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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일 초복은 오미동 상반기 마을총회가 있었다.

결산보고가 주요한 안건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안건은 닭을 먹는 일이지만.

이번부터 나는 느닷없이 마을 감사 업무를 맡아야했다. 지난겨울 총횐가 뭔 자리 끝에,

젊은 사람들이 감사를 해!” 라는 입총의 유탄을 맞은 것이다.

작은 시골마을에 뭔 감사가 필요하냐는 질문은 당연하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시골마을은

형식적이나마 감사를 두고 있다. 마을에 예산이 투입되면서부터 돈과 관련한 의심

필연적이고 의심이 마을을 붕괴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 표현으로 돌라 묵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지울 수 없는 먹물로 남게 된다.

횡령이라는 뜻이다. 세월이 흘러도 저거 아부지 구장할 때 돌라 묵은이야기는 대대로 전승된다.

그래서 그 아버지의 아들이 작은 실수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저거 아부지도 그랬다는 가혹한 연좌의 모래늪에 빠지는 것이다.

 

총회 하루 전 오후에서야 두 명의 감사는 겨우 시간을 내어서 제출된 지출자료와 통장사본을

세 시간 동안 대조하며 수백 개의 항목을 볼펜으로 체크해 나갔다.

감사도 이런 때에는 권력이라 오미동 곽 이장은 나가 있으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하현달 눈을 하고서 뽀짝 코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왜 자신의 집권 후반기에 난생처음

마을 감사라는 것이 생긴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것은 일종의 음모일 것이라는

표정을 출력하고 있었지만 중간중간 내가,

하나 만 잡혀봐라, 걍 구속시켜 불란게.” 라는 농담에도 웃지 않는 것을 보니 이 일이 자못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초복 날 결산보고 끝나고 난 다음에 어르신들에게 감사 결과와 의견을 설명 드리는

것까지가 나의 역할이다. 몇 장의 지출자료가 누락되었지만 큰 일은 아니다.

물론 이곳이 기업이라면 시말서 감이 되겠지만 딱히 이장 잘못도 아니다.

가령, 어버이 날 사천으로 회를 장만하러 간 양교 형님과 정수가 횟집에서 영수증을

챙겨오지 않았다. 사실 나라도 영수증 같은 거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저런 몇 건에 대한 자료를 끝까지 찾겠다는 이장 때문에 감사 보고서 작성은

닭이 완전히 삶아질 무렵에야 완료되어서 부랴부랴 출력해서 감사 두 사람 사인을 했다.

 

 

감사 결과 종합 의견

 

마을 살림의 규모가 회계 처리가 힘든 정도가 아니라 감사 업무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다만 이후에 수정되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해서 의견을 제출합니다.

 

1. 재래시장, 장터, 마을로 들어오는 생선트럭 등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지출자료를 확보하기 힘이 듭니다. 식재료의 경우 특히 가격대비 물건의 양(, 콩나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최소한 간이영수증(별 효력은 없지만) 정도라도 확보를 하거나 구입 세부 항목을

바로 기록해서 주민들에게 납득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귀찮겠지만 요점은 세부항목 기록입니다.

 

2. 소액이라도 카드결재가 가능한 업소에서 지출을 할 경우에는 무조건 체크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별도의 영수증을 챙기지 않더라도 가장 쉽게 통장 대조만으로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이니 마을에서

사용하는 모든 통장은 체크카드로 전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3. 현재 마을과 관련한 지출은 이장 3, 사무장 2개의 통장을 가지고 관리중인데 예금통장 2개를

제외하고 가능하다면 하나의 통장으로 통합해서 한 사람이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현재와 같이 이장과 사무장으로 분리되어 제 각각의 결산보고 방식을 취하는 자체가 불필요한 과정을

한 차례 더 필요로 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물론 마을 실정에 맞게, 개발위원회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4. 결산보고는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누는 것은 기본이나 가급이면 매월 결산보고와 감사를

진행해서 한꺼번에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반기, 하반기 통계와 연 통계는 이전과 같이 자료로 통합 제출함은 당연합니다.

 

5. 마을법인을 통해 증빙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 등에 대한, 민박 주와

마을 간의 부담 주체 또는 분담 문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마을총회가 비교적 무난하게 마무리되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지막으로 같이 밥을 먹기 때문일 것이다.

내 연배의 자식은 앞으로 부모를 백 일도 보기 힘들지만 이들은 매일 본다.

 

지출자료를 가장 쉽게 챙기는 방안으로 가급이면 체크카드 사용을 권고했지만

사실 몇 가지 부연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부질없는 소리이거나 혼자 생각이라

그냥 감사보고서에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다. 감사제도가 없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

안하면 그만이지만.

