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14





이곳에서는 광주mbc 제작 프로그램을 뉴스 이외에도 간혹 방송한다.
물론 다 보고 난 후 자막 올라가는 것 보고 알게 된다.
어제도 그랬다. 서울에서는 아홉시 뉴스 끝나고 다른 프로그램 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나로서는 KBS스페셜, 수요기획, MBC스페셜, 인간극장
등의 프로그램은 즐겨 본다. 지금 검색해보니 어제 서울 등에서는
'섹션 TV 연예통신'을 하고 있었을 시간이다. 다행이군. 유명 연예인 차가운 날씨
속에 밤샘 촬영한다고 엄청 고생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보는 것과 어찌 비교하리.

어제는 여수에서 배 타고 가야 나오는 조그만 섬학교 이야기였다.
검색해도 광주MBC 사이트에서 '다시보기'만 나오고 해당 프로그램 내용 소개가 없다. -,.-
여튼 '여남중학교 화태분교장 이야기'가 어제 내가 본 이야기다.
졸업생이 7명이었나? 9명이었나...
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라 초반 어느 장면에서부터 보았는데
자동적으로 리모컨 STOP! 상황이 된다. 무엇보다 섬마을 선생님 인상과 목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김치민 선생님.
선생님은 내가 리모컨을 막 멈춘 순간 졸업앨범을 손수 제작 중이셨다.
졸업생이 10여명 안팍인데 졸업앨범이 가능하겠는가. 손수 사진 찍고
하나 하나의 얼굴에 일일히 글을 쓰고 있었다. 오죽 잘 알겠는가.
그 아이의 집 수저 갯수까지 아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나.
직접 사진 찍고, 포샵 등에서 편집해서 출력한다. 그 디자인이란 것이
어차피 업으로 하는 일이 아닌 분이 하는 것이라 좀 유치하고 상상할 수 있는
구성이어서 보는 중에 '연락해서 내가 해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프로그램 말미에 든 생각은 이런 앨범의 가치에 시각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박완서 식으로 표현하자면 '모독' 아닌가 하는 자성이 들었다.
그 사랑의 값을 어찌 디자이너의 눈 따위로 매길 수 있겠는가.

한자 시험을 치고 선생님은 바로 답안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본인들이 직접 채점하게 한다. 시험의 목적은 순위 구분하기가 아니라
'알게 하는' 것이란 말씀이셨다. 대안교육이고 대안학교고 다 필요없을 듯 했다.
이런 환경, 이런 선생님이면 되는 것 아닌가.
프로그램 말미에 외부 지원을 받아 제작한 그 졸업앨범이 아이들 손에 건내졌다.
김치민 선생님은 캐논 30D에 백통을 달고 있었다. 사진마니아인 샘이다.
일년간 아이들과 섬마을 풍광을 담았고 제법 자주 학교 사이트와 개인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고 일종의 교육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 특별한 졸업앨범을 받아 든 한 여학생은 결국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어머니를 암으로 보내고 그 과정에서 재산 모두 날리고 낙담한
아버지는 집을 나간 상태였다. 그래 섬의 조부모님과 살고 있었던 것이다.
화면을 보면서 나는 시종일관 웃고 있었을 것이다.
웃는 행위는 눈가에 약간의 힘을 가하게 되고 번지려는 물기를 잡아주는 기능도 한다.







김치민 선생님이다.
오늘 학교와 김치민선생님 홈피에서 사진을 몇 장 허락없이 들고 왔다.
사이트에서 읽고 볼 만한 글과 사진도 많았다.
몇 개를 일별하다가 어제 방송에서 보았던 그 공부방 이야기가 보이길래
읽었다. 좋은 글이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보내 온 편지도 보인다.
달력 뒷장에 정성을 다해 쓴 편지다.
아래로 김치민선생님이 올리신 글과 연이어 한 아이의 아버지가 보내 온
편지글도 둔다.




요즘 섬마을 선생의 일상이 제법 바쁘다.
월요일에는 월호도에서 자고 화요일에는 두라도에서 잔다.
돌아다니며 물건파는 사람을 돌팔이라고 한다는데 요즘 내 모습이 돌팔이 선생이다.
3월 19일 두라도 봉통 마을에 공부방을 열었다. 작은 빈집을 학부모들이 정리하고
청소해 마련한 공부방이다. 공부방에 가려면 통학선을 타고 두라도 선창에서 내려
20여분 동안 산등성이를 올라 봉통마을까지 걸으면 된다.

