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5.19





오후 5시 45분에 목표했던 일이 끝났다.
예정보다 45분 늦었다. 파일을 USB에 담고 군청으로 날아갔다.
군청일 하냐고? 아니요.
군청은 점점 서울 시절 나의 충무로 출력소가 되어갈 모양이다.
토요일 근무하지 않으니 금요일 퇴근 시간 즈음까지 파일 출력을 해야했다.
아침부터 이 시간까지 입에 단내 나도록 달렸다.
하루 배당했는데 그렇게 끝날 수 있는 분량은 아니었다.
오타 확인도 못했다.
55장 컬러로 뽑아서 다시 집으로 날아왔다.
라면을 끓이고 식은밥 한덩이 말아 먹고 둘이서 급하게 다시 길을 나섰다.
1층 주인집아주머니는 항상 묻는다.

"또 어디가요?"

쌍계사로 간다.
쌍계사에서 음악회를 하는데 오후 7시부터 시작이다.
우리가 집을 나선 시간이 이미 7시 30분경이었다.
해는 기울었고 잔존 태양빛이 좋은 색을 만드는 시간.
861번 타고 하루 종일 묵직했던 머리를 섬진강 바람에 털어버리면서
볼륨을 높이고 달렸다.







쌍계사쪽으로 진입불가.
다리 건너기 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쌍계사를 올라갔다.
쌍계사는 경상남도 하동 구역이다.
'하동야생차문화제' 기간이다.
하동군청 사이트로 들어갔다가 눈여겨 본 행사가 이 밤의 쌍계사 범패시연이다.
주차하고 쌍계사까지 1km다.
평소라면 천천히 즐기며 오를 길이지만 이미 공연 절반이 지난 시간이라
급하게 올랐다. 그 와중에 셔터 누르고... -,.-
연등 좋더라. 깜깜한 가운데.







대웅전과 팔영루 사이 비교적 작은 공간이 음악회 무대다.
쌍계사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소문 만큼 규모가 아주 큰 절집은 아니다.
특히 공간 분배에서 건물군에 비해 여백이 박한 절집이다.
조촐한 음악회다.
들어서자 사람들은 무대로 집중하고 있었고 아담한 공연사이즈가 보기 좋았다.
앞 쪽의 비어 있는 의자는?







쌍계사합창단원들이 앉아 있던 대기석이다.
뜻밖의 의상이다. 하동 사람들 같지는 않다. 물론 일부 있을 수도 있겠지.
쌍계사 정도의 절집이라면 마케팅 능력이 탁월할 것이다.
꽤 막강한 후원 신도군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자리에는 19번 국도 4차선 확장을 강행하고 있는 하동 군수도 와 있다.
쌍계사 무시하고 민선 시절 하동군수 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자자... 하지만 4dr, 합창단원들의 순수한 불심만은 인정하자.







작은 실외음악회에 비해 서피커 용량이 좀 부담스러웠다.
조명도 적절하지 못했다. 이런 이벤트의 조명을 꼭 스포트라이트와 빨강, 노랑, 초록이어야 할까.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중에서 한 밤 중에 잔잔한 조명 아래 승무를 추는 씬이 있었다.
돈도 들지 않고 그게 좋지 않은가. 이게 모두 생각의 문제다.
가야금 소리보다는 고수의 모시적삼에 더 눈이 갔다.
그거 중국산이요 한산모시요?







아해야 너는 왜 꼭 그곳을 고집하니.
뷰를 해봐도 사진이 대략 화이트가 다 날아가서 촬영을 위해 무대 주변
얼쩡거리기를 포기했다.
이런 극단적인 조명 아래에서 나는 대략 연장 탓하고 물러난다.
언화가 앉아 있는 좌석 중앙으로 옮겨 갔다.
공연이나 보자하고...







마지막 무대는 장사익이었다.
성담이형 결혼식 축가 부를 때 보고는 이곳에서 보니 반갑소.
3곡 계약하고 온 것 같은데 6곡 불렀다.
그 정도면 도착해서 주지스님과 마신 차값보다 더 부른 것 아닌가.
원래 이 양반 노래는 취향이 아니라 들을 기회도 마다했는데
이 밤에 처음으로 온전히 6곡을 들었다.
듣고 보니 역시 나의 취향을 확인한 자리였다.
나의 취향? 장르 불문하고 잘하면 마음에 든다.
하지만 무대매너와 이 밤의 정취가 어울려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별빛이 유난했다.
잠시 카메라를 당겼지만 ㅎ 가당키나 한 소린가.







