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9 21:57

雜說 / 있다 없다

4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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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쉰다섯. 같은 마을 사는 형님이 세상을 떠났다.

처음 마을에 거처를 잡았을 때에는 꽤 자주 어울렸었다.

젊은 이장 시절이었고 청년회가 활발하게 돌아갔다.

그때 그 형님이 청장년회 대표였다. 젊은 이장에게 힘을 보태려고

그 형님도 나도 말 수를 지금 보다 많이 했던 시절이었다.

하루 전 해질 무렵에 문자로 부음을 접하고,

마을 후배에게 전화를 해서 이 이름이 그 이름이 맞는 것이냐는 확인도 했다.

뒤적뒤적 사진폴더를 열어서 혹시 영정사진으로 적당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노래 좋아하던 형님 사진은 팔 할이 술자리 사진이고 나머지는 농민회 행사 사진이다.

청년회가 차츰 뜸해지고 마을에서 젊은 사람들이 논의에서 떠나간 이후

나 역시 마을 안에서 관계들이 뜸해졌다. 요즘은 마을 행사는 십중팔구 피한다.

어차피 내 주소지는 잠자는 마을이 아니라 오미동으로 옮겨진 상태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와 형이 나눈 마지막 대화는 이랬다.

 

하이고 웬일로 권산 선생이 나를 아는 채를 하나.”

하이고 형님도 참

 

지난 봄 선거 관련한 모임에서 스쳐 지나가며 나눈 소리다.

민감한 시즌에 민감한 위치에 있던 나는 가급이면 같은 마을 사람들과

공적인 자리에서 아는 채를 자제했다. 나와 가깝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이

쓸데없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행동이 섭섭했던 모양이었다.

스스로 인생을 갉아 먹는 자들에게 나는 싸늘한 시선을 결코 숨기지 않았지만

일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곳의 대부분 사람들을 결코 무시한 적은 없다.

물론 형님에게도 나의 그런 행동이 큰 섭섭함은 아니었기에 바로 타박할 수 있었겠지만.

이러나저러나 그 뒤로 길에 서서 담배 한 대 나누지 못하고 스치는 차 안에서

서로 눈만 맞추었으니 뜸했던 지난 2년 정도가 야속하긴 하다.

2년 전에 농장 명함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만들어주지 않았네.

죽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사는 일이 무섭다.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구멍으로 밥을 넣으며 혼자 중얼거린다.

 

제대로 살자.”



  




4dr@naver.com





  • 나무와 숲 2014.10.30 11:05

    어떤 사람은 밥은 못먹어도 말은 하고 살아야 하고,

    대개는 말은 못해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합니다.


    밥만 먹는다고 너무 타박하지 마십시오. ㅎ

  • 4dr 2014.10.30 19:26

    누가 타박을 합니까. 오죽하면 밥벌이의 숭고함이라 하겠습니까.

  • 앞산곰이 2014.10.30 16:41

    이장님 동네형님의 죽음이나 최근 접한 신해철씨의 죽음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게도 어느순간 그것이 찾아오면 언제라도 미련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을  살아야할텐데...

  • 4dr 2014.10.30 19:26

    당사자는 받아들이고 말고 할 일이 뭐 있습니까. 남은 사람의 문제고. 마지막 모습이 말을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정도.

  • 파르티잔 2014.10.30 16:59

    제대로 살기는 힘들죠.

  • 4dr 2014.10.30 19:27

    이런 젠장.

  • 송's 2014.10.30 16:59

    할 수 있단 생각도 말고 하려고도 말고 그냥 살면 되겠지요. 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말고. 사는 일이 그래서 가장 무섭습니다. 할 수 있다. 하겠다. 해야겠다. 한다.생각조차 말고 아무도 당신들(나를 포함한..자기의 타자화입니다)에게 바란 바 없고 기대하는 바 없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지금의 회한은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잘하고 계신 것 같아요.

  • 4dr 2014.10.30 19:28

    이곳에서는 죽음이 항상 가까워서, 가끔 가까웠던 사람들의 일 앞에서는 숨길 수 없이 허망함을 느끼지요.

  • 게꿀 2014.10.30 17:39

    선생과 아는 체의 거리

    삶과 죽음의 시차...

    사는게 뭔지

  • 4dr 2014.10.30 19:29

    사는 것이란 DNA 명령에 의한 불가항력적 행진.

  • 문인화 2014.10.30 21:05
    좋아요
  • 4dr 2014.10.30 22:03

    난감한 댓글이어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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