작은 방에 헌 책상이 9개, 아이들은 저마다 작은 보퉁이를 하나씩 안고
공부방으로 모인다. 아직 공부방에 적응이 덜 된 녀석들은 공부방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가 하면, 서로 조용하자고 하는 말이 모여 시끌벅적하기 일쑤다.
오늘은 내가 두라도 공부방에서 함께하기로 했다. 대두에 사는 녀석 셋이
시작 시간이 넘었는데도 공부방에 나타나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서 오늘은 오기 싫은 모양이다. 집에 전화해 못오는 사정을 듣고는
공갈 반 협박 반의 퉁명스런 어투로 마무리했다.
아이들은 공부를 시작해 조용하다. 컴퓨터가 구해지면 필요할 것 같아
미리 놓아 둔 탁자에 3월 달력을 접어 쓴 편지가 보인다. 말쑥한 글씨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로 시작된 편지를 읽었다.
가슴이 찡하다.
편지를 읽고 있는데 대두 아이들 셋이서 늦게야 왔다.
녀석들은 혼날까봐 조금 전에 도착해 공부방 밖에서 망설이고 있다.
유리창을 조심스레 흔들어보기도 하고 고양이 걸음으로 서성거리기도 한다.
모른 체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작은 목소리로 부른다.
"선생님!"
"예, 누구세요?"
창문을 여니 녀석들이 쭈뼜거리며 공부방 모퉁이에 서있다.
반갑게 맞았다. 잔득 긴장한 표정의 녀석들.
"빨리 앉아서 책펴지 않고 뭐해!"
녀석들 한숨돌리고 앉아 조용히 책을 편다.
아마 들어오면서 단단히 각오했나 보다.
'녀석들 바람부는데 여기까지 왔으면 됐다.'

학교가 끝나 통학선을 타고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저녁을 먹은 후 공부방에 모인다.
숙제도 하고 모둠일기도 쓰고,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간다. 벌써 10시다.
오늘은 대원이 집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대원아, 가자!"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 평생을 하루 아니 1년으로 단축시켜 보아라.
그리고 옆에 있는 과일 나무를 보아라
이 나무는 일년에 한 번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나무가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열매 맺기까지는 폭풍을 견디어야 하고,
차디찬 겨울 눈 서리도 맞아야 한단다. 그리고 봄이면 어김없이 싹을 틔운다.
열매를 살찌우고 풍성한 과일을 만들기 위해서 비오는 날이면 물을 흡수하고 땅에 있는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열심히 자기의 일을 한단다.
물론 수고를 아끼지 않고 열심히 손질하는 농부가 곁에 있단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이 나무라면 부모는 뿌리이겠지.
그리고 너희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나무를 가꾸는 농부아니겠니?
이제 너희들은 조그마한 방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뿌리가 되는 부모는 너희들을 위해서 열심히 뒷바라라지 하고,
농부되신 선생님은 너희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 지식과 지혜를
불어 넣으면서 열심히 지도하실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가 되는 너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가지를 내고 열매 맺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겠지. 모든 것은 때가 있다.
겨울이 오면 잎도 떨어지고 열매도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죽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너희들의 공부하는 것도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 아니껬니?
미래를 향해서 말이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지금 너희들은 싹을 튀우고 있다. 공부가 끝날 무렵이면 가지가 무성해 지겠지.
나무가 가지를 키워 동서남북으로 뻗어 가듯이 너희들도 각자 넓은 세상으로 나누어 질 것이다.
아니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그 곳에서 열매을 맺을 것이다.
아름다운 좋은 열매가 값이 있듯이 너희들도 아름답고 좋은 사람으로 열매 맺게 될 때
값진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아이들아 사랑한다.


- 새롬아빠 윤신옥



여남중학교 화태분교장 홈페이지는
http://www.hwatae.ms.kr

김치민 선생님이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 성격은,
http://moduok.net

광주mbc 해당 페이지로 가셔서 4월 13일 방영분 '금요기획'으로 동영상을
보실 수 있다. 회원가입도 필요없고 미디어플레이어9만 깔려 있다면 조회수
많은 방송도 아니니 끊김없이 감상할 수 있다. 대략 50분 정도라 길지만
프리미어리그 <미들스브로vs아스톤빌라> 전은 밤 11시다. 이동국이 출전할 가능성도
낮고 경기력도 낮은 팀이니 여남중학교 화태분교장 이야기 동영상을 보는 것은 어떨까.
끝나고 새벽 1:30에 FA컵 준결승 <맨체스터Utd vs 왓포드>을 보면 될 것 아닌가.

http://www.kjmbc.co.kr/tv/tv_prog.asp?url_name=tv_fri_c&p_name=fri&ccode=details&m_code=menu03


4d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