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8 20:56

雜說 / 두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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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 100년 만에 종이 책을 넘겼다.

도착한지 한참 된 <전라도닷컴> 7월호와 한겨레에서 만드는 사람매거진 <·> 21.

몇 년간 지리산닷컴을 지켜 본 사람들은 내가 전라도닷컴의 기사를 희박한 독서 일상

중에서 최고의 글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미 8월호가 발행된 오늘에서 7월호를 언급하는 것이 좀 생뚱맞지만,

일기를 기획특집으로 선택한 기사들 속에 등장하는 엄니들의 말씀이 글 쓴다는

일을 하는 이들의 붓을 모조리 꺾어 버린다.

 

소갑 허라지(헐하지) 쌀갑 허라지 사류갑 비싸지 지푸락갑 비싸지 비루갑 비싸지

약갑 비싸지 이대로 나가면 촌에 살기가 넘무나도 심드러요. 소갑도 올여주세요.

살갑도 올여주세요. 촌에 살기 조케 할나면 비루갑 네려주고 사류갑 네려주세요.

촌에서 나가는 거선 허라고(헐하고) 사오는 거선 비싸니 엇트케 살수가 없어요.

이대로 나가면 농민들 다 주거요. 농민들 살 대채 세워주서요.

촌에 살기가 너무나도 심드러요. 꼭 부탁임니다 박근애 대통영 꼭 부탁입니다

농민들 살기 조케 해주세요. / 진안 학선리 성영경 할매

 

한 동안 <전라도닷컴>을 보지 못했다. 나 역시 <지리산닷컴>을 쉬다보니

<전라도닷컴>과 원고를 교류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띄엄띄엄했다. 바람이 전하기를 세월호 사고로 그곳 식구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백성들이 힘들었지만 현장 가까이 살면서, 뭔가 글을

생산해야 하는 사람들의 그 속내를 짐작은 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로부터 한 동안

글을 쓰는 일이 힘들었다.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의

숨길 수 없는 여전한 일상이다. 입으로 하는 옹삭한 소리지만 <전라도닷컴> 식구들이

있기에 종이 매체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얼굴 들고 말 할 수 있다.

 

 

사람매거진 <·>이라는 이름의 잡지는 무섭게 책을 팔고 지겹게 확고한 안티 세력을

가진 공지영 작가를 창간호 얼굴로 내 세우면서 겁나게 욕을 얻어먹고출범한 잡지다.

2013년에 맨땅에 펀드를 연재하면서 개인적인 인연을 만들었다. 편집장과 한 번의

통화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의 고향이 구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단박에

친근해질 수밖에 없다. 얼굴 한 번 보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을, 기억을 점유하고 있다는

일체감이 생기는 것이다. 구례에 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이내가 피어오르는이라는

표현을 듣고 그게 뭐냐고 물었다. 이내, 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예쁜 말이라 다음 원고 쓸 때 내가 사용해도 되겠냐는 허락을 구한 적이 있다.

7월호 표지 사진에 편집장과 기자들이 나와 있다.

안영춘 편집장의 에디토리얼은 존엄사와 그 적들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된 언론의 위기를 사건으로 드러냈다.

언론은 경영 위기뿐 아니라 신뢰 위기까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은 그 위기의

원인 가운데 각별히 언론의 지독한 사건 편집증에 주목했다. 사건이 중심에 오면

사람은 삶의 주체로 재현되지 못하고 소외된다. 사건에 빠진 언론이 사람을 보는 방식은

가해자와 피해자, 나쁜 놈과 좋은 놈 이분법밖에 없다. <·>은 사건의 자리에 사람을

복원시키겠다는 뜻을 품고 201211월에 창간했다. 사람 이야기를 통해 사람을 삶의

주체로 재현하고자 했다. 사건화되지 못한 사람들의 존엄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은 순리였다.

어느듯 스물한 번째 <·>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더는 낼 수 없게 되었다.

이번호 맨 마지막 글인 이 글을 쓰면서도 난 자신에게 묻고 있다. 이 새벽, 마지막 글을 쓰기 위해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느냐고.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을 만들어왔느냐고.

앞으로도 치열하게 지난 2년의 기억을 되살리며 저널리즘의 가치와 미래 전망을 물을 것이냐고.

그래서 마지막 호가 존엄사가 될 수 있게 하겠느냐고.

 

<·>을 처음 보고 출판사 편집자와 통화하면서 나는 이런 코멘트를 했다.

 

이 잡지 읽을 거 있는데. 좋아. 그런데 얼마나 버틸까?”

 

인문학이 대세라고 한다. 그런가?

몇 사람의 인문학자 또는 철학자의 책이, 강연이 화제라고 그렇다는 것일까?

아들과 조카에게 나는 말한다. 책을 읽으라고. 세상 모든 직종에서 결국은 인문학적 소양이

그 분야에서 등급을 결정짓게 된다고. 책 읽지 않는 아버지 또는 삼촌은 그렇게 권한다.

그러나 그 권고가 세상에서 너의 성공을 강화하는 일인지 장담하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니체가 살던 1800년대가 아니다. 그러나 종이와 인류 중 누가 먼저 멸종할 것인지

장담하기는 힘들다. 애들 할머니는 싫어하시겠지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자신만의 인문학적

지도를 구축하고 있다면, 비록 구글에 취업하지 못하고 구걸할지라도 존엄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 에디토리얼 끝에 인용한 대목이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최종부인 제4부가 몇 권이나 배포되었는지 아십니까?

출판사의 버림을 받아 자비로 40부를 찍었고 7부만 지인들에게 보냈습니다. 세계에서 단 7부입니다.

그렇다면 니체는 패배했을까요? 진 걸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런 건 인정할 수 없습니다.

