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4/19

2007.4.19


이틀 정도 작업을 하고 있다.
뭐 아주 열심히 한다기 보다 하루에 5~6시간 정도이니 평소에 비하면 엄청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두통이 오고 몸이 좋지 않다.
지금 이곳의 급속한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차 몰고 나가면 되는 일이지만
하늘이 꾸물하고 일도 좀 그렇고 해서 미루고 있다.
하동쪽에서 올라오다가 만나는 구례 진입 사인물 사진이 필요해서
어제 아침에 며칠 만에 강변을 따라 내려가는데 신록이 대단했다.
역시 사진은 아침이다. 하지만 혼자 내려가는 차는 속력을 좀 내는 편이고
목표로 했던 내용물만 담고 그냥 들어왔다.
아침이면 대략 7시 즈음에 알람을 맞춰 두고 일어난다.
그리고 창을 열고 노고단쪽 날씨를 보고 다시 잠자기를 반복한 며칠이다.
아침 햇살이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시간이 좋을 듯 한데
계속 아침은 안개와 낮은 구름이다.
그래 오늘 점심 무렵에는 내일 아침 촬영 지점 사전 답사한다는 생각으로 한바퀴 돌았다.
그러나 내일 이곳 날씨는 '흐림'으로 예보된 상태다.







강 따라 내려가다가 쌍계사 계곡으로 올랐다.
벚꽃 이후 찾지 않았다.
신록이 찾아 오면 의신마을 쪽을 볼 것이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쌍계사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나서 칠불사 입구까지 온통
식당과 민박, 펜션, 찻집, 불가마까지 지천이니 그 길가의 녹음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나는 좀 처럼 카메라를 들지 못한다.
칠불사와 의신마을로 갈라지는 길목을 지나면 좀 잠잠해지고
2km 정도 오르면 완전히 잠잠해진다. 의신마을에 당도하기 전에는
협곡과 계곡만 존재하고 사람들도 이곳까지 오르지는 않는다.
대성골쪽 등반 루트지만 많이 죽어 있는 길이다.
대성골은 5월말이나 6월 초에 답사할 생각이다.
소주 한병 챙겨서 떠날 길이다.  1952년 어느 밤, 빗점골과 의신마을, 대성골은
토벌대의 집중사격과 포격으로 초토화되었다.
가장 많은 빨치산들이 사망한 밤이다.
그날 이후 이 골짜기는 벌목꾼과 산꾼들 이외에는 그렇게 찾지 않는 한적한 골이 된 것이다.
지금 내 사는 모습이 그 분들 뵙기에 스스로 불편한 정신상태이기는 하지만
그 골짜기를 지난다면 소주 한병 계곡에 흩뿌리고 지나가야 할 것이다.
의신마을 좀 남겨두고 맞은편 계곡의 신록이 하도 화사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었다. 내일로 미루기에는 아까운 신록과 햇살이었다.







계곡물은 보기에도 시린 色이었다. 바닥 잔돌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의 모습은 찍고 보니 영락 없는 관광달력 사진이다.
하지만 그 달력을 실제 마주하고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냥 이 길목에서 좀 머물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의신마을은 올라가봐야 차 돌려 내려오는 유턴 지점 이상의 의미밖에 없고...







지난 겨울에 이 골짜기를 처음 찾은 이후,
'참 쓸쓸한 골짜기'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협곡은 전망을 제공하기 보다는 막막함을 제공한다.
정서적으로 탁 터인 공간을 좋아하는 나의 시각적 연원은
물론 바다에 있겠지만 이곳에서도 들이나 산의 정상, 능선길을
선호하는 것은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간혹 찾는 골짜기는 전혀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더구나 지금 이 순간의 연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나의 정원' 이라는 생각을 한다.
빛나는 연초록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어떻게 저런 色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 한 몸 누일 공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그 '고정된 어떤 공간'에 대한 집착이 탁 끊어져 버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어 내려왔지만
막상 처음 가보는 모든 마을은 숨겨진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오늘은 이곳에, 내일은 저곳에 살고 싶은 것이다.
뭔 돈을 쳐 바른다고 한들 이곳의 산과 강과 들을 발치 만큼이라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하여, 이곳의 모든 잡초와 신록과 꽃들과 그 모오든 장한 모습들을
나의 정원으로 삼는 것으로 족할 것 같다.
허나 또한 안다. 내 손바닥에 '행복' 이라고 쓰고 하늘을 가려봤지만
피붙이들은 나의 눈으로 하늘을 보지 못하니 나의 이 실현 중인 소박한 행복은
종내 그 가치를 객관화할 수 없는 내 마음의 문제란 것을.
정말 하늘을 가린 손바닥에 불과하다는 것을.
또한 안다. 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인연의 끈이 만든
마음의 문제이니 신록은 인연의 끈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신록에게는 애당초 그런 의지가 없었고
나는 그냥 나의 정원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드물게도 언화에게 나를 찍어달라고 했다.
이 연초록 앞에 서 있는 내 모습 한장 남기고 싶었다.
나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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