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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일 화요일 아침.

헬로키티 어르신 담과 운조루 서편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키티 어른신이 누우셨다는 소리도, 다시 일어나셨다는 소리도 들었다.

운조루 형님은 여전히 마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며칠 전에는 논실댁이 세상을 떠나셨다.

마을은 느리게 예정된 시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이고 난 자리는 점점 커진다.

난 자리는 새로운 든 자리가 매우지 못할 것이다. 애당초 역할과 기능이 제 각각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약간 일찍 눈 뜬 아침에 카메라를 챙겼다.

생각한 것 보다 안개는 짙지 않았다.

며칠 째 새벽안개는 오전 열한 시가 되도록 마을과 들판과 도로에 머물렀다.

짧은 오르막에 숨을 뱉었다. 숲의 향기 같은 것을 맡을 수 없었다.

하루 전 낮에 잠시 들린 오미동. 곧 이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대평댁이 들어섰다.

다짜고짜 자네 이사 가느냐는 말씀이다. 흔히 듣는 소리다. 화개로 나가는 트럭이

몇 번 마당을 들락거린 이후 나온 소리들은 이른바 오피셜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덕암댁이 대평댁에게 내가 이미 마을을 떠났다고 한 모양이다. 그것은 심술이다.

역시 시골에서 소문은 교정되지 않는다. 그냥 피식 웃고 꿀 한 병을 안겨서 보내드렸다.

추석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2007523일에 오미동으로 들어왔으니 만으로 팔 년이 지났다.

오십삼 년 중 구 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지난 십 년을 기준으로 보자면 내 시간의

거의 전부는 오미동이었다. 살고 싶었던 마을이었고 그리 되었고 별 다른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나는 오미동에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아침에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

오미동 숲을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숲과 마을의 경계선 진흙마다 멧돼지의 몸부림이 지문으로 남아 있었다.

녀석들은 밤이면 텃밭을 열망하고 불빛을 경계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개울을 건너 밭을 탐했을 것이고 사람들은 돼지를 욕했다.

나는 그 경계에 서서 서성이고 있다.

숲에서 나오자 저수지의 새들이 화들짝 놀라서 안개 속으로 날아갔다.

안개는 쓰레기를 감추고 있었다.

대부분의 쓰레기는 당당하지 못하다.

뚝방 아래로 지정댁이 출근하고 있었다.




















































































































































4dr@naver.com

  • 슬기둥 2015.10.20 15:20
    컴 화면에 대고 .. 깊이 들이마셔봅니다. 차고 맑은 아침 공기.. 고맙고 고맙습니다~^^
  • 4dr 2015.10.21 21:41
    옙. 무엇이건 즐거우시면 됩니다.
  • 조 남영 2015.10.20 15:36
    배경음악도 오랫만이네요.. 이 곳 서울도 가을이 깊어갑니다.
    얼마전부터 저도 남은 시간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 4dr 2015.10.21 21:42
    우연히 작업컴에서 이전 파일 한대수 노래를 들었어요. ㅎ
    남은 시간이라...
  • 리꿈 2015.10.20 16:26
    지리산닷컴에서 맺은 인연으로 여기까지 가끔 들락거리는
    이장님 아니 산님의 지지자로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
    늘 그자리에 있을 것 같은 모습과 일상사를 감동있는 글로 옮겨 주시니...
    사진에서 맑고 깨끗한 아침 공기를 느낍니다.
  • 4dr 2015.10.21 21:43
    그냥 살지요. 대부분 그러하듯이. ㅎ
  • 솔개 2015.10.20 17:29
    숨 한번 고르고 갑니다...
  • 4dr 2015.10.21 21:43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 김은희 2015.10.20 22:28
    아...저 길을 한 번도 못 걸어 봤네요. 언젠가 초입에 들어섰던 적이 있는데 곧바로 돌아 나왔드랬죠.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흠..
    다음에 가게 되면 꼭!
    조용한 풍경들 고맙습니다~
  • 4dr 2015.10.21 21:43
    뭘 걷는 것 좋아하시는 분 같지는 않아요. 앉아서 수다가 전문이죠.
  • 춤추는별 2015.10.20 22:28
    사진 참 좋으네요. 새벽녘 안개 속에 서있는 기분입니다.
    저도 이장님 덕분에 오미동도 구례도 알게됐네요.
    앞으로도.. 구례와 화개.. 지리산.. 오래도록 알아가고 싶어요.
  • 4dr 2015.10.21 21:44
    그렇죠. 저도 조금 더 깊이 알아가는 사람이고 싶네요.
  • 가을탓 2015.10.29 16:47
    ㅋㅋ
    더 깊이 알아가는 사람이고 싶네요

