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10


오늘은 이른바 펜션을 소개하려고 한다.
펜션이 뭔가? 민박은 뭐고?
간혹 내가 여행하면서는 묻는 화두이자 이곳에서 살면서,
이곳의 살이 방식으로 많은 주민들이 택하고 있는 이 '숙박업'의
개념 규정은 항상 아리까리한 것이다.
펜션pension. 네이버에 물어보니 '요약' 이라는 한 줄로는 이렇다.

'호텔의 합리성과 민박(民泊)의 가정적 분위기를 갖춘 새로운 숙박 시설.'

좀 길게는 이렇다.

펜션은 원래 연금(年金)·은급(恩給)의 뜻으로 유럽에서 노인들이 여생을
연금과 민박 경영으로 보내는 데서 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유럽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민박풍의 작은 호텔로, 가족 경영에 의한
전 가족의 서비스가 특징이다. 가족 여행자의 장기체재에 대한 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방 10개 정도의 양실 위주로 유럽풍의 민박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호텔에 가까운 시설로, 청결하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요금은 호텔보다 싸지만 민박보다 비싼 편이며 독일·프랑스 등지에서는
레저 지대만이 아니라 도시·농어촌까지도 번져 숙박 시설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검색해 보기도 처음이네. 대략 보아하니 정확한 개념 규정은 없는 듯 하고
귀족이나 인민이나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으로 쉽게 인식하는 '유럽풍' 이라는
아이템을 빌려오면서 조선식으로 마구잡이 적용한 것이 펜션인 모양이다.
유럽풍. 참 한심스러운 개념이다. 유럽이 한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유럽풍이라는 표현의 특징은 한마디로 '나는 문화와 철학이 없다'는 자기 선언이다.
문화와 철학이란 것이 뭐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평소 생각이다.
'개고기 먹는다' 는 행위는 문화고
'개도 재료다' 는 생각은 철학이다.
이것은 전승되고 학습되어진 결과다.
그에 비해 '유럽풍'이라는 말은 막연한 서구 동경과 하이디풍의 목가적 이국풍경을
상상하는 그야말로 막연한 관념이다. 유럽의 인민들이 보편적으로
사기 그릇에 음식 담아 먹은 것은 300년이 되지 않는다. 요즘 잘 나가는 영화 '향수' 봐라.
그들이 얼마나 짐승 처럼 살았는지. 산업혁명 한방 이후 200년 동안 기독교백색남근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이런 ㅅㅂ 뭔 펜션 소개가 이 따위로 흘러가나...

내 기억으로 펜션이란 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노무현이 당선되고
가족들이 제주도의 어느 펜션에 머물면서 너도 나도 언론이 이 '펜션'이라는 것을
자동적으로 선전하면서부터이다.
나 또는 나와 가까운 이들은 제대로 된 펜션에 머문 경험이 드물 것이다.
인민들이 이야기하는 펜션이란 사실 간판 교체한 민박집이나 모델들이다.
물론 최근에 생겨나는 자연경관 좋은 곳의 숙박지는 거의 간판이 '@@펜션'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구례 같은 오래된 동네의 펜션은 사실 민박집이 대부분이다.
조립식페널로 짓고 신경 쓴 집은 황토나 황토벽돌에 혼합자재로 건축한다.
이런 집은 주인들이 살고 있는 경우고 독립 가옥형의 조립식페널집은
주인이 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원도나 제주도 쪽으로 통나무로 잘 지은
펜션들이 있다고 하나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구례에서 마땅한 민박집이건 펜션이건 모텔이건 간에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내 기준으로는' 마음에 드는 한옥펜션 '쌍산재'를 발견한 것이다.







쌍산재의 매력은 안으로 들어갈 수록 하나씩 밝혀지는 집구경의 재미에 있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에서 키워드는 옷장이다.
옷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한꺼풀씩 벗겨지는 양파 처럼 점점 더 부드러운 속살과 은밀함과
은근함을 가진 300년 된 고택이 바로 쌍산재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 632번지'에 해당한다.
쌍산재는 짐작할 수 있듯이 조상의 호 雙山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지금 쌍산재 주인장 '오경영' 님은 6대손이다.
찾아오는 길도 비교적 쉽다. 하사, 상사마을 이러면 이곳 사람이 아닌 분들이
난해할 것이고 그냥 화엄사로 가는 메인 도로를 따라 마산면 길을 오르다보면
파출소 못 미쳐 '쌍산재' 라는 작은 팻말이 보인다. 그 길로 우회전해서
상사마을 쪽으로 계속 들어오면 쌍산재 이정표도 자주 나오고 그냥 계속
따라오면 된다. 상사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
주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 사실 이 주차장은 쌍산재보다는 바로 옆의
유명한 '당몰샘' 때문에 만들어진 것 같다.
당몰샘 물맛이 문외한인 내 입에도 약간 특별하다.
이 당몰샘을 대표로 해서 이 마을 '상사'는 장수마을로 유명하다.
당몰샘은 검색해보면 자세한 설명이 나올 것이다.
쳔년된 마을 보다 오래된 여전히 생생한 물맛의 샘이다.







