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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301.jpg



금요일에 가려고 했지만 그냥 스켈링라도 먼저 하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 길이겠다 싶어
아침에 전화를 하고 하동 치과로 갔다. 수술 중이라는 단정한 사인이 프론트에 올려 있었다.
다른 환자는 없었다. 가급이면 수술 전후로 예약을 받지 않은 모양이다.
기다리는 동안 내 눈은 벽을 쓰다듬었다. 진료이념. 병원에 가도 그런 것은 읽지 않았다.
그런 것을 붙여 두는 것인지도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문장이 단정했다.


환자와의 대화를 중요시 한다
치아를 최대한 살린다
무통치료를 지향한다
보철물은 오래, 튼튼하게 쓸 수 있도록 한다


형식적이고 의무적으로 알린 내용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루 전, 의사는 나와 비교적
많은 대화를 했었다. 내가 경험한 의사의 구 할은 어떤 형태건 항상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1년 만의 스켈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앞니는 다음 날 잇몸치료 마취 각단에 뽑을 것이라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간호사는 환자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을 살짝 미안해하는 듯했다.
가급이면 술과 담배, 짜고 매운 것을 피하라고 말했고 나는 그 소리들이 우스워서 웃었고
나의 희미한 웃음에 간호사도 자신의 소리가 객쩍은 소리라는 것을 아는 듯 웃었다.
잠시 간호사의 웃음이 전 민족적인 문제에 대한 웃음인지 대한민국 국적의 중년 남자들에 대한
웃음인지에 대해서 생각이 머물렀지만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앞니 전반적으로 허약하니 오징어 같은 단단한 음식은 평생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목에서는 내 마음이 좀 경건해졌다. 나는 평생 건어물과 견과류를 즐겼다.
냉장고에 남겨진 오징어 봉지를 잠시 떠 올렸다. 어차피 내일이면 앞니 중 센터백을 뽑을 것인데
마지막으로 확 씹어버릴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강을 따라 올라갔다. 화개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한 번 방문했다.
월인정원이 일본으로 갔고 지난 7일 동안 나는 아무런 성과와, 성과에 대한 일절의 생각도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어제는 아팠다가 오늘은 그럭저럭 견딜 만 한 이에 대한 생각이 간혹 있었고
그냥 길을 오르내렸고 별이를 세 번 산책 시켰고 몇몇 사람을 만났다.
미루어진 일 두어 가지, 몇 백 장의 사진 보정과 사이트 하나 정도의 디자인을 하는 것이
성실한 일상이었으나 나는 그냥 나를 방치해 두고 싶었다.
실질적으로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방치하고 있었으나 뭐랄까, 마누라가 없는
망중한의 나른함은 그런 방치에 합법성을 조금 더 보장해 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거나 잡지 않고 있다.
방향을 잡는 순간 움직여야 할 것이니 어쩌면 최대한 방향을 잡지 않기 위해서
버틸 수 있는 선까지 버티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스스로 맑은 평가일 것이다.
오가는 길에 지난밤에 내려 받은 오아시스의 몇 곡을 계속 들었다.


Come on, Turn up the sun
Turn it up for everyone


햇볕은 좋았고 강은 빛났고 먼 산으로 단풍이 내리기 시작했고 바퀴는 낙엽을 밟았다.
입 안은 얼얼하면서 약간의 통증이 있었고 담배 연기는 좁은 창 사이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Turn up the sun. 그들의 고향 맨체스터 공연의 첫 곡이었다. 태양도 결국은 식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딴 생각을 하면서 강을 거슬러 올랐다.
화개 작업장에 도착해서 내가 선택한 것은 커피가 아닌 캐모마일 티백이었다.
청소를 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어차피 다음 날 창호 공사가 있을 것이니 그때 하기로 했다.
청소는 항상 나에게 전환을 위한 제의와 같은 기능이 있다.
차를 들고 창가의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몇 장 읽었다. 잠이 얼핏 들었다.
햇볕이 좋았고 의자는 편했다. 이 공간과 조금 더 친해져야 할 것이다.
나에게 화개는 여전히 공사가 끝나면 내가 머물 주요 공간이 아닌 관리해야 할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것은 주인의 자세가 아니라 집사의 자세에 가깝다.