() 이것이 니체 자신이 말한 미래의 문헌학이라는 것입니다.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中 -

 

 

 

 

 

 

 

 

4dr@naver.com

 

 

 

 

  • 미나리 2014.07.29 10:49

    전라도 닷컴을  구례 와서 첨 봤을때  페이퍼 라는 잡지책 기억이 수십년쯤 만에 난듯해요.

    기억에 남는 잡지책이라 기억하겠죠.. 전라도닷컴도 느낌이 좋았습니다.

    씨네 21도 즐겨 봤었는데.. 요즘은 보는 잡지책이 거의 없구요..

    읍내 도서관에서 지난 잡지를 무료로 줄때  많이 남아있던 시네21  전라도닷컴 여러권 갇고와서 종종 들춰 보고있어요.

    1년은  뒤적이며 봐도 될듯해요 ^^.

     

     

  • 4dr 2014.07.29 18:09

    페이퍼가 스타일리쉬 하다면 전라도닷컴은 디스이즈말씀이죠.

  • 미나리 2014.07.29 18:26

    껍데기는 정말 닮은 느낌이  들데요..책 크기 두깨감 질감  같은거....

    내용은 ..기억에 없어요 아예 ^^

    지금 검색해보니 여태껏 있네요..  언니 오빠들 책꽂이에서 많이봤던 좋은생각 도 있구요

    놀라워요..^^

     

  • 파르티잔 2014.07.29 11:02

    오래전 저도 취재당한적이 한 번있는 전라도 닷컴

    함께 사업도 잠깐 했었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군요. 

     

    사는 것이

    물질로 풍부해질수도 있고 인문학으로 풍부해질수도 있는 것인데

    전자는 항상 줄어들까 전전긍긍하지만 후자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상은 줄어들지 않기에

    저 역시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권할 생각입니다.

     

     

     

  • 4dr 2014.07.29 18:11

    강권은 좀 그렇고 부모가 모두 책을 읽는 분위기라면 최선이겠지요.

    저는 누워서 비디오 보는 것을 많이 보여준 관계로 역시 유전이 되었지만.

    그래도 필요하면 읽긴 하더군요. 얼마전에는 보내달라고 해서 '백경'을 보내줬습니다.

  • .. 2014.07.29 13:00
    아드님은 뫼비우스띠에 꽂혔나봐요.

    누구나 뫼비우스띠의 길을 걷는 거라면
    무슨 거창한 종착지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과정이 중요한 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나들은 전라도닷컴이 되지는못했지만
    자기몫만큼의 길을 훌륭히 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뫼비우스띠를 무용한 반복, 곧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헛된 노정이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이 과정 그 자체로 오롯이 의미가 있는, 어쩌면 의미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길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네요.
  • 4dr 2014.07.29 18:17

    그림은, 최초의 구상을 이야기하면 제 의견을 말하죠. 그리고 종합해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곤 하죠.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방식이죠.

    <나.들>은 한겨레라는 모회사의 경제논리가 있기에 오래갈 수 없었겠죠.

    전라도닷컴은 삭풍 부는 들판에 맨몸으로 서 있어 100호를 넘었죠. 참 이상하죠.

    뫼비우스의 띠는 패스.

  • .. 2014.07.29 19:00
    창작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품이 보는 시각에 따라서 참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듯 합니다...^^
    세월호도 연상되고..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규격화된 인생도 연상되고요....탭을 닫지 않은 채 꺼서 웹브라우저를 켜니 또 보게 되는 이 작품을 보고..저는 가야할 길이라면 무한궤도 같은 길일 망정 가야 한다는 제멋대로의 생각을 합니다...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지만.전진하고 있다고 믿으니까요...^^;;...창작자의 의도와 어긋나는 해석이라 생각하지만요....

    하...어쩌다 제가 눈팅노선을 어겨갖고서는.....ㅠㅜ
  • 4dr 2014.07.29 22:28

    이 그림은 6페이지의 만화 중 한 페이지이지요. 뭐 교육에 관한 문제일 것이구요.

    몇 년 전에 아이팟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중학생에 관한 기사가 모티브지요.

    그래서 그림의 전체 맥락은 어두울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창작자의 의도와 어긋나는' 해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 .. 2014.08.03 07:08

    수긍이 갑니다......감상자의 어떤 생각이나 정서적 충격은..이 한 컷의 그림이 불러일으킨 것일테니까요.....^^;


  • 김은희 2014.07.29 21:11

    의미심장한 그림이네요...앞서 3부작 처럼요. 그래서 그림은 패스. 

    알라딘에 가면 제일 먼저 '인문학' 카테고리를 뒤져보기는 합니다만, 인문학 어쩌구 떠들면 저도 모르게 눈이 흘겨집니다. 

    이건 무슨 증상일까요. 보나마나 성질이 나빠서 그렇다고 하시겠지만서두욘. 

    더위를 심하게 타는지라 남들은 모두 올여름은 살만하다고 하는데도 더워욘 ㅜㅜ 

    해마다 여름이면 꾸는 꿈. 여름 두 달 동안 북극 같은데 가서 살다 왔으면 좋겠다,를 올해도 어김없이 꾸고 있다는요. 

  • 4dr 2014.07.29 22:29

    의미심장한 것을 싫어하는 성질 나쁜 여성이 비교적 시원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덥다면서 투덜거리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비싼 북극여행을 가지 못해서 작성한 댓글이군요.

  • 김은희 2014.07.30 20:52

    흥 칫.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밤이라뉘~ ㅜㅜ 

  • 4dr 2014.07.30 22:21

    "칫" 이런 표현은 저작권 있어요.

  • 김은희 2014.08.0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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