당몰샘 옆으로 바로 쌍산재 대문이 나온다.
멀리서나 바로 앞에서 봐도 그냥 평범한 시골 한옥으로 보일 뿐이다.
아래 설명 도면에 표기한 바로는 A에 해당한다.
오늘 사진이 많다. 뭔 사진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집구경이니
집의 이런 저런 기능을 가능하면 아주 상세하게 소개하려니 그렇다.
사진 상태는 그렇게 좋지 않다. 볕이 좋아 오후에 우발적으로 전화드리고
방문했는데 화이트밸런스가 많이 날아가서 사진이 별로다.
무엇보다 실내 모습은 거의 알려드릴 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어두워 촬영 자체를
포기하거나 건진 것이 거의 없어 그렇다.







도면은 쌍산재 사이트에서 들고 와서 조금 손을 봤다.
쌍산재 사이트는 맨 마지막에 알려드릴 것이다. 숙박에 대한 자세한
문의와 가격 정보 등은 사이트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일단... 주차장에 주차하고 쌍산재 대문을 바라보면 A와 B만 보인다.
그래 평범하고 그렇게 큰 집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대문을 들어서면 사자와 마녀, 옷장, 쌍산재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걸어서 점점 더 깊숙하게 들어갈 때 보이는 것이다.
이제 말은 좀 줄일 것이니 위 도면과 대조하면서 쌍산재를 구경하면 좋을 것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왼편으로 다용도 또는 주인장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는 광 비슷한 공간이 나온다. 치자와 시래기를 말리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 3시경이었다.







당몰샘쪽으로 향하고 있는 B채의 전면이다. 바로 앞으로 담이고
당몰샘이라 아침으로 분주한 느낌일 것이다. 이곳으로 한두사람이 머물수 있는
한칸 짜리 방이 두개 정도 구비되어 있다.
물론 그 한칸짜리 방도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다.







B채의 45도 방향 측면이다. 시래기와 치자를 말리고 있는 광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마루 위를 보면 에어컨 외기가 보인다. 손님들의 거듭된 요청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좀 있다 이야기하자.







도면의 C채에 해당한다.
부부에 아이 딸린 방문객이 우선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두개의 방이 있고 역시 각각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다.
물론 이 C채를 통째로 빌릴 수도 있다. 부무님들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적당한 공간이 될 것이다.
도면을 보면 B와 C, 표기하지 않은 그 옆의 작은 요사채 가운데로
마당이 있고 그 자체로 전형적인 시골 농가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은 전경 되겠다.






家內의 당堂 같은 기능을 하는 약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형상인데
이 자체로도 안온하지 않은가.
나는 여기까지가 이 민박(이 장면까지는 '민박이구나' 라고 생각했다.)집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만으로도 각 방에 달린 화장실, 샤워 시설, 취사시설 등과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라 구례에서 본 민박집 중에서는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그냥 '사자'에 해당하는 영역일 뿐이었다.







B채에 딸려 있는 마당의 가마솥이다. 물론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손님들이 사용하고 주인장은 유도한다는 것이다.
땔감은 주인장이 제공한다. 아주 실비의 땔감값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천원인가 삼천원인가... 나 같으면 이 시설을 사용한다.
물론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다.






가마솥에서 몸을 돌려 위를 바라보면 C채 넘어 독립된 가옥이 하나 보인다.
도면의 D채에 해당한다.
"저건 뭡니까?"
"아, 한채짜리 전용으로 새로 지은 집입니다."
가봐야지.