 

 

 

 

 

 

 

 

4dr@naver.com

 

 

 

 

 

 

 

 

 

  • 미야씨 2014.07.22 12:10

    꼭 돌라묵었다는 소리 듣지 않고....감사도 없는 그런 사업이 좋더라구요..

    그런데 간혹 좀 믿는다 싶으면 돌라묵는것들이 있어서.......ㅋㅋㅋ

     

  • 4dr 2014.07.22 22:55

    펀드 이야기 하시는거죠!

  • 김은희 2014.07.22 23:06

    왜 느낌표를 찍으셨을까.

  • 4dr 2014.07.23 13:52

    그 느낌 아니까.

  • 무중 2014.07.22 12:37

    돌라묵을라면 감사도 끼고 감사의 감사도 끼고 …….   덩치를 키워야 안 걸려요.  아니 걸려도 암시랑토 안해요.^^

  • 4dr 2014.07.22 22:56

    하긴 그래요. 뭐가 살림이 뻔하니.

  • 빗방울 2014.07.22 12:43
    동그라미가 굴러 다니는 곳엔 늘
    많은 관심 과 본의? 아닐 의심이
    함께 있으니 우연인지,필연인지
    뭐 그렇습니다 ㅎ 예전처럼 적당히
    주먹구구식 이젠 힘든 시대에 사니까요..
    말로 하면 못 믿고 영수증,통장기록 등등
    기계가 증명해야 믿는다구요~^^
  • 4dr 2014.07.22 22:57

    세상은 다시 혼란에 빠져야 재미있을건데. 너무 많은 증명과 자료에 이미 색다르게 혼란스럽지만.

  • 파르티잔 2014.07.23 16:57

    마을에서 감사는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하겠죠.

     

    감사받는 집단에게 면죄부를 주는 역할

     

    암튼 면죄부 발행은 잘하셨고... 국수는 어제 주는 것입니까. ㅎㅎ

     

  • 4dr 2014.07.24 02:26

    엄정한 감사가 저희 집 가훈입니다. 남기지 말자와 함께지만.

    국수는 에 또... 여름이 가기 전에 한다 정도로... 쿨럭

  • 파르티잔 2014.07.24 09:55

    에 또....... 이번주에 운조루에서 국수 먹는다니

     

    여름이 지나면 국수보다는 다른 것으로 하시죠. ㅎㅎ

  • 4dr 2014.07.24 13:29

    아뇨. 그건 주최측이 결정해요. 제 맘이라구욧!

  • 재활중 2014.07.23 19:06

    이장님, 감사라는 단어를 보고 Thank 생각했습니다. 허나 내용을 보니 Audit이네요.^^ 아무튼 노고가 많으십니다. Audit하시고 Thank받으시고하하

  • 4dr 2014.07.24 02:27

    저는 금융업과 감사에 적합한 유전자인 듯합니다.

  • 시루봉 2014.07.23 19:41

    회계사의 자질이 엿보입니다.



  • 4dr 2014.07.24 02:27

    그걸 평가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니신 걸로... 후다닥~

  • 시루봉 2014.07.25 20:18

    그닥 후다닥 아닌듯... 거리도 별 안 먼데 우짜시려고... ㅎ 

  • ok3eboy 2014.08.01 09:25

    경기도 작은 체험마을의 사무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과 쓰신 글과 사진 즐겁게 보고 있네요.

    서울생활 접고 고향에 내려와 어찌어찌 사무장일을 하고 있는데

    이장님 얘기가 너무 피부에 와닿고 공감되네요.

    작년말에 야단맞아가며 감사받은 일을 생각하니

    감사의견서의 내용이 너무 지당한대, 마을일은 마을에서 하던 방식이 있어서

    합리적?으로 개선하는건 걍 단념했네요.

     

    무더위에 건강하세요

     

  • 4dr 2014.08.01 19:04

    옙.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면...

    체험마을 사무장은 아무 것도 기획하지 않고 엄니들한테 잘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 ok3eboy 2014.08.02 18:55

    맞습니다. 기획의 재미에 빠져서 이런저런 소소한 사업비를 따봤는데

    보람도 있었지만 오해와 허탈만 남더라구요,

    저희 마을은 체험보단 할머니들이 직접 자기물건 파는 것으로 조금은 인정받는 마을이어서

    '맨땅의 펀드'를 우연히 읽게됐습니다.

    사무장일을 하는 사람은 정말 재밌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네요.

     

    오토바이를 타고 재작년 전국일주를 한달간 했었는데...

    운조루가 보고파서 잠깐 들렀었네요.

    저에게도 구례는 한번쯤 살고싶은 곳입니다.

    구례 산동면으로 귀촌하신 분께서

    땅을 줄테니 와서 살아라, 라는 제안을 가끔씩 하십니다. ^^;

  • 4dr 2014.08.03 12:37

    땅을 등기이전 한다는 말씀은 아니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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