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2 22:25

雜說 / 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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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201.jpg



일단 출옥이다.
처음에는 공판 끝나는 2개월 후에 집행유예로 나올 줄 알았는데 실형으로 6월을 살았다.
오후에 헤아려 보니 840매 정도다. 180일로 환산하면 하루에 200자 5매도 못된다.
하루 5매는 지리산닷컴이 가동될 때 댓글 보다 적은 글 양이다. 도대체 원인이 뭘까.
뭔 글을 쓰면서 완료하고 단락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재배치하는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다.
늙은 나이지만 건방지게 표현하자면 글 쓰는 일이 지난 10년 이상 참 쉬웠는데
이번에는 그 일이 참 힘들었다. 15년 이상 앞에 사진을 두고 긴 캡션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만들어 온 버릇 탓인지 이미지 없는 빈 한글 페이지 앞에서 나는 지난 몇 개월간
고개를 자주 숙였다. 내일 사이트에 올릴 글도 아닌데 더 목을 죄어 왔다.
글을 위한 글을 쓴다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글 쓰는 사람들이
짐 싸들고 옮겨가서 요양하듯이 글과 싸우는 일이 이해되고 그렇다.
작년 10월 이후로 별다른 돈벌이 일도 하지 않았고 내 계좌는 원래 허허로운데
도대체 우리집이 어떻게 유지되었는지 복기가 되지 않는다.
2014년은 안식년이라는 휴식도 없는 타이틀 만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해가 바뀌었지만 나는 여전히 전투력과 목적의식을 상실한 일상을 허우적거렸다.
대략 ‘이 책 원고 끝나면…’ 이라는 핑계로 많은 결정을 유보했고 피해왔다.
사람들은 내가 바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어쩌면 나는 사람들의 그런 인식을
그때그때 잘 활용했다. 나는 전혀 바쁘지 않았다. 그저 게을렀을 뿐이다.
그러나 많이 민감해졌고 이런저런 조건과 환경에 대해서 까탈스러워졌다.
그러나 일단 출옥이다. 젠장. 이제 어디서 무슨 핑계를 찾을 것인가.
글 감옥 벗어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유보한 몇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결정을 내리지 않는 방법도 있다. 그렇고 그런 무기력한 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어쩌면 지난 16개월 동안 그런 훈련도 되었다. 실제 대상 불문하고 많이 귀찮고 그렇다.
실질적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지리산닷컴을 어찌할 것인지가 아무래도 당면한 결정이다.
양치기 노인 짓을 몇 번 해서 이제 뭔가를 하겠다거나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기도 힘들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복귀해서 다시 습관을 들이는 방법이 가장 무난할 것이나
무슨 일을 벌일 수 있을지는 스스로 미지수다.
점심 무렵에 마지막 원고 끝나자마자 어찌 알았는지 부탁 파일 보낸다는 기별과
형님 그거, 부탁한 거 팔아 달라는 전화가 오고 그렇다. 악양에서 글 관련해서 마지막
점심을 먹고 담배 한 대 피는데 앵두가 익어가더라. 앵두를 보니 지정댁 된장을
팔아 주기로 한 일이 생각났고 엄니가 많이 서운한 상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정댁은 앵두나무 집이다. 주 중에는 지정댁 집으로 가서 앵두도 촬영하고 된장도 체크해야겠다.
카메라는 가방에 그대로 있겠지. 그건 썩는 물건은 아니지. 또 방전은 되었겠다.








