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4/09/30
2004.9.30



추석 밤.
비디오를 보고 새벽 2시나 되었을까.
무심결에 창밖을 보니 달이 밝다.
보름이라.
카메라를 들었다.
하늘색도 곱고 달도 좋아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달을 보고 특별한 소원을 빌지는 않았다.
노력이 동반되지 않은 기원이란 것이 로또 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냥 열심히 살면 될 일이다.
추석 당일 오후 모임 약속이 취소되어서 그냥 좀 쉬었다.
사실은 좀 편안했다.
영후가 6살 쯤 추석.
그때는 영후와 내가 본가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아파트 베란다로 나와서 소원을 빌었다.
그런 짓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것이어서 그때 내가 빌었던
소원을 기억한다.
처음에는... ㅅㅂ 쪽팔리게,
"돈을 많이 벌게 해 주소서" 였다.
돌아서려니 달밤에 붉어진 얼굴을 남이 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캥겨서 다시 두손을 모으고 '앞에 것은 취솝니다'를 먼저 주문하고,
"타협하지 않고 살아가게 해 주소서" 로 정정했다.
그러고 나니 뭔가 가오가 잡히고 소원도 품위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
어깨에 각도 잡히고 그랬는데...
그 자리에서 영후에게 무엇을 빌었냐고 물었다.
"공부를 잘하게 해 주세요" 를 빌었단다.
나는 바로 "그것 말고 진짜로 빈 소원이 뭐냐?" 라고 추궁성 분위기로 들어가니...
사실은 "공룡이 되게 해 주세요" 라고 빌었단다.
우리 부자는 달빛을 뒤로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父子가 뭔 현실적이지 못한 소원만 빌고 돌아서니 역시 이런 짓은
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머리끝이 따끈할 정도로 온기가 느껴지길래 늦잠을 깨었다.
햇살이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와서 내 머리카락 즈음에 내렸던게다.
지난밤 달이 있던 자리에 소식도 전하지 않고 달은 가버리고
해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늘은 마치 제가 가을인양 맑은 것이었는데 서울의 하늘 처럼 보이질 않았다.
추석이건, 연휴건, 평일이건 나의 일상에 그것들이 미치는 영향은
다른 일반적인 살이를 하는 사람들에 비해 미미한데
도리없이 정해진 절기의 분위기는 나를 압도하고
달이며, 하늘이며 하는 것들은 괜히 가슴에 스치기만 해도 예리한 상처를 남긴다.
그것은 아마도 '새긴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인데
아무런 작용없이, 아무런 의지없이 그 시간들이, 세월들이
스쳐지나 가는 것 만으로 가슴이 쓰린 것을 보니 사람이 제 명을 다하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물리적 운동이 멈춤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는 아닌 모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달과 바람과 별과 하늘의 스쳐지나감에,
그 익숙한 스침의 반복에 의한 內傷이 쌓이고 쌓여 그렇게 몸으로 내려 앉는 모양이다.
앞으로 치루어야 할 핏줄과 인연들과의 남은 수순들을 생각하면
사람이란게 참 너무 뻔한 길을 따라 고만고만한 만족과 불만으로
품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큰 가슴을 가지지 못한 것과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는 옹졸함이
이 세상을 남들 처럼 살아가라는 깊은 배려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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