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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6일 아침. 대구시 중구의 골목길을 걸었다.

광주와 전주에서 백 번의 밤은 보내었을 것인데 부산 출신 사내는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잠을 청해 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대구는 어딘가로 향하는 여정의 옆구리였다. 금호분기점이나 동대구분기점의

왼편 아니면 오른편에 자리한 큰 도시였을 뿐, 나는 종래 그 도시로 들어가 보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 도시의 중심부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왠지 그 도시는 완강해 보였고 그 완강함은 밖을 향한 완강함이 아니라

안으로 스스로 더 단단해 지는 완강함 같은 것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경북 봉화에서의 행사가 없었다면 대구은 없었을 것이다.

봉화 송석헌에서 내 책 아버지의 집과 관련한 행사가 있었다.

2012년 겨울에 그 책을 권헌조 어르신 빈소에 한 권 올려놓기 위해 찾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듬해 봄에 송석헌이 민박을 열면 다시 찾겠다고 말했다. 사과 꽃 필 무렵을 염두에 두었었다.

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송석헌은 민박을 시작하지 않았다.

2년 만에 찾은 송석헌은 보수 공사가 막 끝이 났던 2012년 보다는 집이 자리를 잡은 느낌이었다.

셋째 아드님 부부가 여전히 농사짓고 살림을 이어가고 계셨다.

책과 관련한 행사는 오후 두 시부터 네 시 사이였지만 긴장감 없는 이런 행사는 시간을 넘기기 마련이다.

예정보다 30분 늦게 송석헌을 두서없이 나섰다. 여섯 시 삼십 분까지 대구에 도착할 것 같지 않았다.

안동휴게소에서 대구사는 이씨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두어 시간 후에 만날 열 사람 모두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 시간 정도 늦겠다고. 토요일 해지는 시간에 대구시내로 진입하는 상황과

대구 중심가로 들어가는 도로 상황을 나는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대구를 아주 잘 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다.

근거 없으니 그 확신의 근거를 설명할 수 없다. 지금에서라도 굳이 분석하자면,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합쳐서 경상도라 부르고 같거나 비슷한 사투리를 사용하니

어차피 나와 비슷할 것이라는 어림짐작이 작동했을 것이다.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이다.

대구는 큰 도시다. 그러나 부산이 더 큰 도시다. 더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통상

더 작은 도시의 생김에 대해 역시 큰 궁금증이 없다. 아주 작은 시골이나 훨씬 큰 서울은

관심사가 될 수 있지만 덩치로 두 번째는 세 번째 덩치를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내가 뻔질 나게 대구를 스쳐지나갔던 1990년대 초반부터 이천 년 중반까지

나에게 대구는 고속도로 공사가 끝나지 않는진입불가 도로정체의 도시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길은 항상 대구를 앞두고 밀리기 시작했다.

정체는 짜증을 유발하고 그 대상은 정체의 해당 정류장이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은 대구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 이미지는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미지로 전이된다.

 

 

 

 

 

 

 

 

 

 

예정보다 한 시간을 지연해서 오후 730분에 약속장소인 백록식당에 도착했다.

직전에 숙박 장소로 정해진 <공감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바로 앞 유료 주차장에

하루를 예정으로 차를 집어넣었다. 1만원이다. 도심 주차장으로서 의외로 싸다.

게스트하우스 사무실과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한옥의 방을 확인하고 짐을 넣어두었다.

게스트하우스 가이드를 따라서 한옥까지 걷는 동안 대구 최초의 2층 양옥집이었다는 <정소아과>,

곧 다시 돌아와야 할 약속 장소인 <백록식당>을 흘깃 바라보았다. 다큐멘터리와 잡지를 통해서

보았던 골목과 이름들은 불과 200m 정도의 거리 속에 하나의 라인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대구시 중구 진골목을 중심으로 한 구역이었다. 숙소 등은 ‘iam1969’님이 모두 예약을 했는데

동선과 그 스타일들이 모두 일목요연한 줄기를 가지고 있었다. 파악하고 배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1969님은 당일 돌발 상황으로 서울로 가야했고 그와 나의 10년 온라인 만남은

오프라인에서는 견우와 직녀였다.

