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26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장거리 운전 다음날은 항상 그랬다. 지난 밤 잠도 늦었다.
뭔 사주명리학 이야기책이 재밌길래 좀 오래 읽었다.
상보 걱정 '이러다 형님 도사되는 것 아닙니까?' 라는 말이 생각났지만
도사'꽈'로 빠질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면 도사들은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날은 흐렸고 역시 탁하다. 하지만 무조건 쌍계사쪽으로 달렸고 점검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퇴비 한 포대 사고 라면에 밥 말아 늦은 아점을 해결했다.
잠시 밭으로 올라가서 지난 주에 뿌리다만 씨를 뿌렸다.
상추와 치커리. 없는 동안 비는 흡족했고 비닐을 걷어냈다.
내일은 가장자리 땅들에 퇴비를 하고 며칠 있다가 옥수수를 뿌릴 생각이다.
그리고 가장 넓은 면적의 밭 두고랑은 무엇을 심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다음 장에 물어봐얄 것이다.
그리고 오전과 같은 코스로 다시 이동했다.
매화의 경우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다고 기다리다가 똥된 케이스다.
만개하기 기다리고 좋은 하늘 기다리다 추위와 강풍에 그리 되었다.
산수유는 운좋게 해마다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광경을 만날 수 있었다.
벚꽃은? 무조건 찍을 생각이다. 벚꽃은 특히나 주기가 짧다.
이번 주에 피고 지기를 모두 보여줄 것이다.
하여 날씨가 협조하건 말건 무조건 하루 두번 정도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사진이 마음에 들건 말건 가능하면 이곳으로 많이 올릴 생각이다.







섬진강 따라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터를 구간별로 나누어보면 대략 다섯 곳
정도 가능할 것이다.
하동에서 화개까지의 길이 많이 알려진 19번 구간이다.
다음으로 쌍계사 계곡의 이른바 십리벚꽃길이다. 아무래도 이 구간이 가장 훌륭하다.
그 다음으로 좌우로 벚나무를 거느리고 있지 않은 화개에서 구례까지의 19번 도로다.
대략 이곳의 벚꽃 축제는 위 구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주말이다.
오지 마시라. 이미 시작되었고 금요일부터는 위 첫 구간 10km를 통과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구간의 절정은 이번 수요일과 목요일이 될 것 같다.
주말에는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네번째 구간은 화개에서 다리 건너 광양과 구례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우회전해서
구례방면으로 타고 올라오는 861번 지방도구간이다.
이곳은 차량이 적을 것이나 벚나무들이 어리다. 하동과 화개를 보고 구례군에서
늦게 조성한 것이다. 이곳보다는 차라리 잘 알려지지 않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포인터가 사성암, 즉 오山 아래 짧은 구간이다. 마고실이라는 통상
섬진강변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을까지 이어지는 2km 정도인데 이곳은 도로가 좁고
나무도 제법 나이를 먹어 현지 사람들은 이곳을 선호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구례의 벚꽃 축제 기간도 이때 이곳에서 진행할 것이다.

그것은 그렇고...
위 사진은 위 다섯 구간 중 좌우 대칭이 아닌 강변쪽으로만 벚나무가 있는
화개에서 구례방면으로 2km 정도 올라오면 보이는 특이한 벚나무다.







어제 오늘 돌아다녀봐도 이 벚나무가 참 특이하다.
버드나무도 아닌 것이 저렇게 아래로 축축 처진 형상이다.
실제보면 장관이다.






















이 벚나무 한그루 만을 두고 사진을 40여장 넘게 찍었다.
무조건 찍었다. 물론 건진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리고 재첩언니 트럭 지점으로 이동했다.












재첩언니 트럭 옆의 큰 나무가 벚나무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름에만 주변으로 백리향이 많은 것을 보았을 뿐이니...
여튼 무식하다. 이 나무도 참 잘생긴 나무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번 벚꽃 시즌의 주요한 타겟 지점이 될 쌍계사 십리벚꽃길로 이동했다.
물론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시작되고 있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터질 것이다.







일방도로 형식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주차하고 걸었다.
초입에서 가장 눈을 끄는 것은 역시 짙은 보리밭이다.







시작하고 있었다.
화개중학교와 초등학교로 나뉘어지는 길목. 이 길은 오르는 차만 이동하고
보행로가 마련되어 있다. 오늘도 이미 많은 관광버스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개하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지 실감할까?
워크래프트 새버전 확보에 신경을 쓸 것이다.
하지만 골수에 이 모습들은 스며들 것이다.
세월이 흘러 서울에서 짐승같은 아귀다툼으로 살다가 문득 어느날,
다니던 중학교 오르막 길에 날리던 꽃잎이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멀고 험할 것이고 어쩌면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서울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정착하고
뿌리내리기에 성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벚꽃터널 사진은 어제 위치가 아닌 이 구간에서 잡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른 아침이 좋을 듯 하다. 무엇보다 차량 이동이 19번 보다는 험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 주 일기예보는 그렇게 밝지 않다.
내일은 비와 구름, 다음날도 구름 많다. 그리고 주말엔 다시 비가 올지도 모른다.
여튼 빛나는 벚꽃잔치를 볼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화개, 하동 모두 녹차가 유명한 마을들이다.
화개에서 녹차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보성에 시각적인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이곳에서 녹차는 주요한 수입원이다.
상대적으로 이곳은 야생차가 많은 편이다.
녹차 역시 보리 못지 않은 강렬한 색감이고 벚꽃과 궁합이다.
4월 초순부터 녹차 작업은 시작될 것이다.
지금부터 차잎 따고 녹차 덕는 기간 동안 이곳에 일자리는 많을 것이다.
열심히 하면 한달에 200만원 정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참 고되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3일 만에 돈도 받지 않고
야밤에 덕장을 도망쳐 나간 도시 아해들 이야기가 차 덕는 집마다 있겠는가.
여튼 다음달 중순 이후로는 햇차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워낙 이런 곳에서 살기에 무식하다보니 이 꽃이 뭔지 모르겠다.
언화가 복사꽃이라 힘주어 말하고 듣다보니 설득력도 있다.
여튼 벚나무 군락 사이로 드문 드문 생존해 있는 매화를 비집고
딱 한 그루 복사꽃나무가 있다.
색깔이 죽인다. 향도 아주 강하다. 무엇보다 나무의 생김이 마음에 든다.
성깔 있게 생겼다. 미안하다. 꽃지고 나면 나는 역시 당신들의 문패를 찾지 못할 것이다.












