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6/07

2007.6.7


이틀 정도 되었을까.
쌍산재에서 대나무가 껍질을 벗고 충격적인 초록을 보여 주었던 것이.
아침부터 이 대나무의 진화를, 사실은 죽순의 화려한 변신을 기록하기 위해
주인장 없는 쌍산재 대밭을 찾았다.
대숲은 특성상 약간 어두울 수밖에 없는데 그 속에서의 초록은 한마디로
'빛나는' 그 무엇이었다.
비가 오거나 아주 이른 새벽이었다면 색감이 더 좋았을 것인데
나의 게으름은 오늘 새벽 알람을 무시하게 만든 주범이었다.







높이가 제법 되다보니 고개를 쳐들고 보지 않는 한 대나무가
해마다 이렇듯 박피하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께도 굵어지고 그런...







애벌레의 탈피도 아닌 것이 나무의 이런 양질전환 법칙의 시각적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하나의 경이였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사람에게는 경이지만 그것을 보고 입 벌리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경이였을 것이다.

"그게 뭐 그렇게 신기해요?"







죽창의 날카로움은 그 느닷없는 날 선 창끝의 이미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초여름,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는 竹을 잘라 날을 세운 두건 동여 맨
100년 전의 농민들에게 이 color는 분명 혁명적이다.
저 초록에 붉은 피가 대비됨은 역시 먹물의 한계인가.







죽순은 하루가 다른 것이 아니라 시간이 다르게 올라온다.
그 충격적인 초록은 몇 년 묵은 대나무들이 아니라 이 시간에 올라오고 있는
죽순들이 나무로 변화는 과정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굵은 대나무는 죽순 시절부터 결정된다는 사실 또한 새로이 알았다.
대나무는 굵어지지 않는다. 태어날 때 부터 굵은 놈은 그 두께의 죽순으로
땅 위로 모습을 보이고 가는 놈은 태어날 때 부터 그렇게 가늘고 자라서도 그 두께이다.
이 광경의 목도는 죽순을 채취하기 위한 액션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며칠 전 자정 넘어 순천에서 영화 '밀양'을 보고 나와서 담배 한대 피는데
심야 상영을 보고 나온 아주머니들의 불만에 가득 찬 토론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전도연이 교회를 다시 다니는겨 아닌겨?"

영화는 다른 이창동의 영화보다 짜증스럽지 않았고 예상보다 전도연의 발악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만 재미가 없었을 뿐이다.







하사와 용두마을 사이 어디 쯤에서 수일 전에 뺑소니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에서 사건으로 변화하는 순간이었다.
늦은 밤 논에 물 대러 나가시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물론 그것은 찰라였겠지만 할머님의 마지막 잔상은 이제 막 심은 모의 연두색이었을 것이다.
외지인일까 이곳 사람일까...
뺑소니 운전자의 머리에 여생 동안 남을 잔상은?
며칠째 19번 국도에 경찰들이 분주하다.







사무실 앞 그늘에 할머니 두 분이 쉬고 계셨다.
사무실로 청해서 늦은 오후 커피 한잔씩들 나누었다.
비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사무실 방충망이 열리고 감귤 2개가 들여보내진다.
차갑다.







LG 미니냉장고를 주문했다.
46리터 짜리 장난감 냉장고를 배달하기 위해
인근 배달 나온 디따 큰 LG전자 순천 트럭이 사무실 앞에 섰다.
트럭 디자인도 멋있다. 유니폼도 멋있다.
세명이 왔다. 46리터 냉장고 들고.
10일을 기다렸다.
다시 들고 갔다.
가스가 샌다.
불량이다.
멋있게 와서 쓸쓸하게 퇴장했다.
잠시 후 감귤 할머니가 창으로 흘깃 보시고

"냉장고 배달왔더만?"
"불량이라 다시 가지고 갔습니다."
"썩을 놈들 뭔 일을 고따구로 한다냐?"

그래도 竹의 초록은 여전합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 며칠 쉴랍니다. 용맹정진 해야겠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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