한층 높은 땅에 자리하고 있는 D를 구경하기 위해 돌계단에 발을 올리면
이제 '마녀'의 공간으로 입장하는 것이다.
한채짜리 뒤로 마당이 있나, 이 집 뒤로 산은 없는데... 상사마을로 빠지는
길이 니오나, 등등한 의문이 생기는 돌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D채 앞에서 내려보니 비로소 B채의 뒷모습이 온전하고
오른편으로 살짝 대문도 보일 것이다.
장독. 언제나 기분좋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D채 전경이다.
사실 쌍산재 전체적으로 광각렌즈를 장착하고 있어도 온전한 전경을 담아내기
힘들다. 더구나 나 같은 28-105 렌즈로는 더 힘들다. 전면적으로 나타나기 보다
한꺼풀씩 보인다. 그것이 쌍산재 가옥 배치의 매력이다. 그 매력의 진맛은 아직 멀었다.
새로 지은 집인데 실질적으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한채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내부 구조도 전통 한옥 방식으로 만들었고 이 집채 뿐만 아니라 모든 집채와 방이
땔감과 기름 보일러 겸용이다. 하지만 난방에서 땔감은 금하고 있다고 한다.
화재 위험 때문에 언젠가부터 그렇게 방침을 정한 모양이다.
유지비가 많이 드는 기름이지만 일단 난방은 그렇다.







여기도 물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이런 장치들이 있다.
이미 본 B, C채 앞 마당의 화덕도 그렇지만, 보이는가 저 수도꼭지.
나는 개인적으로 주인의 저런 실제 동선과 실질을 생각한 배치가
마음에 드는 것이다. 의외로 민박집이나 펜션이라는 집에서
이런 장치는 대부분 설정인 경우가 많고 사용하기 불편하게 만들어 둔 곳이 많다.
하지만 이 집은 수돗가에서 닭잡고 털 뽑고 가마솥에 바로 넣어서 삶는
'실생활동선'이 잘 배려되어 있다.







몇 계단 더 올라와서 다시 아랫채를 내려다 본다.
도면상에서 E구역이다. 기본적으로 대숲이다.
작년 늦은 가을에 대竹를 좀 정리했다고 한다.
굵은 대숲을 만들기 위해 그리했다고 한다.
이 집도 결국 연원은 가정집인데 주택 안의 대숲으로는 제법 넓은 편이다.
그리고 이 대숲은 쌍산재 입구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 B, C채 뒤로 그냥 평범한
대숲의 방호벽으로 보이게 하는 은폐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내 생각이지만 숲을 조성한 윗대의 어르신들 생각도 같았을 것이다.
사이 사이로 매화, 산수유, 벚나무를 계획적으로 조성하였고
내가 모르는 더 많은 수종의 꽃나무들이 있다. 이날은 동백이 막 끝물을 향해
시간을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몇 걸음 더 올라서서 다시 내려다본다.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아래에서 올려보는 것과 달리
신기하게도 위에서는 서서히 상사마을 쪽으로 전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그것이 전면적이지 않다. 대숲 사이사이로 보이는 것이다.
앞 서 이야기했지만 이 집의 특징은 '사이사이로' 바라보는 것에 있다.
우리는 지금 '마녀'의 공간을 통과 중이다.







다시 조금 더 올라간다.
그리고 내려다본다. 이 집은 정말 밖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집 안에서 밖을 감상하는 '의도된' 조경을 보여주고 있다.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것이다.
이 즈음에서는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대감 같은 것이 생긴다.







돌계단 끝에 당도하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경이 펼쳐진다.
대숲 끝으로 돌담이거나 낮은 야산이거나 상사마을 옆구리 정도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넓은 마당과 좁은 진입로가 다시 나타난다.
'마녀'의 공간은 끝이 나고 이제 '옷장'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좁은 진입로 왼편으로는 텃밭이다. 200평 이상으로 보인다.
갈고 있는 중이다. 이 텃밭의 결과물을 손님들은 공짜로 향유할 수 있다.
이제 파, 상추, 등등한 일상 채소들이 심어질 것이다. 시기가 그렇다.
방문자들은 쌀과 고기 또는 메인 찬거리를 준비하고 이 밭에서
필요한 만큼 채소를 뽑아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작년 가을에는 이 밭의 고구마를 사람들이 너도 나도 캐어 갔다고 한다.
올해도 이 공간은 아마도 고구마를 심을 모양이다.
그것이 아이들이 체험하기도 좋고 먹기도 재미있다.
여튼 오픈된 텃밭이자 작은 농장이다.