10시 30분이나 되어서 행사는 끝이 났고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범패시연은 끝이 났던 모양이다.
좀 아쉽네. 뭐 이곳에서 살다보면 뭐 기회가 있겠지.
절집을 내려와 다리를 건넜다.
연등은 초파일과 야생차문화제와 겹쳐 24일 밤까지 이어질 것이다.
다리 아래로 천막촌을 이루고 좀 폼나는, 본질은 술집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연등의 역할은 길만 밝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민들 구제하는 것이 제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종교, 저 종교 할 것 없이 종교의 권력자들은 없는 것들 돌보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다음 주 초파일 전야에는 화엄사에서 뭔 행사가 있는지 가 볼 생각이다.
가능하면 연등제 시간에 가는 것이 뭔가 볼게 있을 것이다.
그때도 입장료를 받을까?
국립공원입장료를 금년부터 폐지했지만 북한산에서나 실감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이곳에서는 오히려 더 열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재관람료' 라는 명목으로 여전히 돈을 빼앗기고 있다.
각 절집에서 받는 것이다.
더구나 인상까지했다. 속리산법주사와 구례화엄사는 800원씩 인상해서 3,000원 받는다.
얼마 전까지 구례군청 사이트에는 팝업창이 있었다.
'문화재 관람료 문제와 구례군은 무관하다'는 것이 요지였다.
무관한거 맞다.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시행한 것이고
구례군과 다른 사찰을 있는 지자체들은 '사유재산'으로서 각 사찰들과 무관하다.
그러나 말이다.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는 덕유산은 올 1∼3월 23만3842명이 찾았다.
예년 평균(16만8519명)에 비해 39% 증가했다. 이에 반해 지리산 화엄사가 30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지리산 국립공원은 32만5330명으로
예년 평균(35만2911명)보다 8% 줄었다.
39% 증가한 것도 놀랍고 8%, 그것도 연차적인 것이 아니라 단 몇개월 만에 8% 감소한
사실도 놀랍다.
구례군은 과연 무관한가?
이라크에서 날아다니는 미군의 총알이 순수한 시민들은 피해서 날아다닌다는
이야기만큼 놀라운 발상 아닌가.
관광수입이 전체 군 연간 수입의 1위를 차지하는 시골 지자체에서 방문객 8% 감소는
심각한 문제다.
결국 절 구경 하지 않고 지리산만 가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지 않으면 되는 것인데
절집 입장료 받는 매표소를 절집 앞으로 이동하면 되는 문제다.
문화관광부와 관리공단은 종용하고 있지만 사찰들은 말을 들지 않는다.
자기들 땅이기 때문이다. 입장료에 준하는 지원금을 달라는 말이겠지.
문광부 입장에서는 그것을 감당하기 억울한 것이고.
틀림없이 강하게 갈등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면 화엄사 정도의 파워라면 막강한 신도그룹이 있을 것이고
그들의 로비 능력은 탁월할 것이다. 선거라는 아킬레스건을 조계종은 쥐고 있다.
그래 이래 저래 인민들만 계속 입장료를 내면 되는 것이다.
원래 법과 권력은 가진자들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그래 나는 다시 아Q가 되어 혼자말을 하는 것이다.

"개새끼들 연등은 왜 달고 지랄이야."







축제의 메인스트리트 건너편 주차장 쪽은 한산하다.
인민들은 등불을 죽이지 못하고 옥수수 하나라도 팔아서
하루를 지탱하려고 한다.
쌍계천에 비친 불빛은 부처님 오시라고 밝혀 둔 불빛이 아니라
타 들어가는 인민들 가슴 속의 火災다.
처음으로 다리 입구의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옥수수 하나 얼맙니까(하나 팔아주자)?"
"이처넌요(두명 이구만)."
"하나 주세요(이런 거 사기도 처음이다)."
"감사합니다(하나라도 다행이지)."
"많이 파세요(우리끼리 삽시다)."

나무젓가락 돌려가며 옥수수를 씹으며 섬진강 따라 집으로 올라왔다.
별빛 참 곱다.


4dr@naver.com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