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6 23:06

五美洞日課 / 복사뼈

4dr
조회 수 2021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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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이 짙어간다.

가을이 익어간다.

가을이 스쳐간다.

가을이 가을인가.

 

오후에 오미동 들어서면서 왕시루봉을 흘깃 보았다.

대략 해발 팔백고지 정도까지 단풍이 내려선 듯하다.

들판은 절정의 색이고 바람은 깊고 빛은 더 깊숙하게 사물의 몰골을 헤집는다.

몇 해를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가을볕은 왜 가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지.

 

 

 

 

 

 

고속도로를 왕복하며 습관적으로 연료게이지 숫자를 바라본다.

차 안의 음악은 대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지만 오늘은 USB에 담긴

세 번째 음악폴더를 주로 들었다. 가을에는 세 번째 폴더를 자주 듣게 된다.

며칠 째 하루 200km는 달리는 듯하다.

같은 길은 매일 다르고 시간대에 따라 나무의 모습과 바람이 만들어 내는

산의 일렁임은 새롭거나 무심하다.

 

어느 누구도 구체적으로 나를 압박하지는 않지만 가을이, 남은 안식년 시간이,

이제 결정을 해야 하지 않겠어?”

나의 대답을 기다린다.

일기예보 봤나?”

나뭇잎이 뒤집어지고 있었기에 하루나 이틀 뒤에 비가 올 것 같았다.

가을은 그렇게 시속 130km의 속도로 나를 스쳐지나가고

머리 형상을 한 나의 내부는 묵묵부답이다.

단풍을 보지 않고 지나가는 가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둘러 싼 세상을 향해 셔터 한 번 누르지 않는 가을이 될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듣느라고 차창을 모두 닫았기에 바닥으로 에어컨을 낮게 켜 두었다.

복사뼈는 왜 시린가.

 

 

 

 

 

 

 

 

4dr@naver.com

 

 

 

 

  • 무등산무돌길 2014.10.16 23:55

    올 가을도 찰나의 순간처럼 스쳐지나가고 있는것 같아요~

    남도지방은 아직 단풍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강원도 산간에는 첫눈이 내린다는 뉴스가 들리네요!!

     

  • 4dr 2014.10.17 23:32

    무등산도 단풍은 내려서더군요.

  • 게꿀 2014.10.17 09:27

    가을이 낮게 내려앉은 분위기

    단풍을 외면하게 만드는 사연은 뭘까?

    구례에서 200k지점이면 어디쯤일까?

  • 4dr 2014.10.17 23:33

    왕복이죠. ㅎ

    단풍을 외면이야 하겠습니까. 오며가며 보죠. 들 단풍이 절정인 요즘이죠.

  • 나무와 숲 2014.10.17 09:53

    며칠전 병석에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봤습니다.

    저 양반도 이제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자기의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회한이 많았다?' 글쎄


    또 남은 시간 동안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눈에 흙 들어가지 전에는 언제나 되짚어 보고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 4dr 2014.10.17 23:34

    제가 아는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반성은 희박합니다.

    반대의 경우가 더 많죠. 일생을 부정하기란 힘들겠죠.

  • 파르티잔 2014.10.17 10:30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 이제 남은 달력 두 장...

     

    11월 12월 쫌 쓸쓸한 달이군요.

     

     

     

  • 4dr 2014.10.17 23:35

    11월부터 감나무 가지가 알흠답잖아요.

  • 향유 2014.10.17 11:17

    '눈물은 왜 짠가'와 짝인가요? 


    이미 결정은 내려져 있는데, 

    이럴까 저럴까 그라고 있기도 하더라구요. 


    아, 이 징헌 가을^^ 

  • 4dr 2014.10.17 23:36

    아직 결정 안내렸다니깐요. 겨울 강화를 한 번 볼까나...

  • 오리 2014.10.18 09:36

    함석지붕 위의 붉은 감

    피할 수 없는 가을이네

     그래도 으뜸은 국화누님이시지요.

  • 4dr 2014.10.19 10:19

    가을의 으뜸은 꽃게가 아닐까요.

  • 오리 2014.10.19 10:43

    먹는, 맛있는 ...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딱 5킬로만 빼면 예쁜옷 사준다는 남자 있어요.

    굶어야 해..ㅋㅋ

  • 문인화 2014.10.20 08:27
    에어컨을 낮게 켜두어서 복사뼈가시린게 아닐까요? ㅎ
  • 4dr 2014.10.20 11:30

    좋아요.

  • 비눗방울 2014.10.22 07:55

    가을의 으뜸은 동네마다 다릅니다..클클..태클 뙇~쌩~~~~!

  • 4dr 2014.10.23 02:24

    뭔 태클이겠습니까.

  • 재활중 2014.10.27 13:39

    지난 주 토요일은 really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날씨가 좋은 것도 이유이지만 나무냄새, 풀냄새가 생각났거든요. 어떤 음악이 가을에 듣는 음악이신지?^^ 몇 일전 박은옥 & 정태춘의 "정동진"을 들었습니다.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죠..^^

  • 4dr 2014.10.28 10:22

    금년에는 특별하게 파일 변동 없이 가을로 넘어왔는데 이틀 전부터 겨울이네요. 겨울 음악을 준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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