하여간 그렇게 무사히 대구에 도착해서 지각하지 않고 <백록식당>으로 들어서서 아홉 분의

대구 지리산닷컴 회원분들과의 자리를 가졌다.

 

 

 

 

 

 

 

 

 

 

아쉬웠다. 밥과 술과 커피가 이어진 자리였지만 십여 명의 사람들이, 대부분 첫 만남에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기란 쉽지 않았다. 자리가 좋았기에 아쉬움이 더 깊다. 나는 그랬다.

가능하면 한 분 한 분 말씀을 듣고 싶었지만 그러하지 못했기에 아쉬웠다. 원래 이번 만남에서

내가 이야기하기 보다는 주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지리산닷컴이란 사이트가 어떠한지, 앞으로 어떠했으면 좋겠는지

대화의 말머리를 겸한 인사말에서 왜 대구경북 지리산닷컴 회원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의 출발점은 역시 나의 편견이었다.

실제 <맨땅에 펀드> 라는 어처구니 있는 펀드 가입자 334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지역은 서울의 강남과 서초구였다. 그리고 대구와 경북 지역의 펀드 가입자가 21명이었다.

질문의 출발점이 편견이라는 것은, 강남과 서초, 대구경북 지역의 투표 성향과 지리산닷컴이라는

사이트의 컨텐츠 내용은 통상의 분류로 보자면 엇박자였던 탓이다.

사는 곳을 말하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은 해당 지역에 대한 인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강남 좌파대구의 정치적 소수자(20%)’가 외로운 마음에 찾아 든 곳이 지리산닷컴이란

말인가 라며 좌중에 조용한 웃음이 흘렀지만 그 웃음에는 쓴맛도 녹아 있었을 것이다.

밤이 깊어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대구 동성로 대로의 불빛은 아주 화려하지는 않았다.

밤거리는 약간 묵직하거나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것은 오래된 도심에서만 가능한 익숙함이었다.

 

 

 

 

 

 

 

 

 

 

지리산닷컴 역시 오미동에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가 밖에서

게스트하우스란 곳에서 숙박을 해 본 것은 처음이다.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유지와 운영에

신경을 쓴 흔적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 탓인지,

많은 말을 한 탓인지 지쳐 쓰러졌다. 다섯 시간 정도 숙면을 취했다.

원래 아침 골목 산책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아홉 시 경에 체크아웃하고 무거운 짐은

다시 차에 던져두고 진골목과 동성로, 약전골목을 방향 없이 두리번거렸다.

나와 월인이 알아서 오전을 보내고 떠나겠다는 떼문자를 보내고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앞산곰이님이 전화를 주셨다. 별 일정 없다면안내를 자청하셨다. 역시 미진하셨을 것이다.

11시에 진골목에서 보자는 약속을 하고 시간이 비는 틈에 바로 게스트하우스 코 앞에 있었던

<미도다방>을 찾았다. 1969님의 문자 가이드에 의하면 아침에는 이 다방에서 약차가 좋을

것이란 권유도 있었다. <미도다방>은 방송을 통해서 두 번 정도 감상을 했었다.

영상만으로 그 장소의 매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노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침 청소를 끝내는 참이었다. 이미 익숙한 마담을 확인하고 목례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약차를 청했다. 옛 시절의 과자들이 말없이 먼저 나왔고 이어서 차와 함께 생강편도 나왔다.

설탕 통을 열고 이렇게 찍어 먹는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이셨다.

약차는 예상과 달리 달지 않고 약간 쓴 맛이었고 설탕에 찍어 먹는 생강의 등장이 이해되었다.

그 모든 것이 단 돈 삼천 원.

 

 

 

 

 

 

 

 

 

 

적절하게 친절했고 능숙했고 노련했다. ‘마담이라 칭하는 것은 결례로 느껴졌기에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촬영을 해도 되는지 여쭈었다. 수줍지만 익숙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미도다방>은 오래된 클리셰의 진열장이었다. 그러나 그 상투성은 지루하거나 짜증스럽지 않았다.

약차를 머금으며 이 편안함과 익숙함의 이유에 대해서 짧게 생각했다.

