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5/29

2007.5.29





꽃밭인가.
아니다.
우리밭이다.
꽃을 키우려 했는가.
아니다.
열무를 키우려 했다.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나도 모른다.
알고 이러겠는가.







4월 8일. 곡성장에서 열무씨를 샀다.
종묘상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직접 당신의 손으로 거둔 종자라고 하셨다.
뭘 알겠나만은 좋아보였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시골이라 뭔가 제품화된 것 보다 더 신뢰가 가는 그런.
그래 구입을 했고 며칠 후에 우리밭으로서는 제법 넓은 면적에 씨를 뿌렸다.
그때 나의 자세는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의 숭고함 그대로였다.
나는 열무김치를 좋아한다.
10여일 전부터 열무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잎이 올라오는 시점부터 바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슨 조화인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 밭은 눈을 씻고 봐도 이런 기이한 현상이 없다.
며칠 더 기다렸다.
꽃은 더 화사해졌다.
퇴비 부족論과, 열무 아니다論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프랭키와 그의 후배가 도착한 날 쌈채소 때문에 밭으로 갔는데
정말 눈에 뜨게 화사한 지경이었다.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이 지난 월요일 오후에 너무 촘촘한 열무를 좀 뽑겠다고
올라간 밭은 유채꽃도 아닌 아리까리한, 하지만 예쁜 색의 꽃이 만발한
완연한 꽃밭이 되어 있었다.
일단 수습 차원에서 꽃대가 분명한 것들은 다 뽑았다.







가능하면 얼굴을 숙이고 작업을 진행했다.
정말 동네 사람들 보기 쪽팔리는 것이다.
기념촬영하고 황망히 밭을 벗어났다.
저 비닐 꽃다발을 들고 집까지 걸어왔으니
오늘 즈음엔 읍내에 소문이 파다했을 것이다.

"그것들 봤나? 열무 꽃다발 들고 내려가는거."

집 앞에 당도했을 때 1층 주인집 아주머니의 확인사살이 있었다.

"그거이 뭣이여?"
"...열문데요..."
"종자를 잘 못 샀구만. 쯔쯔쯔. 먹도 못하것네."

꽃대 옆구리로 난 연한 잎이라도 먹고 말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뽑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어린 것들은 어떻게 할까.
열무꽃을 엄청 좋아한다고 말할까,
오밤중에 올라가서 다 뽑아 버릴까...


4d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