩌면 내일 올라오는 길에 꽃들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는
소리를 했다. 그랬는데...
861번은 매화길이니 진입 불가능이라 하동을 빠져나와 19번 국도를 따라
올라왔다. 정말, 벚꽃은 이미 시작되도 있었다.
맞이하는 첫 봄에 느끼는 점이지만 정말 꽃들은 하룻밤을 경계선으로
느닷없다. 방심하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오늘 지나치지 않았다면
다음 주 중반 즈음에 점검한답시고 나왔는데 만개한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것은 곤란하다. 언화가 기어코 뒷좌석의 카메라를 집어 들고 차 속에서
찍기 시작했다. 19번도 쌍계사로 접근할 수록 차츰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장면에서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었다.
내일로 미루기엔 해질녘 벚꽃의 시작은 외면하기 힘든 것이었다.







어차피 이 길에 다음주 금요일부터 축제가 시작되면
주차하는 것 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자세한 일정은 내일 검색해서 올리겠다.
그 시기가 되면 나는 차를 버리고 걸을 것이다.
가능하면 이른 아침과 햇볕 가장 화려한 낮, 두차례 출사를 나올 생각이다.
5시가 넘었고 해는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강가에서는 산이 강과 연이어 있어 해가 일찍 저문다.







어떻게 하루 사이에 이렇게 될까.
어제 내가 본 것은 분명히 잘 익은 백만개의 여드름이었는데.
아직 만개는 아니다. 이제 시작이고 벚꽃은 아주 짧은 시간만
유효할 것이다. 매화와 산수유는 거의 3주일을 순차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벗꽃은 가장 결정적인 날 단 하루를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
그러니 다음 주는 만사 모르겠고 자주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간에 구례 밖으로 장거리 이동 한번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날이 그 날일 것 같다. 할 수 없는 것이다.







균등하게 꽃을 피운다면 뭔 문제가 있겠나.
하지만 꽃나무는 위치와 높이, 일조량, 땅의 조건에 따라
사실 며칠 전에도 제 혼자 빛나는 모습으로 만개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것도 하룻 밤 자고 일어나니 읍내 어느 집 마당의
벚나무가 그랬다.







섬진강가엔 대숲이 많다.
지난밤의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밤엔 도로를 건너 많은 고라니들이 저 대숲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 녀석들에겐 19번 국도는 하나의 특이한 환경이고
도로를 건너면 악양, 이른바 평사리 들판이 있고 식량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이 도로에서의 로드킬이 전국 일뜽인 것은 필연적이다.
흐드러진 화얀색이라기 보다 빛덩어리인 벚꽃 아래 아침이면 내장을 쏟고
죽은 짐승들의 날 죽음을 목도할 것이다. 꽃은 그 광경에 관여하지 않았고
무관심할 것이다.







나는 다음 주 며칠간 계속 이 포지션에서 같은 구도의 사진을 찍을 것이다.
내가 금년 벚꽃 사진에서 노리고 있는 두개의 포커스 중 하나다.
이 길의 벚꽃 터널이 가장 전형적일 것이고 수일 내로 꽃은 폭발할 것이다.
이 사진의 순간은 짧은 순간 도로로 뛰어 들어 황색선 중앙에 설 수 있었지만
다음 주에는 이 길에 상시적으로 경찰이 배치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찍을 것인가. 모르겠다. 그래서 새벽이어야 하고
나는 장터 이름 모를 노인 얼굴은 도저히 찍지 못하는 잼뱅이지만
풍경 사진은 좀 도발적으로 찍을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다.
화개 다리에서 861번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문척 쪽의 벚나무 상황도
역시 다음 주에 시작될 것이란 확인을 했다.
사성암 아래 마고실 마을까지 점검했다. 개나리가 지천이고 진달래도 간혹이다.
서울 시절에는 진달래 사진 참 많이 찍었는데 이곳에서 진달래는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도통 내 관심에서 '취급'하지 않는다.
꽃고 계급이 있는지 첫 봄에 본 매화는 귀족이었고 향이 강렬했고
산수유의 수수한 모습과 양으로 다가오는 전략, 이제 가장 많이 보았지만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맞이할 벚꽃을 앞 두고 개나리는 천대받고 있다.
사성암 아래 벚나무 터널은 하단으로 개나리가 배치되어 있었다.
옆의 보리밭과 풀들, 결국 흰색과 노란색, 초록색이 다음 주 어느날 절정의
원색적인 대비를 이룰 것이다.
이곳의 봄.
하루를 떠나 있었을 뿐인데 돌아 오는 길에 이미 구례가 그리웠다.
그리고 역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월요일부터 가능하면 부지런하게 벚꽃 생중계를 시작할 생각이다.
기대하셔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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