기획되고 편집되지 않은 상투성은 결국 그 공간 주인의 모습이다.

불가능한 표현이거나 요구를 사랑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 달라규!” 라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동물과 동물 간에 성립 불가능한 요구다. 그래서 나는 그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도다방>있는 그대로였다.

다방과 어항은 필연적 조형 요소이거나 문학적 장치에 해당한다.

작가, 필자, 예술가 같은 호칭을 싫어한다. 하필 하루 전 토요일은 그 호칭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날이었지만 <미도다방>이라는 공간 속에서는 그 호칭이 사장님과 같은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그냥 다방을 운영하였을 뿐인데 시절이 복고니 근대니 하는 치장을 한다.

다음에도 찾고 싶은 공간이다. 다음 대구번개는 <미도다방>에서 시작하거나 끝냅시다.

 

 

 

 

 

 

 

 

 

 

월인정원은 내 마누라이고 월인정원은 이른바 우리밀 홈베이커중에서 제법 알려진 사람이다.

나는 그녀가 빵을 만들기 시작한 지난 10년 전부터 빵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개인적으로

가장 절망적인 경우는 월인정원이 여행을 가서 빵을 구입할 때이다. 그러나 그녀는 언젠가부터

여행 전에 여행지의 유명 빵집을 꼭 검색한다.

<미도다방>을 나서서 <삼송베이커리>를 찾아 나섰다. 젠장 꺾어서 100m 이동하면 된다.

이미 안동 <맘모스제과점>, 군산 <이성당> 등을 간접 경험했다. 마약빵. 이건 좀 마음에 든다.

생각해 보면 내 어린 시절을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잡자면 이미 40년 이상 전이다.

그때 시내 중심가 어딘가에 있던 제과점이 아직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면 대략 명가

되어 있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한정된 종류의 빵만 만든다. 대여섯 가지의 빵만 만드니 매장은 심플하다.

 

 

 

 

 

 

 

 

 

 

다음은 이른 점심을 겸한 아점으로 예정된 코스인 <진골목 식당>. 육개장으로 유명한 집이다.

워낙에 매체에 많이 노출된 집이지만 나는 이력서에 밑줄 하나 긋기 위해 방문했다.

딱 예상했던 그대로의 맛이었다. 불만은 없다. 원래 도심에 있는자 모양의 한옥을 좋아했다.

마루에 드는 햇살의 정도와 각도가 꼭 일요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골목은 셔터를 내린 가게가 많았다. 네 번째 일요일이라 그런 모양이다. 둘째 넷째 일요일에

충실한 것도 이제 대도시에서 낯선 풍경이다.

하루 전 밤에도 이 날 낮에도 물었다. 근대거리건 복고거리건 언론에 노출되고 외부 관광객

발걸음이 어느 정도 증가하겠지만 그것이 매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엉뚱한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수요일 서울에서 내가 <시민청>을 찾은 것과 이곳

대구 진골목을 찾은 것은 오미동에서 진행할 수 있는 아이템과 연관된 일종의 답사다.

꾸며진 것과 원래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의 차이점. 생명력의 차별성 같은 것.

근대는 없다. 오래된 현재가 있을 뿐이다.

 

 

 

 

 

 

 

 

 

 

다음은 커피다. 대구는 커피가 강세인 지역이다. 그것은 문학예술 또는 인문학이 득세했던

고장의 특성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한 자리에 엉덩이 오래 누르고 있었던 사람이 많았던

지역이 커피가 문화로 자리한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몇 년 전에 서울에서

서필훈을 인터뷰 할 때 대구 <커피명가>와 경주 <슈만&클라라> 이야기를 들었다.

앞산곰이님은 다행히(?) 커피 마니아. 이를테면 과거의 강자와 신흥 강자 두 곳을 모두

방문하기로 했다.

기호품에서 필수품처럼 되어 버린 커피는 이제 물동량에서도 석유와 경쟁을 벌인다.

나는 이른바 봉다리 커피를 기반으로 한 일상을 살아왔지만 아주 과거에는 내린 커피

주력했던 시절도 있었다. 최근에 치과 치료를 시작하면서 봉다리 커피와 콜라를 가급이면

멀리하는 중이다. 물론 내 몸이 자연스럽게 그 흡입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최근에는 내 스스로 하루 세 차례 정도 커피를 내린다.