오른편으로는 잔디밭인데 특별한 용도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텃밭으로 가꾸어도 되겠지만 시각적인 여백으로 느껴진다.
봄이나 가을에는 파라솔 하나 펴 놓고 잔디밭에서 책이나 읽고 하면 낮잠은
필연적일 것 같은 너른 마당이다. 200평 정도 되어 보인다.
좁은 진입로 좌우측으로 텃밭과 잔디정원이 대칭형으로 포치되어 있다.







뒤돌아 보면 내가 지나 온 그 짧은 공간은 이미 아득히 먼 과거 처럼 보인다.







좁은 진입로 즉, '옷장' 끝 저 편에 뭔가 있다.
계단을 올라와 진입로 입구에서는 이 집이 나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는데
주변 밭과 정원을 구경하면서 걸어 들어가는 동안 집의 형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진입로에서 오른편으로 살짝 비켜선 중문이 나온다.
진입로와 중문과 본채가 일직선이었다면 알아보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뽐내는 것은 '유럽풍'에서나 구사하는 싸구려 미감이다.







중문을 넘어섰다.
중문 밖에서 들여다본 것과 한발 중문을 통과한 이후 시각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형상은 다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중문 안으로 다시 좌우 협시보살로 자연스럽게 '버려둔 듯' 가꾼 정원이 있다.
그리고 집 한채가 보인다.
이제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지나 '그리고 쌍산재'로 들어 온 것이다.







마지막까지 터널 같은 한 그루 나무를 배치에 전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예쁘다. 이 즈음에서 나는 이 집의 매력에 완전히 빠진다.







이곳이 이 집의 본채에 해당하는 쌍산재다.
원래 서당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대대로 출사하지 않고 유학만 연구한 집안이다.
문외한의 눈에 글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 집은 이 현판으로 로고타입을 만들어야 한다는 디자이너의
직감이 작동한다. 한글은 단아하게 변형한 명조로 해야 할 것이며
적절한 브랜드 슬로건 같은 문장 한 줄이 첨가되어 하나의
C.I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마당 왼편으로 비켜서서 쌍산재 전경을 잡아 본다.
역시 정원의 구조상 완전한 전경을 잡기는 불가능하다.
가려지고 숨겨진다.
이제 본채 오른편으로 뺑뺑 돌아 집을 감상해보자.







오른편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주인장에게 마루 건너 뒷문까지 열어 줄 것을 부탁드렸다.
한옥의 맛은 이런 포커스 아닌가.
'그리고 쌍산재'로 입장했던 중문이 보이고
터널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대청마루가 시원하다.
한참 바라보고 싶어진다.
한국건축 이런 것 아닌가?
이런 시선과 철학을 포기해야 하나?







집 뒷켠을 돌아 바라보자면 오른편에 서면 누마루가 보이고 건너 정원이다.
이 집 동백은 개량형 낮은 동백이 아니라 색깔 고운 재래종이다.







누마루 옆으로 서서 한 컷.







나는 이 본채 앞의 소박하고 작은 정원 조경이 마음에 아주 든다.
이 집은 담양 소쇄원도 아니고 하회 병산서원도 아니고 해남 윤씨고택도 아니다.
그런 '문화재끕'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훌륭함은 이미 충분한 것이고
감상하는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움이 있다.
일종의 정신적인 부담감까지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집은 그런 부담감이 없다.
300년된 살림집인 것이다. 건축물 하나 하나가 문화재급은 아니지만
그 부담스럽지 않은 평범함 속에 내장되어 있는 '실 생활적인 전통'이
쌍산재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소쇄원을 내 집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쌍산재 스타일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라는 기대감이 사치스럽게
여겨지지는 않는 것이다.







누마루 아래로 역시 시용할 수 있는 아궁이가 있다.
장작연기와 가마솥의 김은 이 마루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우나 윗 집이 얼마나 따듯한지 아나.







누마루 끝에 목침이 보인다.







목침에 머리를 받치면 이런 전경이 보인다.
익숙하고 은폐되었고 개방되었기도 하다.
누군가 저 중문으로 들어서는 것을 나는 볼 수 있지만
방문자가 나를 먼저 발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나는 접었던 서책을 펼치고 짐짓 책읽고 있는 시늉을 할 것이다.
그리고 툇마루 입구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들고
'어, 자네 왔는가.' 무심히 내뱉을 것이다.