    우리 산이 스퇄은 아닌뒤~

    기분 탓인가
    가을 탓인가
  • 심학산인가... 2015.10.20 23:07
    참 행복하네요...
  • 4dr 2015.10.21 21:44
    심학산이 칼국수던가요? 아닌가... 죄송.
  • 무지개물고기 2015.10.21 01:37
    서울 변두리 동네 숲이지만 몇년 전에 비슷한 풍경을 기억한 적이 있습니다.
    저 숲속에 발을 딛고 겊고 싶어요. 많은 상념속이지만 마음은 평온할 듯 합니다.
  • 4dr 2015.10.21 21:45
    사진은 대략 포커스를 선택하는 일이니 믿을 것은 아니지요.
  • 소리로 2015.10.21 02:46
    흑, 바로 저런 자연의 내음을 맡고 싶었는데...
  • 4dr 2015.10.21 21:46
    가셨나요. 아마 우린... 아냐... 만날 수 있을 겁니다.
  • 소리로 2015.10.22 23:17
    저 모레 갑니다. ㅠㅠ
    다음 번에는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다가 반다시 쇠뿔을 단김에 뽑겠습니다! ^^
  • 4dr 2015.10.22 23:52
    아닙니다. 성장보다는 불평등을 심화할 때입니다.
    아니... 같은 말이구나... 다른 말이라고도 하긴 하던데...
    여하튼 저는 쇠뿔이 아닙니다. 괴팍하게 늙어가는 조선의 남자입니다.
  • 나유 2015.10.21 09:51
    눈도 침침, 몸도 찌뿌둥한 도시의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정화시키는 사진과 글 고맙습니다.
  • 4dr 2015.10.21 21:47
    도시의 아침도 다른 상쾌함이 있잖아요. 거리의 빵냄새나 커피향 같은 거. 파이팅해야겠다는 혼자만의 생각 같은 것들.
    여기서 파이팅은 힘듭니다.
  • 2015.10.21 12:26
    이제 그만 서성이시고 들어가셔도 되실 듯 8년이면 충분합니다.
  • 4dr 2015.10.21 21:47
    조만간 결정해야죠.
  • 게꿀 2015.10.22 07:31
    사람이 말야 사진솜씨가 좋으면 글솜씨가 없든지 해야지 말야 이런식으로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몸소 체험이나 하게하고 말야 감동이나 시키고 말야 그러면 안되는 거란 말야
  • 4dr 2015.10.22 22:33
    어찌 반응을 하면 황희정승이 되나요?
  • 재활중 2015.10.22 19:18
    이장님, 사진들이 운치 있습니다.. 안개의 효과인가요?^..^ 요즘 같은 날씨가 쭈~욱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 4dr 2015.10.22 22:37

    포토샵에서 '운치' 필터를 사용하면 됩니다.

  • 재활중 2015.10.23 13:06
    수능에서 "언어유희&사용영역"이 있다면 이장님은 만점 이상이실거에요.^..^
  • 4dr 2015.10.23 23:33
    저의 학창시절에 제 성적표에서 그런 점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 아원(兒園) 2015.10.25 20:49
    아래 댓글 읽어내리며..
    '아, 나도 그랬었지.... 이장님 사진 들여다보며 나를 다독이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이제 이장님과 같은 하늘을 이고 있으니 뭐....ㅎㅎ
    오늘은 피아골 하늘을 이고 행복해 미치겠다고 혼자 중얼거렸었지요...
    ㅎㅎ
  • 아원(兒園) 2015.10.25 20:50
    어머... 댓글 쓸 때는 다른 분들의 댓글이 아래에 있었는데....
    수정합니다.
    윗 댓글 읽어내리며.....ㅎㅎ
  • 4dr 2015.10.25 21:43
    일요일에 붐비는 피아골이라... 오늘 누군가 가려고 하기에 말렸습니다.
    칠불사가 조용할 것이라며.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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