 

 

 

 

 

 

 

 

 

 

커피에 대한 평가는 정말 기호가 아니라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난 몇 년간 밖에서 돈 주고 사먹은 커피의 95%는 쓰레기였고 나머지 5%는 먹을 만 했다.

일상적으로 오미동에서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내 손으로 내려 먹는 커피가 가장 좋았다.

그 평가의 기준은 다름 아닌 내가 경험한 최선으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이런 영역에서는 누가 권한 곳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나선다.

몇 년간 밖에서 돈 주고 사 먹은 커피 중 이곳의 커피가 가장 양호했다.

물론 내 입에는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전통의 강자는 맛이 무거웠고(누가 커피를 내렸는지가 중요하지만), 신흥 강자는 기술이 깔끔했다.

두 곳 모두 대표가 아닌 직원들이 내린 커피였다.

수십 년 전 신흥 세력은 이제 전통이 되었고 지금의 신진은 수십 년 후 새로운 전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거리는 그 모든 것이 공존할 때 아름다울 것이다.

하나의 승리가 곧 다른 하나의 퇴장을 의미하는 거리에서 '존중'은 없을 것이다.

 

 

 

 

 

 

 

 

 

 

일요일 약전골목의 대부분 가게는 셔터를 내렸다. 그 뒤로 커다란 백화점의 로고가 선명했다.

골목의 알부자들은 시장의 큰손들이 골목까지 싹쓸이 전략으로 나서면서 하나 둘 폐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지난 60년대부터 30년 정도의 시간 동안 거리를 장악했었다.

많은 부를 축적했지만 그들은 외형을 확장하지는 않았다. 그 시절에는 부를 숨기는 것이 미덕이었다.

무엇보다 거리의 알부자들은 시대를 꿰뚫는 안목은 없었다.

내려진 셔터의 약전골목을 보면서, 당신의 가게는 점심 약속을 위한 사교장으로 유지하면서

당신 아들의 권유에 의해 당신들 거리 앞에 우람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대기업의 주식은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에 생산시설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물었다. 거의 완벽한 소비도시라고 했다.

빈부격차가 아주 큰 도시다. 그 중 빈의 비율이 다른 도시 보다 높다.

과거의 강자들은 은퇴자금을 마련했지만 젊은 층에게 많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한 시간 정도의 거리 투어를 하면서 그러나 여전히 영업 중인가게들이 연명할 수 있는

소비가 존재하는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골에 살고 있다는 조건 때문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보지 못했던 간판과 음식 메뉴들을 대구에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임무와 역할로 유지되어 온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지속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존재하고 있는 거리들이었다.

어쩌면 나는 대구를 아주 잘 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대구에서 하루를 머물고 난 다음 날 오전에 나는,

대구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었던 대구는 나의 편견이 만들어 낸 할리우드의 세트장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편견이 온전히 내 탓이라는 지적을 한다면 그것까지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나의 편견은 지난 30년 동안 축적된 ‘TK’ 라는 이니셜로 대변되거나 왜곡되거나 조작된

반복학습의 피해이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었던 부산에서의 마지막 노무현 선거가 있던 해에

나는 부산에서 살고 있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해운대 사무실 시절이었고 그 날 점심시간에

해운대 어느 골목, 도장집 아저씨와 선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은 그 아저씨가 도장을

파는 중에 일방적으로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지만. 20% 이상 앞서는 여론조사를

이야기하면서 이번에는 노무혀이가 될끼다.’ 불과 이틀 남은 선거에서 아무리 부산이지만’,

그 여론조사를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젊은 사람이라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도장을 받아 나오면서 말했다.

안될낍니더. 이번에도.”

선거는 나의 말 그대로 끝이 났고 거리는 조용했다. 예측에 성공한 나도 침묵했다.

나는 부산을 떠났고 지금은 농담 반 진담 반, 전라도로 정치적 망명을 떠나왔다고 말하곤 한다.

망명지에서 나는 정치적으로 행복한가?

두 번의 큰 선거가 끝이 난 다음 날의 완벽한 정적은 부산에서의 침묵보다 아팠다.

