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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자주 일이 몰렸다.

젊었을 때에는 그것이 여름을 넘기는 방편이었다.

찌는 더위에 과도한 업무를 완료해 나가는 약간 가학적인 방식이었다.

이번 여름도 비슷한 상황이다.

금년에 했던 많은 일들에서 나는 마음을 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수 없다. 쉬는 것도 아니었고 뚜렷한 업적도 없었다.

잘 하나 못 하나 분명한 것은 언제나 내가 한 일이라는 물증이었다.

 

인쇄물을 좀 느슨하게 진행하다가 막판에 마무리 하고 소소한 몇 가지 부탁들을

처리하고 한 달 정도 달려야 할 일을 코앞에 두고 나를 다그칠 필요가 있었다.

일로 인한 긴장감이라기보다 긴장하지 않는 오랜 시간을 각성하기 위함이다.

원래 금년에 두 권 정도의 책을 밀어낸다는, 더구나 지리산닷컴 안식년을 선언했으니

적절하거나 꼭 이루어야 할 과제였지만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틀 동안 두 권의 책에 대한 목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에 새로이 계약한 책과 4년 전에 계약 했었던 책에 대한 목차 작업이다.

새로이 계약한 책은 군에 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 모음이 될 것이다.

지학志學, 약관弱冠, 이립而立, 불혹不惑, 지명知命을 카테고리 콘셉트로 잡는 순간

생각보다 쉽게 목차가 풀려나갔다.

4년 전에 계약했던 책은 두어 번 진행을 시도한 적이 있어 기존 목차가 있었다.

글감의 원고도 원고1, 원고2 파일로 존재하니 두 번 정도 진행을 시도했었던 것이다.

여섯 번째 겨울을 맞이하며라는 쓰다 만 프롤로그 원고를 보고 피식 웃었다.

2년 동안 방치했다는 소리다. 며칠 전에 담당 편집자가 남미로 장기간 떠난 다는

메일을 보내와서 빨리 마감하자는 마음의 재촉이 생겼다. 편집자를 두 명이나 떠나보낸

책이라 어차피 세 번째 편집자와 다시 얼굴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오후 내내 이전 목차를 체크하고 지리산닷컴의 지난 글들을 일별하면서 기존 목차의

절반 정도를 변경시키고 있는 중이다. 일을 미루어두니 내 생각이 2~3년 전과 달라서

이전 글 그대로 진행하기가 힘든 것이다. 여하튼 이 책은 8월말까지 원고를 마감하고

새 책은 내년 6월에 원고가 마감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새것과 가장 오래 된 것 사이에

계약했던 두 권의 책이 나를 째려보고 있는데 이것은 추석 지나고 시작할 생각이다.

 

그리하여, 당분간 새사람이 될 생각 또는 희망이다.

낮에는 밥벌이 일, 밤에는 글 쓰는 일. 하루 운영을 규칙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지 않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는 일도 없을 것이다.

여름이다. 날씨에 맞서 싸울 나이는 아니지만 간만에 좀 다그쳐보자.

얼룩말 무리는 바로 옆의 녀석이 사자에게 잡아 먹혀도 자신의 일이 아니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와서 풀을 뜯지만 그래도 나는 인두겁을 쓴 포유류 아닌가.

아직 팽목항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가급이면 나쁜 짓 하지 말고 열심히 살자.

 

 

 

 

 

 

 

 

4dr@naver.com

 

 

 

 

 

 

 

 

 

  • 나무와 숲 2014.07.25 09:53

    역시 젊은 피....

    이장님 활기를 되찾으시는 듯.

    원래 여름 시즌에 강한건가?


    일상의 반복이, 출근길이 가끔 감사할 때가 있습니다.

    팽목항이든, 지구 건너편의 내전이든.

    아,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으로, 미안함으로.

  • 4dr 2014.07.25 17:04

    평생 먹은 선지의 양이 많긴 해요.

  • 탐진강 2014.07.25 10:32

    나쁜 짓 하지 말자. 열심히 살자.

  • 4dr 2014.07.25 17:04

    사실 그게 참 답답한 노릇이긴 해욘. ㅎ

  • 파르티잔 2014.07.25 10:43

    이루어야 할 과업이 상당하군요.

     

    용맹정진하세요.

     

    땀띠 나도록....

     

    아.. 에어컨이 시원하니 땀띠는 패스....

