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4/16

2007.4.16


밤 사이에 비가 제법 온 모양이다.
약간 늦은 아침, 창을 열고 산을 보니
'참 적당한 날씨군...' 이라고 중얼거리고 싶었다.
오래간만에 구름의 변화가 많고 가시거리가 좋아보였다.
무엇보다 모든 사물이 맑게 보이는 구름 많은 날씨였다.
한마디로 사진 찍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하지만 산을 보고 가늠한다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다.
봄이라 운해는 힘들 것이지만 그래도 오를 것인지 말 것인지 사무실
안에서 머리를 굴렸다. 까짓껏 헛걸음 한다고 생각하고 출발하지 뭐.
뭔 작업 좀 해 놓고 오후 2시 넘어 길을 나섰다.

간만에 남원 육모정쪽 종주도로를 들어섰다.
구례 천은사쪽 진입로는 사찰입장료를 받는다.
여전히 지자체와 사찰간의 줄다리기가 계속 되고 있지만 종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찰은 관람하지 않아도 지나가는 도로가 사찰 땅이니 통행료를 내라는 산적짓인 것이다.
종교단체가 뭐 그러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종교단체 만큼 막무가내에
교양 없는 집단도 없지 않은가. 거의 국케의원들과 일이등을 다툴 것이다.
그래 여튼 입장료 내지 않는 육모정쪽 진입을 택하지만 따져보면
입장료 보다 기름값이 더 많이 들어갈 것이다.
종주도로는 급경사, 급회전 길이라 가능하면 2단 주행이라
계기판에서 기름 내려가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







가장 느린 와이퍼를 켜 두어야 할 하늘이었고 대략 해발 800m 이상부터 멋진 구름은
역시 꿈이고 구름과 짙은 안개 속이다. 역시 아닌 것이다.
운해를 제대로 만나는 것은 운명이요, 우연이요, 하늘의 뜻인 것이다.
정령치에 주차했지만 보시다시피 아직 잔설이 남아 있고
주차요원도 보이질 않는다. 정령치는 남원에서 관리하는데 거의 죽어 있는 휴게소다.
남한에서는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하는 휴게소라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을 운행하지 않으니 자연히 휴게소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지리산 북부사무소 홈페이지에 작년 말에 정령치 휴게소 운영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5,500만원 걸면 정령치 휴게소 주인이 될 수 있다.
잠시 고민했다. 개인적으로는 성삼재휴게소 보다 정령치를 좋아한다.
만복대를 오르는 입구 아닌가. 돈이 딱 54,900,000원 모자랐다.
담배 한대 피고 얼른 이동했다. 역시 지리산 서북 사면은 날씨가 험하다.

성삼재를 바라고 다시 내리막을 타는데 구름 장관이 중간 중간 보였다.
역시 대략 800m 부근에서 구름은 놀고 있었다. 그 이상은 무진기행이다.
성삼재를 불행하게도 무사통과했다. 성삼재 또한 1,100m 높이 아닌가.
성삼재 아래 시암재휴게소에 차를 멈추었다.
시암재는 800m 정도된다.







성삼재쪽은 오리무중이고...







구례쪽은 부분 부분 구름장관이었지만 시암재휴게소의 단점은
성삼재 만큼의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얼어 죽을 것 같은 갑작스러운 산 위에서의 추위였다.
눈 앞에서 이동하는 구름의 빠른 습격은 그 자체로 냉기 덩어리의 공격이었다.












천천히 내려오며 급경사지만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산내음이 참 좋았다. 사진으로 남기기에 적절치 못한 급경사 도로의
난점이 있어 우리가 느낀 산공기를 전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데스.







매화, 산수유, 벚꽃 지고 꽃의 향연은 끝이 나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그 꽃들의 양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연산홍, 조팝, 앵도, 진달래,
유채, 자운영, 개나리, 산벚꽃이 읍내와 산과 들과 강가에 지천이다.
내일 좀 찍을 생각이다.
여튼 이 남쪽 나라는 꽃이 참 지천인 땅이다.
산길에서 만난 조팝(으로 추정-,.-) 나무는 뭐랄까...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랄까.
더구나 오늘 같은 날씨엔 색과 느낌이 아주 짙다.
해발에 따라 산은 봄에서 겨울까지 다양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 존재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지리산. 그 덩어리감은 언제나 탁월하다.
속으로 진입하지 않는 이런 주마간산走馬看山 에서도 충분히, 옹졸한 내 마음 자리가
부끄러워진다.






구례땅 광의면 초입으로 착륙했다.
유채 넘어 백운산 줄기로 구름이 이동중이었다.
몇컷 찍었지만 딱히 손에 잡히는 포커스가 나오지 않아 모두 삭제했다.
왜 나는 이렇게 많이 삭제하는 것일까.
뭔 도자기 굽는 것도 아니고.







갑산들 초입에 연산홍을 조성했다.
그림에서 이런 보색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외국 작가로는 마티스, 우리나라 작가로는 임직순과 오지호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나름으로 예술할 때 나 역시 극단적 보색대비를 즐겼다.
그것은 촌스러움 아니면 지극한 세련됨이다.
하지만 자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구사해버린다.
自스스로 然그러하다.







갑산들 중앙에서 구름과 산은 칼로 그린듯 선연했지만
내가 원했던 포커스는 실패했다.
훨씬 앞으로 나가서 밭고랑과 산과 구름까지를 잡았는데
구름은 다 날아가버린다. 왜 그런 것일까.
10여장 이상 찍었지만 역시 모두 삭제하고 달랑 이 한장 남았다.
아직 비의 기운이 남아 있다.
내일 아침은 완전히 맑아질까.
내일은 사진 좀 찍어야겠다.


4d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