 

진골목과 약전골목, 동성로 골목을 헤집고 다니면서 나는 이전에 이미 본 적 있는 거리에

내가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묵은 거리, 오래된 식당과 찻집, 심지어 화방과 LP음반을

판매하는 가게까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은 굳건한 정신이 살아 있는 거리.

설사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답답함으로 느껴진다고 해도

그들조차 사실은 그 거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그런 거리.

광주다.

옛 도청 앞의 YMCA에서 예술의 거리와 광주극장에서 궁전제과까지 이어지는 충장로 거리들.

내가 이미 본 적 있는 대구와 거의 유사한 도시는 바로 광주다.

기질, 고집, 전통 또는 고전적 촌스러움, 숨길 수 없는 고유의 지역성

불과 열아홉 시간 정도 대구에서 머물렀지만 나의 생각에서 편견을 구분해 내는 일이

어렵지 않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이제 나는 대구를 처음 만난 것이다.

이제 나는 대구를 편견이 아닌 응시를 통해서 알아가야 할 것 같다.

이래저래 시절의 끝자락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그러나 끝자락이지만 발차기를 힘껏 하다보면 우리를 매달고 있는 끝자락의 머리 방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럿이 한다면 말이다.

우리가 남이가.

 

 

 

 

 

 

 

 

4dr@naver.com

 

 

 

 

 

 

  • iam1969 2014.10.28 00:48
    앗 대구다!
  • 4dr 2014.10.28 10:24

    몇몇 식당을 눈여겨 봐 둔 탓에 다시 가야겠습니다.

  • iam1969 2014.10.31 10:09

    전 숟가락 준비하겠습니다

  • 4dr 2014.11.01 01:12

    저는 시설을 들고 가겠슴돠.

  • 프랭키 2014.10.28 03:10

    이 말, 저 말 쓰려다가..

    저도 1969님처럼.. 앗, 대구다- 이렇게 쓰렵니다. ㅎㅎ

  • 4dr 2014.10.28 10:24

    제발 말을 하세요.

  • 프랭키 2014.11.11 14:04

    ㅎㅎ 다시 오세요. 

  • 오리 2014.10.28 04:56

    미도다방의 색동방석이 눈에 확...^^

    오랫만에 즐겁고 신선한 자리였습니다.

    만나뵈신 모든 분들 정답고 좋았습니다.

     

    지금 대구은행 본점 자리가 옛날에 커다란 못이었답니다.

    초가을이면 왕잠자리가 겁나게 날아다녔는데

    남편 친구 한 분이 어려서

    열 손가락 사이에 잠자리 한 마리씩 끼우고

    입에도 한 마리 물고

    날아가는 잠자리를 향해

    저 잠자리 모두 내 꺼다~~~

    아무도 잡지마라~~~

     

  • 4dr 2014.10.28 10:26

    입을 여신 순간 한 마리는 날아갔겠네요. 주변 분들이 대략...

  • 게꿀 2014.10.28 05:26

    침묵보다 아픈 두번의 완벽한 정적을 경험하고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씁쓸함이라니... 

  • 4dr 2014.10.28 10:27

    청양 번개는 11월이어야겠죠.

  • 머슴 2014.10.28 16:13

    이장님은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죠...^!^**  

  • 4dr 2014.10.28 17:47

    그럼요. 연도 지정을 하지 않을 뿐이죠.

  • 문인화 2014.10.28 07:33
    저도 그날 그 시간에 대구에있었는데 신기해요
  • 4dr 2014.10.28 10:27

    미리 아셨다면 기별을 주시지 그러셨어요.

  • 앞산곰이 2014.10.28 09:23
    원래 첫걸음이 힘들고 한 번 발걸음 하고나면 걸음이 잦아지는 법이죠.. ㅎㅎ
    이제 대구에서 좀더 자주 뵐 수 있기를 ...
  • 4dr 2014.10.28 10:28

    88고속도로 문제를 그래서 서둘러서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 이것은 분명 동서분단을 노린 정권의 농간이어욘.

