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5 23:44

雜說 / 인사

4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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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몇 마디 하고 싶다.



15112501.jpg



서울 시절에 선배의 전시회 우편물 명단을 체크하다가

얼핏 봐도 빠진 사람이나 단체가 많아서 물었다. 착각하셨나?

미안하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경조사를 알리는 경우는 정해져 있다고.

그런데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개인전 할 때 마다 소문을 내야 한다.

민폐라는 소리다.

나무 베어서 만드는 책이라는 것을 네 번째 만들었다.

매번 소문을 내었다. 아마도 앞으로도 몇 권은 더 낼 것이다.

남아 있는 계약이 몇 건 더 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이런 책 저런 책에

관한 구상을 하기도 한다. 그런 구상은 습관적인 것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사건 또는 상황을 만났을 때 습관적으로 책으로 만들 궁리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앞으로의 경제 활동에 대한 생각을 가끔은 한다.

모니터와의 거리가 불편해지면서 컴퓨터 앞에 장시간 앉아서 무엇인가를

디자인해서 밥을 먹을 가능성은 당연히 줄어든다.

냉정하게 생각하자면 각 잡고 앉아서 글 쓰는 일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사나 몸을 움직이는 일은 원래 소질이 없었고 지금은 더 한심한 지경이다.

내가 책을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폐와 교환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른바 작가들도 그러한지 모르겠는데 나는 스스로 작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업종이 면허증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 그런 것인지 종종 초면의 사람들은

나에게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한다.

글을 쓰고 책을 내긴 했는데,

사진을 찍고 사진집도 내긴 했는데,

작가라는 타이틀을 정서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그것으로 밥을 먹고 있다는 실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되고자 한 적도 없다. 그 직종은 욕망할 만한 직업이 아니다.

지난 세월의 글과 사진은 사실 내가 놀았던 흔적의 결과물들을 뭉친 덩어리였다.

그래서 초면의 누군가를 만나서 스스로를 소개해야 할 대목에서 나는 여전히

웹디자이넙니다또는 이것저것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16년간 나를 먹여 살린 일은 그 일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리 나오는 모양이다.

나보다 더 노골적이고 적극적으로 내 책을 선전하고 사재기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

메일이나 문자로 진심 가득한 비공개 독후감을 보내 주시는 분들도 있다.

어찌 반응해야 하는 것인지 어색해진다. 그리고 미안해진다.

괜한 일을 만들어서 타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자책은 당연히 든다.

다시 또 책이 나오고 스스로 얼굴에 갑옷을 두르고 소문을 내야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도 당연히 생긴다. 이번에는 제법 집요하게 스스로 소문을 내었기에

그 후유증이 이전 책 보다는 더 심할 듯하다.

무조건 감사하고 미안하다. 그냥 그 말이 하고 싶었다.

내일부터는 마음 잡고 디자인 일로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BBC 채널을 간혹 본다. 물론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니 그렇다.

조금 전에 늑대 가족을 기록하던 촬영 감독 이야기의 마지막 멘트가 좋았다.


북극에서의 내 마지막 밤이다.

막을 수 없는 겨울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4dr@naver.com


 

Atachment
첨부 '1'
  • 소금연못 2015.11.26 00:10
    음...아름다운 나무입니다......
  • 4dr 2015.11.26 20:57
    음... 그렇습니다. ㅎ
  • 김은희 2015.11.26 21:01
    원더풀~ 뷰티풀~ 참한 나무네욘.
    책 재미집니다요 ^^ 근데 이장님 대목은, 특히나 대화체에서는 음성 지원이 되는 희한한 현상이~ 이장님의 시크한 듯, 무심한 듯, 수줍은 듯, 짜증나는 듯, 기타등등한 표정도 함께~ ㅋ
  • 4dr 2015.11.26 22:41
    짜증이라뇨. 평생 웃는 얼굴이었는데.
  • 김은희 2015.11.30 23:36
    오홍, 고백을 하시는군요. 웃는 얼굴'이었는데'라고. 언제쯤부터 과거시제로 변했을까욘...
  • 4dr 2015.12.01 02:13
    여유가 쫌 계신 모양이군요. 과거 따지고 어쩌고 하시는 것을 보니.
  • 김은희 2015.12.01 20:59
    여유가 생겼다기 보다는...이젠 머..전쟁판이 일상이 되었다고나 할까욘.. 토욜에도 3차대전 급 한판 벌였어욘 ㅜㅜ 그래도 일주일에 5일 전시가 아닌 게 어디나며~ 살고 있습지욘...
  • 4dr 2015.12.02 16:52
    ㅎㅎㅎ 뭐... 할 일 합시다.
  • 요로 2015.11.27 18:44
    김훈의 새 책과 이장님 책을 같이 사서 이장님 책을 먼저 읽었습니다. 멋진 아빠의 좋은 글입니다. [아프니까 ....]에서 기만 당한 청춘들이 꼭 읽어야 할 텐데 ...
    대숲. 나무. 담장. 아~
  • 4dr 2015.11.27 19:12
    기만해야 잘 팔릴텐데... 후회여욘. ㅎ
  • 비눗방울 2015.11.30 12:14
    삶은 모순투성이이고
    우리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 4dr 2015.11.30 17:38
    삶은 계란이어욘. 헐...
  • 3류브로카 2015.11.30 23:23
    올... winter is comming 입니다만, 남광주 시장앞 은행나무는 아직 잎이 노랗게 붙어있어요!
  • 4dr 2015.12.01 02:12
    아이피도 다르게 나오네요. 광주인 모양이군요. 화요일 낮에 통화 한 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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