가 아프다.
내 몸이 어딘가 아픈 장면 앞에서 나는 얼핏 나의 고통을 타자화 하는 입장을 취한다.
너 아프구나. 그래서 어찌할 것인가. 한 마리의 포유류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영화 <대부>에서 아들 알 파치노는 아버지 마론 브란도가 바지니 측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려 하자 말한다.

- 우리가 약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아버지는 대답한다.
- 약해졌다는 표현이야.

아프다는 것, 그 앞에서 나는 약해졌다는 역설적 안도감을 조금 느낀다.
가급이면 멋있어 보이려고 연출한 일상을 살아 온 혐의가 짙은데 그냥 노골적으로
온전히 나를 위해서 사냥을 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 연출과 편집을 들어내고


보철물은 오래, 튼튼하게 쓸 수 있도록 한다


와 같은 단정한 문장으로 사는 것.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다.
내일은 무슨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4dr@naver.com



Atachment
첨부 '1'
  • 은영낭자 2015.10.14 13:41

    **치과다녀오셨나봅니다^^

  • 4dr 2015.10.14 17:40
    누군가를 욕 한 것이 아니라 칭찬했는데 같은 일을 하는 옆의 누군가가 기분이 서운한 경우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인근에서 식당이건 뭐건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나무와 숲 2015.10.15 10:59
    나이들어 좀 아프고, 많은 것을 겪고, 보고 알아 조금 멍청해 지고, 순해지고....
    그리하면 좋을 것을...
    국사교과서 문제를 보며, 자유의 진정한 적은 선량하지만 무식한 열성 분자들, 이란 말이 다시 뜨오릅니다.
    그럴 땐 이 나라에 살기 참 힘들게 느껴집니다.
  • 4dr 2015.10.15 22:09
    공간으로 이해하시죠. 국가라는 것을. 저는 점점 그리 되는 듯 합니다.
  • 리꿈 2015.10.15 11:11
    아프지말고 행복하자!
    누군가의 노래 말 처럼....

    건강하셔야 뭔가를 도모하실텐데....
  • 4dr 2015.10.15 22:09
    도모 도모 도모 도모... 글세요.
  • 미나리 2015.10.15 13:36

    소설 읽은 느낌 입니다.^^

    모든 단것을 지금은 드시면 안될듯합니다. 안됩니당.. 극도로 조심요.
    치료 때문에 아픈것도 그렇겠고..평소 치통이 오면요. .
    믹스커피포함 과당 설탕든 모든것 (음식)이랑 과일쥬스까지요.
    넘 아플땐 우선 급한데로 물을 야금야금 드시고..많이요
    통증이 수그러들면 미리 드신 음식을 회상? 해보시구요.
    매실청(매실고)을 새콤? 정도로 희석해서 드시면 뚝....통증이 멈출수 있어요.
    매실액은 설탕 들어있어 드심 안되어요.. 똑같이 아포요..^^
    약보다 편하고 빠르고.. 전 그랬답니다.
    저는 수유인생이 길...어서도 그렇고 약을 멀리 하다보니
    아플때 다른 방법을 많이 찾았답니다.
    한살림같은데서 팔아요..수년 드실거예요. 여러 용도루요.
    혼자 있을때 아프면 더 서러워요. 엉 엉...
    병원에 적혀있다는 글이 참 맘에 드네요.

  • 4dr 2015.10.15 22:12
    소설을 쓰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요.
    매실고. 그놈을 내년에는 만들어 두어야겠군요. 청은 요즘 소화제로 밖에는 사용을 하지 않는 듯하고.
  • 게꿀 2015.10.16 07:36
    어디가 아픈가?했는데 치과정도야 뭘.
    오랜만에 포디알 분위기를 물씬 느껴지는 글에 빠져봤네
  • 4dr 2015.10.16 15:36
    역시 저는 분위기 있는 남자였군요.
  • 서연아제 2015.10.16 14:19
    이빨 치료차 치과방문은 빠르면 빠를수록 돈 버는법이라던데
    벼루다 벼루다 찾아갔드만
    잇몸이 약해져서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기에
    일주일에 1회씩 8주째 방문하고 있네요
    맴고 짜고 차갑고 뜨겁운 건 조심하라, 나하고 처방이 같네요
    나한텐 술 담배는 말 안하던데...
    반환점을 돌고 나니 하나씩 고장이 나타나네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 4dr 2015.10.16 15:36
    반환점... 그렇게 많이 남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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