4dr@naver.com





Atachment
첨부 '1'
  • 3류브로카 2015.05.12 22:32
    탈옥을 하지 마시고 감옥을 접수해버리셈. 탈옥하면 또 들어가욤. ^___________^
  • 4dr 2015.05.13 09:43
    어차피 감옥은 정기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글고 탈옥 아니거든요. 만기 출소거든요.
  • 3류브로카 2015.05.18 12:01
    보통 원고 끝내면 탈고라고 하잖아욧, 그러니까 탈옥이예요! 탈옥해서 잡혀가고 잡혀가면 가중처벌로 더 길어지고 뭐 그런거잖아요. 출소 두부 한모 사드리기 싫어서 이런것은 아니고요
  • 4dr 2015.05.20 20:59
    알았어욧! 전주 식당 순례 새 아이템이나 작성하셈. 조만간 올라가야 할 일이 있을 듯 하니.
  • 절차탁마 2015.05.13 07:55
    탈고인지, 출옥인지, 어쨌거나 축하드리고,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있음 또한 축하할 일이겠지요. 일상 복귀는 아무일도 없었던 듯 자연스러워야 할 것 같네요.
  • 4dr 2015.05.13 09:43
    사실 별 차이도 없는 일인데 일기장은 항상 의미를 부여하곤 하지요. 쿨럭.
  • 나무와 숲 2015.05.13 09:53
    희망하던 좋은 세상에 도달한 거 아닌가요?
    더 나아갈 필요가 없는...
    좋은 거입니다.
    축하...
  • 4dr 2015.05.13 18:20
    인간은 여전히 문제죠.
  • 김은희 2015.05.13 13:29
    만기 출소를 감축 드리옵니다!
    글고요, 에이~ 양치기 노인은 쫌 그렇고요... 정 그러시다면..양치기 아저씨 쯤으로? ㅋ
    일단 출소의 기쁨을 누리시길요~ ^^
  • 4dr 2015.05.13 18:20
    갑장이던가요?
  • 김은희 2015.05.14 13:38
    아마 그럴걸요?
  • 4dr 2015.05.15 00:37
    노인을 부인하길래 그냥 물어봤어요.
  • 김은희 2015.05.15 22:59
    쫌 착해져볼까 했드만요 흠흠...
  • 4dr 2015.05.16 14:04
    그랬던 적이 있었군요. 음...
  • 미야씨 2015.05.14 10:33
    다른거 다 안보이고 "지정댁네의 앵두".....요 글만 보입니다.
    사람이 머리가 커지면 지 듣고싶은것만 듣고 보고싶은것만 보고 기억하고싶은것만 기억하고....그런건가보네요.
    언젠가 같은상황에 있던 여러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데...그 상황을 각자가 다른기억으로 기억하더라고요.
    나름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는데.....그때 우리가 치열한상황에 있었더라면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었겠구나...했다죠~.
    요즘 제 댓글이 동문서답같아서 좀 그렇네요....ㅋㅋㅋㅋ
  • 4dr 2015.05.14 13:29
    동문서답인데 길기까지 해서 엘로카드여욘.
  • 어진 2015.05.14 14:32
    축하하고 부러워요. 아직 출옥날이 50일쯤 남은 사람으로서.
    1년쯤 일에 쫓겨다녔더니 지금 심정은
    이제 다신 이쪽 일 안하고 싶어요.
    그리고 출소해서 일주일이라도 아무것도 안하고 먹고자고만 하고싶고요.
    아무튼 진심 축하드려요.
  • 4dr 2015.05.15 00:38
    출옥이 50일 남았으면 거의 영원과 같군요. 호호호
  • 어진 2015.05.16 14:34
    죽을 맛이어요~
    지치고 있음
  • 비눗방울 2015.05.16 16:26
    방전에 방전을 거듭하면 충전이 잘 되더군요
    카메라나 사람이나 충전의 시긴가봅니다
    얼릉 충전시켜보세요 ㅎㅎㅎ
    대애충 바쁜거 끝냈습니다
    비비초로 피클까지 담았으니 약먹고 쓰러질때가지 화장실 들락날락 할 일만 남은 저보다야 나으신거 같아요
    아파트를 보름만에 팔고 살 집 구한 저도 있으니
    충전해보세요
  • 4dr 2015.05.17 12:00
    충전 되는 건지 밧데리 완전 아웃인지 모르겠습니다.
  • 게꿀 2015.05.25 13:33

    놀듯 일하고 일하듯 놀고
    이장 평소 사는대로 썼으면 별 어려움 없었을 양인데?

  • 4dr 2015.05.26 21:29
    양의 문제는 아니고요. 음... 인터넷 글쓰기가 아닌 책을 위한 글을 쓴다는 것의 어색함?
    사진 없는 글을 쓰는 난감함과 부적응. 또는 갱년기인가 하는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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