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7/06/21

2007.6.21





사무실에서 상사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용두마을 입구에서
하사마을 쪽으로 우회전한다.
점심 무렵에 지나치는데 어떤 젊은 아낙이 도로변 밭에 서서 애타게 도움을
요청한다. 스쳐 지나가다가 이게 단순한 히치하이킹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차를 후진했다.

"아저씨, 사슴 좀 구해주세요."

이게 뭔 말인가?
도로변 아래로 하사들은 무지하게 넓다.
수로는 마을 위쪽에 위치한 도로를 끼고 이어져 있다.
수로 속에 아주 어린 사슴(노루로 판명)이 빠져 있었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40cm나 될까. 아주 어린놈이다.
지난 밤이나 새벽에 먹이 구하러 내려온 어미를 따라 왔다가 변을 당한 모양이다.
다 큰 놈들도 한번 빠지면 빠져나가지 못하는 수로다.
마침 얼마 전에 환경다큐멘터리에서 이 장면을 만난 적이 있다.
어미는 날이 밝아와서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뒤로 하고 산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젊은 아주머니는 얼굴이 상기되어 안타까워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가 지금 임신 중이라 그냥 가지 못하겠네요. 좀 구해 주세요."

나 역시 난감한 상황이지만 일단 차를 세운 이상 멋있는 척 해야하지 않는가.
아주머니 장화를 빌려 신고 수로로 들어갔다.
사람이 다가가자 어린 사슴은 마치 새 처럼 '잭잭' 거렸다.
도망치려고 발버둥쳤다. 익숙하지 않은 내 손으로 잡았다.
잭잭거리며 수로 더 깊은 곳으로 도망가려 한다.
뭉클한 느낌이 와서 순간적으로 나 역시 몸서리를 쳤다.
다시 작정하고 녀석을 단단히 잡아 올렸다.
밭고랑에 내렸다.
녀석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가쁘게 호흡하고 몸을 떨고 있다.
어쩔 수 없다. 대책 없을 땐 인호형에게 전화한다.
내용을 이야기하고 어떤 단체건 데리러 와 달라고 SOS를 타전했다.
수로의 물은 차갑다. 심하게 떨고 있는 녀석을 위해
운전석 내 허리를 받치고 있는 담요를 들고 나왔다.
담요로 감싸 안았다.
팔딱거리는 아주 약한 몸짓과 체온, 뭉클한 생명의 비린내가 확 끼쳐왔다.
10여분 후에 환경단체 사람들이 도착했다.
자리를 떠났다.
도로에 내려 놓은 녀석이 이미 나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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