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4/08/18
2004.8.17

이틀 동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말들을 나누었다.
일상적으로 우리들이 뱉어내는 말의 33%는 기억하지 못하는
반복적인 언어일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고
목적을 가진 33% 정도의 언어와 헐렁한 농담이 33% 정도 차지하지 않을까.
긴장이 많이 풀려 있는 생활이었던 모양이다.
연속된 몇시간의 대화에 나는 지쳐버린다.
매일 열심히 들여다보고 리플놀이 하는 사이트들도 그냥 흘깃
쳐다보는 시늉만 할 만큼 이틀 정도 나는 약간 넋이 나가 있다.
연신내 4번 출구로 나오니 폭우가 쏟아진다.
옆 건물로 피해서 윤진에게 전화를 걸어 우산을 청한다.
멍하니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촛점이 잡히지 않는 눈동자를 가진 놈 처럼,
아무리 다물려 해도 다물어지지 않는 아가리를 가진 놈 처럼,
아무리 힘을 주어 주먹을 쥐어도 손바닥에 박히는 손톱을 느낄 수 없는 놈 처럼,
많은 말들을 뱉어내었는데 가슴은 답답한,
쳐먹은 밥과 술은 오바이트를 하고 나면 쓰린 위장을 느끼면서도 후련한데...
'말'이라는 것은 뱉어내고 나면 왜 더 답답하고 뜨거운 면도날이 스쳐간 듯한 쓰라림까지 느껴지는 것일까.
0.1mg 던힐을 피우다가 0.8mg 말보르 연기를 퍼 붓는 비 속으로 날려보낸다.
천번의 구토가 뱉어 낸 한마디 말을 주워 담을 수 있게 하는 비법이라고
악마가 내 귓볼을 잘근잘근 씹어준다면 기꺼이 내 영혼을 녀석에게 팔아 버리겠다.
말로의 '구토'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파우스트'가 영혼을 팔고 어떻게 되었는지도 기억나질 않는다.
아마도 내 머리속에서 '문화로서의 말'은 모두 삭제되고
'생존으로서의 말'들만 살아 남을 모양이다.
그때가 되면 퇴화되었던 어금니의 기억이 되살아 나고
앞발의 발톱은 뾰족해지겠지.
그리고 말은 필요로 하지 않는, 소리만으로 살아가는 네발 짐승이 되어있겠지.
노름꾼은 스스로의 손을 절단해도 목숨은 살아 남아 의수를 끼고 도박을 계속한다.
참 절묘하게도 혓바닥을 스스로 끊어버리면 말은 내 숨까지 부둥켜 안고 마지막을 고한다.
어쩌란 말인가?
뱉어란 말인가
다물란 말인가.

4d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