  • 푸른하늘 2014.10.28 10:35

    눈팅이라는 만행만 일삼다가 이번 모임을 계기로 훈련병 계급장 떼고 제대로 짝때기 하나 단 느낌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참 뵙고 싶었습니다..

    사람 만나는 일에 꽤 익숙한 편이지만 가끔 내공을 몇 갑자쯤 쌓은 고수를 만날 때면 반사적으로 긴장하게 되는 느낌.. 짜릿했습니다.^^

    글을 보면서 대구 사는 우리는 대구를 얼마나 알까?? 얼마나 사랑할까?? 고개가 숙여지네요..

    모임에 함께 했던 분들 고맙습니다.. 또 뵐 날이 있겠지요..

    권영민 입니다..


  • 4dr 2014.10.28 17:49

    그냥 만나보면 우리는 제 각각의 역할을 가진 한 명 씩이죠. 가끔 뵈어요.

  • 절차탁마 2014.10.28 11:37

    대구의 이야기는 인근 안동의 그것이나 봉화의 그것보다 마이 무거운 느낌이네요.

    저도 자주 지나 다니며 3개의 공화국에 근 30년과 비교되는 또 다른 곳의 2개, 10년의 차이가 빚은 결과가  아니겠나 생각하곤 했지요.

    저 개인적으론 균형 발전을 내세웠던 다소 경쟁적이고 보복적인(?) 국가 재정 지출 또한 이해될 만도 하다 하고 느끼곤 했었는데...

    그건 뭐 저만의 생각일 뿐이니...  어쨌거나 얘기가 참 무겁고도 어렵네요.

  • 4dr 2014.10.28 17:50

    어렵기까지야 하겠습니까. 아, 다른 측면의 어려움...

  • 밝돌 2014.10.28 15:29

    그날  함께 했던 남이 아니었던 분들 반가웠습니다.

    저역시 대구를 추억으로만 알고 있고,제대로 알지 못하는거 같아요. 이기회에 대구 제대로 알기 함해 볼까요?ㅎㅎㅎ

    미도 다방 한번도 가본적 없는데,  이제 가볼 나이 된건가...

    곧 미도 다방 벙개 해요^^

  • 4dr 2014.10.28 17:51

    그런 곳은 나이 불문 그냥 입장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 특정 세대의 다방이 아닌 대구의 다방이 될 듯합니다.

  • 문인화 2014.10.29 08:02
    이번주금요일에 산에사네에서 하루 묶는데 뵐수 있음 좋겠네요
    친구랑지리산등산할예정이여서요
  • 4dr 2014.10.29 10:37

    그날 구례 밖 일정은 없는데 저녁은 통상 제가 없습니다. 피아골 단풍 축제일 것인데 산이 복잡하겠군요. 여튼 오시면 노을 언니께 저의 위치를 문의하세욤.

  • 진토 2014.10.29 10:31

    50년 된 '연고자' 보다

    19시간  '관찰자'의 '시선'이 더 무겁군요.^ 

  • 4dr 2014.10.29 10:38

    무거운가요. ㅎ 저만 그런 모양입니다.

  • 문인화 2014.10.30 02:50
    단풍축제인가요? ㅎㅎ 넹
  • toto 2014.10.30 23:29

    대구 토박입니다.  살면서도 항상 다른 장소를 꿈꾸는 ..저에게도 대구는 웬지 자주 들르는 여행지 정도의 의미로 있는 건지..원래 이 인간이 그래서 그런건지..ㅋ

  • 4dr 2014.10.30 23:35

    제 마음에 답은 있지만 말씀 드리기는 곤란해요.

  • 어진 2014.10.31 23:01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다녀가신 후라니

     

    민망하고 아쉬워요.

     

  • 4dr 2014.11.01 01:13

    엇! ㅎ 길을 내었으니 또 만날 날이 있겠지요.

  • 레헴 2015.08.25 16:56
    대구사람입니더.
    지금은 안양에서 빵을 굽지예..
    언젠가 대구 내려가 빵을 굽자는 소원이 있지예..
    대구 20년 짧게 살았지만,
    저도 글통해서 대구를 처음 보네예..
    잘봤심더..
  • 4dr 2015.08.26 00:03
    밀가루는 잘 사용하시고 계신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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