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4/11/23


2004.11.22

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 목욕탕을 가는 길에 담배를 샀다.
그리고 목욕탕 화장실에서 피웠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때 내 인상은 지금의 영후처럼 야위고 어려보여서 담배가게 주인은
담배 심부름 온 아이로 볼 수밖에.
그리고 하루에 두어개피씩 피우기 시작한 것이 나의 담배 이력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1년 정도 피우지 않았다.
누가 권한 것도 아니고 주변 친구들이 그렇게 어울려 다닌 녀석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나의 은밀한 담배와의 접촉은 깜쪽같이 시작되고 진행되었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화실 생활을 시작하면서 담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때는 남학생의 대부분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을 나이이기도 하고.
3학년이 되었을 때는 화실에서 유일한 고3 남학생이었던 나는
이를테면 화실의 오야붕이 되었는데 부산대학교 앞에 있었던 화실은
그만큼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았고 대학을 간 선배들이 화실에
오면 터놓고 담배를 피는 상황이었다.
'고목'이라는 조그만 지하까페에서 피운 나의 담배양은 얼마나 될까.
하의는 교련복 차림이고 상의는 반팔티를 입고 그 까페의
뮤직박스 안에서 판돌이를 하면서 피우는 담배는 뭔가 다른 놈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는 듯 했다.
재수하고 방위받고 대학 3학년 시절 정도까지는 가장 극심한 흡연 시기였다.
은하수의 전성기였는데 하루에 세갑 정도를 피웠다.
담배가 겁나게 맛있었던 시절이었다.
2년 정도는 국산궐연에 빠져서 담배값을 좀 많이 날렸다.
그리고 이후 10년 정도는 하루에 두갑 정도의 흡연량이었다.
은하수가 사라지고 나서 한동안 주종 담배를 마음에 두지 못해서
이 담배 저 담배를 전전했다.
항상 두갑 정도의 담배를 여벌로 들고 있어야 안정이 되었다.
담배갑에 몇개피 남지 않은 상황을 인식하면 불안했다.
지금 처럼 편의점이 있었던 시절도 아니니.
1991년에 필립모리스가 나왔다.
부산 남천동 미술학원 시절이었는데, 길거리에서 판촉으로
나누어 주었던 필립모리스를 피워보고 마음이 끌렸다.
나의 생일에 어느 후배가 필립모리스 10보루를 선물했다.
10보루를 피고 나니 입맛은 굳어졌다.
막상 양담배 내어 놓고 피기 힘든 조건이었는데.
이런 저런 회의와 강연으로 전국을 떠돌아 다니던 시기였으니
운동권 인사들 앞에 양담배 내어 놓기가 쉬운 노릇은 아니었다.
그래서 회의자리에서는 항상 다른 담배를 내어 놓고
안주머니에서 필립모리스를 몰래 꺼내어 피웠다.
필립모리스를 10년 정도 피웠다.
주변 사람들도 서서히 필립모리스로 바뀌어 갔다.
대략 3년 전부터 나의 담배는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던힐 빨간거 흰거, 말보르 똥색, 빨간거...
여튼 양담배로만 전전했다. 세월이 흘러 언젠가부터 양담배도 그냥 꺼내 놓고
피워도 사람얼굴 쳐다보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몇년째 내 입맛에 '이거다' 하는 담배가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뻘건 말보르를 피고 있다.
몇년 전부터 하루 한갑 정도로 다시 담배가 줄었고
요즘은 하루에 한갑을 피우지 못한다.
밖에서 사람들을 장시간 만나고 할 경우는 한갑 정도 피우겠지.
결혼기념일에 윤진이 나에게 선물한 것은 책이었다.
세상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한 것이다.
그 책도 보통책이 아니라 금연에 관한 책이다.
그 직전부터 나는 집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담배를 핀다.
윤진이 진행 중인 금연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단, 화장실을 이용할 경우와 밤늦게는 화장실에서 피운다.
바야흐로 담배에 대한 완전한 자유로움을 스스로, 약간의 타의와 결합해서
박탈하고 있는 중이다.
담배를 끊을 생각이냐?
아니다.
하루에 수십페이지 정도 읽어보는 금연 관련 책을 읽어내는 것은
책의 첫머리에 책을 읽는 동안 담배를 계속 피울 것을 권유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은 재미없다. 모르는 이야기도 아닌 것을 반복적으로 나열하고 있는 방식이다.
모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꿈은 금연이 아닌가. 어차피.
단기적으로 별 효과가 없을 것이 너무 뻔해 보이는 책읽기와 밖에서 담배피기를
통해서 내가 얻는 이득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담배는 한개피나 한갑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결국은 완전히 끊어버리는 결심이 아닌 다음에는 별반 소용이 없다.
하지만 담배에 대해서 요즘 뭔가 스스로 자꾸 생각을 한다.
주변 상황과 내 몸이 감지하는 찌꺼기로 가득한 몸뚱아리에 대한 거부감이
그런 상황을 조금씩 강제하는 모양이다.
담배는 좋지 않다.
역시나 글을 쓰다보니 담배 생각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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