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4/11/09


2004.11.9

나의 타블렛펜이다. 와콤.
타블렛을 대략 96년경부터 사용해 왔다.
저것이 아마도 두번째일 것이다.
인터넷을 할 때는 pc를 사용하지만 작업은 항상 mac이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 94년 나의 첫 컴퓨터가 mac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타블렛을 사용하고 난 이후 내 개인컴에서 마우스는 없다.
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는 연필처럼 주머니에 넣고 커피를 타러 나오거나
간혹 전화를 받고 메모를 해야 할 때 볼펜으로 착각하고 종이에 끌적이기도 한다.
몇년 전에 병원에도 한번 다녀왔다.
와콤코리아는 아주 친절했는데 수리하고 보내주면서 다음에 또 한번
떨어뜨리면 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로 나는 저 녀석을 심하게 떨어뜨린 적이 없다.
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은 타블렛을 쥔 자욱으로 굳은살이 박혀 있고
연필을 쥔 자세일 수밖에 없다보니 다른 컴퓨터 사용자보다
오른쪽 팔목과 어깨의 긴장은 좀 더 한 것 같다.
거북등 처럼 굽고 딱딱해져버린 나의 등은 이놈과의 동거를 시작하면서
예정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아주 가끔 마모될 대로 된 펜촉을 보면서 내 오른쪽 팔목과 어깨 그리고 등이
느꼈을 통증 만큼 타는 듯한 마찰감으로 고통스러웠을 타블렛펜의 처지를
가엽게 생각한다.
수고했다.
너의 수명이 다 하더라도 너를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 넣지는 않겠다.
의리가 있지.
네가 나를 먹여 살렸다.

4d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