     

    근데 계획이 너무 가열찬것 아닙니까. 아니면 무모하든지..ㅎㅎ

  • 4dr 2014.07.25 17:05

    뭐 아주 빡센 일정은 아니잖아요. 하루 3시간 정도 꾸준히 하면 되는 일. 문제는 꾸준함. 내가 가장 약한.

  • Zidane 2014.07.25 12:38

    심플하게 정리 되셨군요~~ 책 나오면 잘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름에 봐야 제 맛이겠죠/

  • 4dr 2014.07.25 17:06

    아직은 우물가에서 숭늉 거시기 상황이지만 이렇게 선언하면 뭐 좀 다그쳐질 것 같아서.

  • 미도리 2014.07.25 18:02
    그림이 참 좋습니다. 아드님(?) 싸인 하나 만드셔야겠네요~ ^^
    아들녀석은 지난번 휴가때 함민복 시인의 책 다읽었다며 쇼핑백에 넣어 들고왔더군요
    제목이 눈물은 왜 짠가 였지요.
    앞장에 찍힌 검토필 도장에 오사무엘 중위가 서명을 해놨네요.
    장마도 가고 가끔 철모르는 귀뚜라미가 웁니다.
    서간집 기대합니다. ^^
  • 4dr 2014.07.25 22:15

    함민복의 시를 읽는 아들이라... 요즘.

  • 시루봉 2014.07.25 20:31

    '계약했었던..' 대과거..  이런 거 알면 저두 날씨에 맞설 나이는 아닌 거 맞죠.

    근데 요즘 날씨가 왜 이런 겁니까?


  • 4dr 2014.07.25 22:17

    날씨라... 여름 날씨 아닌가요. 기후 변화도 있지만 나이 변화도 많이 작용하겠죠. 특히 습도를 점점 견디기 힘드네요. 에어컨 습관 탓이겠죠.

  • 김은희 2014.07.25 23:52

    음... 이장님이라고 하기에는 목이 좀 길군요.

    'dalskan'이 아드님 사인인가 보아욘.

    '당분간 새사람' 프로젝트 성공하시기를 빌어욘~ 

  • 4dr 2014.07.26 12:22

    하긴 저는 허리가 길지요. 칫.

  • 무중 2014.07.26 11:41

    음... 이장님이라고 하기에는 옷맵시가 나는군요.

    그래도 같은 삭발족인데욘.

    그림 제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물론  다음 날은 거울 속으로 다시 출근하렵니다.^^

  • 4dr 2014.07.26 12:23

    저 캐릭터는 원형탈모죠. 칫.

    이 그림은 3부작인데... 결론이 아름답진 않아욘.

  • 오리 2014.07.26 18:32

    잘 하시면서 공연한 엄살은...

    저도 책상 정리 했어요.

    단촐하고 간명한 생활의 첫 걸음.

    어지르지 말자!!!

    2274B74B53D36693183926

  • 4dr 2014.07.27 11:04

    엄살이라뇻! 얼마나 엄중하고 심각한데.

  • 오리 2014.07.28 05:52

    그럼 어리광이라고 해 두지요..호호

  • 재활중 2014.07.30 13:13

    이장님 스스로 단속 하시는 .. 지난 6개월간 - 이제 7개월이 되네요 - 행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5개월 + 하루는 살자는 모토인데 제가 아는 나름의 사는 방법은 스스로 단속 잘 하고 계획한 것들 실천하는 것입니다. 저와 이장님은 다르 사람이지만 계획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이장님의 계획도 말에 스스로에게 만족하실 있기를 바랍니다.^^

  • 4dr 2014.07.30 16:15

    이런 대목은 보통은 본인 탓이죠. 연말에는 제 탓을 하지 않기를.

  • 절차탁마 2014.08.06 10:39
    보통 책을 냈다 하면 두권을 연달아 내는 것이 기본이 되었군요.
    여러 가지 신경쓸 일도 많은 안식년을 잘 보내고 계신 듯 하네요.
    저는 이곳 홍성에서 잡초와의 전쟁과 고추.참깨 병충해와의 그것을 동시에 수행하는 연합군 사령관의 양곤마 신세입니다.
    고르지 못한 날씨에 건투를 빕니다.
  • 4dr 2014.08.06 15:47

    저도 정기적이고 계획적으로 1년에 한 권씩 내면 좋겠습니다. 조선사람들 참...

    풀과의 전쟁은 사실 전쟁이 아닙니다. 상대가 안되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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