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5/04

2007.5.3


오전에 네이버 로그인 박스 옆으로 '밀양' 이라는 영화의 배너가 보인다.
어떤 느낌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역시 경상남도 밀양이 영화의 공간.







영화 '밀양'.
감독은 이창동. 주연은 전도연.
이창동과 전도연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감독과 여배우다.
혹자는 이창동 영화가 제공하는 '불편함'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불편하기 보다
전반적으로 짜증스럽다. 전도연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기 보다
'연기를 못하는 것은 아닌 여자배우' 라는 평가가 적절할 것이란 개인적인 생각이고.
여튼 이 두 사람과 송강호가 합체되어 만든 영화 '밀양' 이라는 타이틀에
나는 주목하는 것이다.
마침 송강호는 경남 김해 태생이라 사투리 구사에서 거의 완벽할 것이다.
밀양 사투리는 많이 억세다. 70년대 한때 면적과 인구비례당 강력범죄율에서
전국 수위를 다투었던 동네다. 부산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 중 많은 이가
고등학교 때나 대학시절에 밀양천변으로 텐트 들고 놀러갔다가
난감한 봉변을 당하고 오곤 했다.
나 역시 밀양하면 좀 거친 동네라는 선입견이 있다.
가까운 밀양 출신 사람들도 제법 있지만 그들 역시 우연인지 한주먹이나 한성질씩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 영화 '밀양' 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에 관한 제목으로 적절하단 생각이다.
나의 호감은 사실 간간히 타이틀이 '구례' 라는 영화를 간혹 상상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구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면 제목을 뭐라고 해야할까 라는
상상을 했는데 '구례'가 가장 적절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영화 '아프리카 탈출'의 주인공이 메릴 스트립이나 로버트 레드포드가 아니라
아프리카 자체라는 평가와 같은 맥락에서 그렇다.







"여행다니시는 모양이지예?"
"아뇨, 살러 왔어요."

예고편 동영상에서 송강호가 전도연에게 묻는 장면이 익숙하다.
내가 이곳에서 저런 질문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 뉘앙스가 비슷한 질문은
간혹 받았었다. 그 질문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곳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해뵈는
사람에게 '이곳 사람'이 던질 만한 가벼운 확인 절차이고,
'살러왔다'는 대답은 전도연의 말이나 내 입에서 나간 답이나 동일하다.
그것은 '부유하고 있는 존재와 시간'을 확신하고 질문을 던진 사람들에게는
당돌한 답변 방식이다. '살러 왔다'는 단정적 어투는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자기 확신을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예고편에 저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는 것은 이 영화의
절반은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뭔 말인지 알겠어.

나는 영화 '구례'를 만들고 싶다.
자연다큐멘터리 말고 '디스 이즈 영화'인 '구례'를 만들고 싶다.
다큐멘터리 '구례'는 어쩌면 3년 정도 이곳의 사계절을 HD로 기록해 둔다면
가능하지만 영화 '구례'는 힘든 미션일 것이다.
하지만 쉽게 접고 싶은 꿈은 아니다.
오래된 주민들,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시집온 베트남 아가씨, 그 시어머니, 그 2세,
밤일에만 관심 있는 마흔 중반의 신랑, 다방 아가씨들, 장터 국밥집, 도시에서 내려 온 거사들,
산 속의 도사꽈들, 스쳐가는 여행객, 읍사무소 직원들, 구례읍 요가단 할머니들, 관광버스 기사님,
조기축구회 맴버들, 시골 중딩과 고딩들, 기름과 가스 배달하는 내 이웃들, 정육점 풍경...
그 속에 당연히 사랑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남녀 주인공들.
여자 주인공은 강혜정 또는 정유미, 중년의 사랑으로 간다면 오지혜도 가능.
남자 주인공은 '봄날은 간다'에서의 분위기 같은 유지태. 오지혜VS유지태도 좋겠다.
읍내 식당 주인 아줌마 오지혜가 도시에서 1년 정도 파견직으로 내려 온 유지태하고
눈 맞아 바람 나는 이야기쪽으로 간다면.
감독은 최동훈이 영화 성격상 적절하지 않은 듯 하지만 잘 할 것이고 안되면
흥행 포기하고 임순례가 만드는 괘안은 영화쪽으로 승부.
시나리오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이 나.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곳의 풍광들.
'전원일기'의 계몽주의와 '박하사탕'의 피곤함이 아닌, '우묵배미의 사랑'에 근접하지만
시각적으로나 이야기 줄기가 더 다양한. '아비정전'적인 원색성과 '화양연화'적인 섬세함과
아프리카 탈출과 같은 와이드 프레임과 책 '나를 부르는 숲'과 같은 위트와 유머가 중간 중간
살아 있는... 명화네.
아침에 심은 고추밭에 물이나 주러 가자.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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