복사꽃 지점에서 위 아래로 벚꽃에 가려진 쌍계 계곡을 잡았다.
이 계곡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너무 많은 찻집과 식당, 민박, 팬션
심지어 불가마사우나, 노래방 까지 득실거리지만 생김 자체가 참 아름다운 골이다.
이곳에서 쌍계사 지나 의신마을이나 칠불사까지 올라가면 한산하다.
벚꽃은 이 일방통행로를 기점으로 쌍계사 방면으로 이틀 정도는 늦은 듯 하다.
아마도 그 윗길은 다음 주 초반까지 유효할 것이다.







일방향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만 걸었다.
유턴해서 내려가는 다른 일방향 도로를 따라 걸어내려왔다.
내가 꼭 잡았으면 하는 벚꽃사진 포커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완전한
부감 상태의 사진이다. 윗길은 아랫길을 굽어 보며 걸어 내려가니 어느 정도는
이런 포커스를 보장한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지점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만개하면 저 개울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내려다보고 있는 곳 보다 한 계단 더 높은 곳을 원한다.
이 사진은 좀 단순하지 않은가. 물론 매력있는 포커스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







이 길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이곳이다.
이 포지션에서 찍은 사진을 간혹 보았을 것이다.
내가 걸어 봐도 이 길에서 이 지점이 가장 매력적인 포커스다.
하지만 역시 지금 내가 찍고 있는 윗길까지 내려다 보이는, 즉
아래와 윗길이 쌍으로 내려다보이는 지점을 원한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전엔 불가능일 것 같다.
주변 산을 둘러봐도 높이는 가능하지만 나무들이 모든 시야를 가릴 것이다.
사진 한 장 찍자고 오밤 중에 내가 산에 올라 수십미터 구간의 나무에 도끼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찰서에 잡혀 가서 조서를 뭐라고 꾸미나?

"왜 그랬어요?"
"... 형사님, 혹시 블로그 하세요..."







도로 가장자리에서 산으로 빠지는 길이 보이길래 올랐다.
뭔 암자로 가는 길을 버리고 차밭인지 줄로 담을 친 산허리를 헉헉거리고 올랐다.
아무리봐도 이 지점이 내가 발악할 수 있는 한도에서는 가장 적당한 높이에서 십리벚꽃길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 같다.
하지만 나무가지가 포커싱을 방해할 것이고 좁히면 제법 먼 거리 탓에
생각만큼 좋은 화질을 얻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찍긴 할 것이다.
왜냐면 그런 고민이 나의 주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분홍 기운이 도는 정도지만 2, 3일 안에
하얗게 변해 있는 S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몸을 돌리면 쌍계천이 내리막이고 나는 차밭에 서 있다.
비 오는 날 좋은 지점이다. 오늘은 차밭주인에게 들키지 않았는데
보면 뭔 소리를 할 것 같다.
그러면 나도 버럭 맞고함 질러야지.
"죄송합니다..."







화개초등학교 운동장엔 어제 하동에서 보았던 그 목련나무 군락이 보인다.
아무래도 저 방식은 아랫 가지들을 모두 쳐내고 높이 자라게 하는 듯 하다.
많이 훼손되어도 아름다운 동네다. 역시 클레스는 영원하다.

주차한 곳으로 내려와 화개 다리 건너 861번 타고 문척쪽으로 올라왔다.







문척으로 올아오면 토금으로 갈라지는 고개 입구에 정사가 하나 있다.
풍수적으로 강 건너 금환락지 오미리와 금내리, 용두리를 마주하고 있는 지점이다.
머리 위로 다섯 봉황 형상의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든 풍수가들이 탐하는 포지션이다.
오봉정사五鳳精舍다.
정사 마당의 벚나무가 하도 장했고 산수유도 마지막 꽃잎을 남기고 있었다.



























이 정사의 유례는 다음 방문시 앞의 안내문을 봐야겠다.







정사 옆으로 토금마을로 올라가는 초입이고 역시 잘 생긴 벚나무가 서 있다.
꽃 남아 있을 때 저 탁자에서 간식 한번 먹자.
개나리도 이곳엔 요즘 지천인데 역시 나에게 홀대당하고 있다.







나무는 경이롭다.
여기는 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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