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5/02

2007.5.2





월요일부터 시작한 일이 예정보다 하루를 넘겨 이제사 끝이 났다.
1987년부터 1994년 까지의 과거를 되돌아 보아야 하는 탐탁치 않은 일을
앞 두고 좀 망설였지만 나는 곧 일을 제대로 하기로 결정했고 가능하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월요일은 자료들에 대한 셀렉팅을 끝내었고
화요일은 사진 처럼 사무실 바닥에 진열해 놓고 시기와 성격에 따른 분류 작업을
하루 종일 진행했다. 포스트잇 수정하기 수백번.
결국 하지 않기로 작정했던 80여장의 사진을 스캔하고 일률적으로 A4 사이즈로
파일을 정리하고 보정하는 작업까지 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하루 사이에 과거의 내가 되어 일하고 있었고
일하는 방식도 숨가쁘게 나를 몰아세우는 옛날 그대로였다.
수요일인 오늘. 하루 종일 분류를 완료한 168개 자료들의 목차와 설명 작업을 진행했다.
한글 파일로 23p에 해당하는 타이핑을 다시 나를 학대하듯 두들겨 나갔다.
이틀 전에 언화가 타이핑한 연표 6p를 제외하면 17페이지 분량의 내용을 만들어 내고
타이핑한 것이다. 내 머리 속에서 그 시기 7년의 흔적과 기억은 전혀 삭제되지 않고 있었다.
분류하면서 들여다 본, 과거에 내가 쓴 글들이 남의 글인 듯 어색했는데
오늘 나는 14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람 처럼 쉼없이 키보드를 두들겨 나갔다.
어깨와 뒷통수는 마치 연신내 골방에서 심한 작업을 한 듯 딱딱하고
며칠 고생할 듯 하다.







어제 분류 작업 중 만난 14년 전의 나.
1993년 1월 9일 밤, 전주 예수병원 부근의 기독교단체의 회관.
조직을 마감하는 총회를 진행중이었고 몹시 지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 밤이 지나면 이 일도 끝이라는 생각으로 총회장 구석에서 진행에
소용되는 즉시 원고들을 워드프로세스로 타이핑하고 출력하고 있었던 나.
그날의 무게와 통증이 고스란히 전이 되는 오늘.
몇 년 전에 일본에서 만난 한국 민중미술을 연구하는 일본 사람의 질문,
"왜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민중미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가?"
잠시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나는...
"당신들에게는 연구 대상일 수 있지만 우리들에겐 청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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