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31


오늘이 3월 마지막 날인가.
어제는 심히 늦은 오전까지 뻗어 있었다.
아마도 몸살인 듯 했다. 뭐 한다고 몸살인가.
밭으로 갔다. 파꽃이 드문 드문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뽑으라고 그랬다. 다 뽑았다. 뽑고 다듬는데 장난 아니다.
한박스는 지리산형수에게 넘겨 주었다. 소비가 힘든데 버릴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점심 먹고 좀 쉬다가 파 뽑은 자리와 허브 옆, 원래 밭고랑 뒷편의 돌밭을
뒤집었다. 몸이 좋지 않은데 가학성 노가다는 사용하지 않았던 몸의 근육에
자극을 주고 오늘 밤 잠을 달게 만들 것이다.
대략 호박과 옥수수 자리를 확보했다. 3시간 정도 반팔 입고 간혹 햇살 아래
움직이고 나니 좀 났다.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잡념 없이 시간 보내기는
땅이 좋은 듯 하다. 대략 살펴보니 금년 밭은 서른평은 되겠다.
저녁 아홉시 무렵에 수면제 책 들고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다섯시 좀 못 되었다.
다섯시에 맞춰둔 알람을 죽이고 대략 일어났다.
아직 어둡다. 좀 더 있다 나서야겠다.
허브 차 한잔 마시고 인터넷 좀 보다가 차 가지러 사무실로 올라갔다.
6시에 집 앞에서 출발했다.
사진 보다 어두운 상태였고 밝아오기 시작했다.
오늘과 내일은 하동 방면이 일년 중 유일하게 막히는 이틀에 해당하는 날이다.
어제 새벽 벚꽃을 찍을 생각이었지만 뻗었고 포기하려다가
썩은 몸뚱아리 놀리면 뭣 하겠는가.










중기마을 앞에서 그냥 셔터를 눌렀는데 모두 흔들렸다.
새벽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소리난다고 그냥 계속 찍은 것이다.
며칠 사진감이 좋았던 탓에 새벽빛 상태를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나무그늘 아래에서, 해도 뜨지 않은 상태에서, 흐린 하늘의 미명 아래
다리도 없이 막찍기는 역시 무식한 짓이었다.
다리가 있다고 들고 다닐 사람도 아니지만.
여튼 이 아침에 128장 찍었고 남겨진 사진은 32장이다.
늘상 찍는 포커스였으니 다른 원인으로 삭제한 것은 없고
오로지 '모두 흔들렸기' 때문이다.
아래로 올려지는 사진들도 미세하게 흔들린 사진들이 많다.
그러나 뭐 진짜 진짜 오늘이 마지막이란 판단이라 가능하면 많이 올린다.
같은 위치에서 며칠 같은 포커스의 사진 본다고 지루하실 수도 있겠지만
뭐 어쩌겠나. 내가 주인인데.









늘상 찍는 쌍계사 길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서 우리가 걷고 사진 찍는
길의 대략적인 측면도 모습을 잡았다. 10리니까 대략 4km 될 것이다.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지자체 전체가 너도 나도 벚나무 심기에
열 올리고 있고 이 길도 의신마을 윗쪽으로 점점 자라날 벚나무들을 이후에도
계속 이어 심은 듯 하다.
일제시대부터 연원을 가진 이곳의 벚나무야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나라 안에서
벚꽃 심기에 혈안인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갠적으로 생각한다.









사람이 없을 것이란 예상은 깨어졌다.
물론 붐비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같은 목적으로 사람을 피해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다.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폰으로, 똑딱이로, 렌즈로, 심각한 놈으로 모다 모다 들고 나와 예술 중이었다.
쓰러져 방치된 고목에도 꽃이 피고 있었다.
새벽은 좋았다.
언듯 언듯 빗방울도 느껴진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다.
벚꽃 축제의 메인데이에 비가 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꾸역 꾸역 이곳으로 몰려 올 것이다.
그들 역시 오늘과 내일 말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7시 30분경에 철수했다. 이미 분을 다투어 차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황사비가 내릴 것이다.
861번 타고 구례로 오른다.









19번과 861번을 가로질러 섬진강은 흐른다.
19번과 861번은 다투듯 벚꽃을 피우고 있지만
10년만 지나면 오늘은 나에게 홀대받고 있는 861번이 장관일 것이다.
19번의 대부분은 한켠으로만 벚나무가 심어져 있고
861번은 16km 전 구간이 양갈래로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것은 어쩌면 딜레마다.
남원에서 내려오다 보면 구례의 시작을 알리는 대형 사인물에
'산수유의 고장 구례'라고 표기되어 있다.
광양 매화, 하동 벚꽃, 구례 산수유 등식의 출발은 생태적 결정이었지만
이후 만들어지는 시각화를 염두에 둔 조경은 맞불 작전이다.
물론 그 모든 결정 보다 좋은 것은 자연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국토는 전반적으로 조경되고 있고 국토는 사람이 정한 공간 개념이다.









사성암으로 들어섰다.
구례군도 이곳에서 오늘밤 조촐한 벚꽃축제를 시작할 것이다.
날씨는 비 오고 어제 낮의 영상 20도 탓에 쌀쌀한 기운까지 느껴진다.
벚나무는 찍지 않고 마고실 앞 섬진강에 비친 풍경이 유난해서 그것만 몇 컷 찍었다.
사실 구례를 벗어나 하동 쌍계사의 벚꽃만 찍고 있는 며칠이
좀 미안하기도 하다. 산과 강과 하늘에 구획은 없지만
나는 구례 백성이기 때문이다.
오늘밤 날씨가 허락한다면 밤벚꽃 축제와 행사를 찍을 것이다.
내일 아침은 사성암에 올라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펼쳐질 벚꽃 가로수길을
찍었으면 한다. 물론 이도 날씨가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비 내리지만 새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오후에는 그칠 것 같기도 하다.
벚꽃보고서는 다음 주 초반, 눈 처럼 쌓인 길 위의 벚꽃잎을 찍을 때 까지 계속될 것 같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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