쌍산재 B, C, D, F 동은 모두 리모텔링 되었다.
내가 감탄하는 것은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현대적 편리'를 실현했다는 것이다.
다락이면 다락, 아궁이면 아궁이 그 모든 것은 보존되었고 취사시설과
화장실, 샤워실을 이른바 '입식'으로 세심하게 재배치했다.
사진 촬영은 힘들었다. 한옥의 특성상 한지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강해
방 안에 불을 켰지만 밖의 빛이 잡아 먹는 화이트밸런스가 대부분이었다.







큰 방 뒤로 달린 쪽방이다.
저 낮은 작은창 같은 것이 돌아버릴 조상들의 지혜이자 여유 아닌가.
낮잠이 좀 부끄럽다면 이 쪽방에서 잠을 청하고 인기척에 누운 자리에서
저 작은창을 열어 보겠지.
나 역시 지금 어찌 열어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환장하겠네...
이런 환경에서 뭔 자본주의적 경쟁력이 강화될 턱이 없다.







콘트라스트 이빠이 올려 욕실 하나 공개한다.
이 욕실과 연이어 보일러실을 증축했는데 일부러 본채와 30cm 정도 거리를
두고 보일러실을 만들었다. 본채 보존을 위해 그렇게 했다.
그리고 쌍산재의 모든 방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손님들의 요청 탓이라는데 나는 이 지점에서 손님들이 좀 정신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자연채광과 자연바람이 보장되는 한적한 공간에
하루 머물면서 어찌 약간 덥다고 에어컨을 요청한단 말인가.
주인장이 그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맞는 것인가, 아님 숙박 요건에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나는 철학 있는 펜션을 지지하고 싶다.
'건방진펜션'을 보고 싶은 것이다.







쌍산재 본채를 아쉽지만 이제 나선다.
그런데 중문에 이르기 전에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다른 문이 하나 보인다.
"저쪽도 집입니까?"
가보면 알겠지.







가는 길에 눈길을 잡는 것들이 좌우로 숨겨져 있다.







아하, 일단은 이 밭의 채소들로 요기를 하겠구나.
작은 텃밭이 숨겨져 있다. 아니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 있다.







풀장이다.
여름에는 물을 채운다고 한다.
가족단위 방문객이 놀기에 족해 보인다.







그리고 그 작은 문 앞에 섰다.
이 문을 열면 또 뭐가 있단 말인가.
'사자, 마녀, 옷장 그리고 쌍산재' 로는 영화가 끝날 수 없는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물水이다.







상상할 수 없었던 보가 펼쳐진다.
상사, 하사마을 농수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뚝방길이 산책하기에 적절하고 앉아 있어도 좋을 분위기다.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면 상사, 하사 마을 들이 보이고







고개를 오른편으로 돌리면 넓은 못과 저 절집 이름이 뭐더라...
사도리 뭔 탑이었나... 여튼 지방문화재끕 절집이 보인다.






되돌아 오는 길에 그 좁은 문의 현판이 보인다.
들어설 때가 아니라 돌아갈 때 보인다.
'영벽문映碧門'
돌아갈 때 내가 들어왔던 門의 이름을 안다.
새벽에 이 문을 열면 고요한 수면에서 나의 푸른 그림자를 만나게 된다는 뜻일까,
아님 이 문에 푸른 물그림자가 비친다는 의미일까.
옛사람들은 왜 이리 멋있나.







되돌아 나오려면 다른 길은 없다.
왔던 길을 그대로 나가 본재 중문을 통과해서 나가는 것이다.
물론 풀장 마당을 가로지르는 무식한 방법이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누가 그러겠는가.







빠져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감상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정도면 펜션이다.'
자격 요건은 내 맘이다.







내려오는데 보이는 '옷장' 구간, 대숲 초입의 동백은 입장할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들어설 때와 나갈 때 제 각각 다른 맛인 것이다.
대숲 계단을 내려서면 아마도 사바세계가 나타날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작은 공간인 쌍산재에서 우리는 다양한 시각적 경험과
감정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구례를 찾는다면, 지리산이나 섬진강을 찾는다면 300년 된 한옥 펜션 쌍산재를 권한다.
자세한 숙박 정보는 쌍산재 사이트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http://www.ssangsanje.com

사이트는 공교롭게도 웹디자이너인 내 눈에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민박집이나 펜션 사이트와 다르게 확연하게 활발하다.
커뮤니티도 살아 있다. 방문객들이 만족했고 여운이 남았단 소릴 것이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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