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4 14:52

雜說 / 편지 20150404

4dr
조회 수 1955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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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401.jpg



영후

<파이 이야기>는 도착했다.
벚꽃 피는 금요일 오후라 우체국으로 나가지 못했다.
월요일에 보낼 것이다.
이 편지를 쓰는 지금은 4월 4일 토요일 오후다.
비가 세차다.
바람도 세차다.
벚꽃 잎은 이 비바람에 거의 떨어질 것이고 저녁의 벚꽃축제는 틀렸구나.
구례는 축제를 하면 거의 비다.
내일은 마산면민 체육대횐데 새벽 6시까지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되어 있다.
아빠도 나가서 사진을 찍는 임무가 부여되어 있는데 잘 모르겠다. 도망갈지.
엄마는 며칠째 빵순이 손님들이 순차적으로 도착해서 월요일까지 이어질 것이니
방목 상태로 보면 된다.
사실 이 시간에 나는 ‘그 책’ 원고를 쓰고 있어야 한다.
열여덟 번째 목차 앞에서 멈추어 있다. 큰 위기는 아니다.
그냥 그렇게 시간을 쓸려 보내고 있다. 점심 먹고 읽은 한겨레신문의
김민기 인터뷰를 읽고부터 이렇게 손 놓고 내리는 빗소리와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있다.
김민기와 양희은이 부른 같은 노래 <두리번 거린다>를 계속 듣고 있다.
김민기 인터뷰는 좀 길지만 편지 끝에 붙여 두겠다.
인터뷰 중에,


- 87년 시청앞 광장에서 이한열 노제가 벌어질 때 어디 계셨나?
“나, 거기 있었다.”


딱 그 대목에서 마음이 내려앉았다.
1987년 7월 9일 시청 앞 노제 장면에 관한 이야긴데
너는 검색해야 알 수 있는 역사의 어느 한 장면이다.
백만 명이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부를 때, 그 군중 속에서 무슨 생각이 들까?

내가, 아빠가 보인다. 아주 작은 내가 보인다.
사실 좀 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결국 큰 사람은, 그런 욕망 따위는 없어야 하는 것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식들 영정 품에 안고 길을 걷고 있다.
마음이 두리번 거린다.

마음 좀 추스르고 글 쓰야는데…



2015. 4. 4 구례에서 아빠가.



헐벗은 내몸이 뒤안에서 떠는것은
사랑과 미움과 믿음의 참을

너로부터 가르쳐받지 못한 연인아
하여 나는 바람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 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곁에서
교정뒤안에 황무지에서
무너진 내몸이 놀리어 우는것은
눈물과 땀과 싸움에 참이
너로부터 가리워 아지못한 연인아
하여 나는 바람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 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곁에서
교정뒤안에 황무지에서
텅빈 내마음이 굶주려 외침은
꿈과 노래와 죽음의 참이
너로부터 사라져 잃어버린 연인아
하여 나는 바람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 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곁에서
교정뒤안에 황무지에서


★ 김민기 인터뷰 보기








4dr@naver.com



Atachment
첨부 '1'
  • 김은희 2015.04.04 23:44
    달이 참 곱네요... 김민기 인터뷰 읽고 오늘 온종일 두리번 댄 일인 올림.
  • 4dr 2015.04.05 12:53
    할 일이 없었던 것이군요. 호호호
  • 3류브로카 2015.04.05 09:53
    사진에 찍힌 건물에서 아교가 종일 깡통에서 끓고 '호마이카' 장롱이 혼수로 불티나게 나갈 무렵이 구례의 골든에이지 였었나 싶네요. 악과 싸우며 악을 닮지않기, 근데 그 악이라는게 어디 밖에 있는게 아니니. 김민기 인터뷰 읽고 바람타고 날아가는 빗방울을 꽤 오래 보고앉았던 1인.
  • 4dr 2015.04.05 12:55

    인구 8만 명 해싸코 할때. 아직 구례장은 전국에서 실제 작동되는 큰 사이즈의 장이라네요.
    면민체육대횐데 전주요?

  • 3류브로카 2015.04.05 13:59
    집에 와서 뒹굴 모드 입니당
  • 파르티잔 2015.04.06 11:00
    김민기노래는 항상 차안에서 듣곤하는데
    그 노래 아침이슬
    고딩 1학년 수학여행때 불러서 인생이 이렇게 흘러온 것 같습니다. ㅎㅎ
  • 4dr 2015.04.06 11:04
    음... 이 모든 게 김민기 때문이란 말씀이군요.
  • 나무와 숲 2015.04.06 12:40
    이장님은 연출을 하셔야 합니다.
    분명 사람의 어느 부분을 콕 눌러 짜내는 촉이 있습니다.
    지난 토욜 읽어 봐야지 하다 지나가 버릴 뻔한 김민기 기사 여기서 보게 되네요.
    채현국 인터뷰 기사 이후로 나의 하루를 깨름찍하게 만드는 또하나의 울림이네요.
  • 4dr 2015.04.06 14:21
    신입PD로 입사 가능한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나무와 숲 2015.04.07 19:10
    김민기 노래는 파삭하게 폴폴 날던 마음을 다시 폭 적셔 가라앉게 하네요.

    김민기 선생님, 김민기 님, 김민기 씨... 그냥 김민기가 젤 좋습니다.
  • 4dr 2015.04.08 00:48
    눈 앞에 없을 땐 걍 반말이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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