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4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확장판에서 메이킹 필름을 보는 재미가 가장 솔솔하다.
어떤 영화의 메이킹 필름보다 탁월하고 세부적이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메이킹을 만들기 위해 영화를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에도 7시간에 육박하는 메이킹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다 보지 못했다. 대략 60% 정도 본 것 같다.






곤도르의 섭정 테네소르이다.
이 배우의 이름을 모르겠다. 인상적인 배우였다. 전체 영화에서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두 명이었는데 '그리마' 뱀혓바닥과
이 사람 테네소르 역을 맡은 배우였다.
아무런 정보없이 나의 관념은 이 두 배우가 영국쪽 분위기가 많다는 것과
연극무대 출신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뱀혓바닥의 장면에서 로한의 낡은 궁과 곤도르의 쇠락한 성의 분위기에서
고전적인 세익스피어의 몇몇 장면들이 연상되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익스피어의 대사는 철저하게 연극적이다. 탁월하다.
곤도르 왕국이 섭정 통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그래야 이 배우의 연기가 탁월했다는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 현재 이야기보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 시절의 이야기다.
네이버에서 지식 검색해서 나름으로 재편했다.

과거 누메노르가 몰락하고 왕족이었던 엘렌딜은 자신의 두 아들
이실두르와 아나리온을 데리고 중간계로 건너온다.
이때 이들은 북쪽에 아르노르, 남쪽에 곤도르를 세우는데,
이실두르가 아르노르를 통치했고 아나리온이 곤도르를 통치했다.
그러나 사우론이 절대반지를 만들어 중간계를 위협하자 엘렌딜은
엘프인 길갈라드와 최후의 동맹을 맺고 바랏두르를 친다.
이 전쟁에서 엘린딜과 길갈라드, 그리고 아나리온이 죽고 아버지의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이실두르는 부러진 칼을 휘두르고
사우론의 손가락은 잘려 나간다.
그리고 이실두르가 절대반지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장면은 반지원정대 도입부에 짧게 언급되어 있다.
이후 이실두르는 반지의 의지로 안두인강을 따라 내려오다 암살당하고
아르노르는 겨우 몇 대의 왕들의 손을 거친채 세 왕국으로 분열되어 마침내
국력이 약해져 북쪽의 앙그마르에게 멸망 당한다.
바로 이 앙그마르가 왕의 귀환에서 등장했던 나즈굴의 대장이다.
이후 아르노르는 완전히 멸망하고 소수의 누메노르 혈통만이 남아
두네다인족을 이끌어간다.
한편 곤도르는 도중에 아나리온의 혈통이 끊긴 탓에 순수 곤도르 혈통이
섭정을 맡아 대대로 이어내려온다.
누메노르인이 긴 수명과 출중한 외모로 축복받은 인간들인 반면
중간계 토박이들, 즉 곤도르의 순수 혈통은 수명도 짧고 그렇고 그런 인간들이었다.
지금 우리들 모습으로 상상하면 될 것이다.
누메노르인은 순수 혈통, 즉 축복 받은 인간이고, 곤도르 원주민은
축복받은 인간이 아니다. 현생인류의 대변자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고 지금의 섭정 역할을 했던 테네소르 배역의 연기를
감상하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영화에 개입할 수 있다.
나는 아랫 입술을 비죽하게 내민 심술쟁이 얼굴로을 한, 혹시라도
순수혈통의 왕이 귀환할지도 모른다는 일생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 온
노인을 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테네소르 역의 배우가 충분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하지만 메이킹 필름에서 평상복 차림의 그 배우는 뭐랄까...
3:7로 나눈 가르마와 안경을 낀 영락없는 25년 근무 평교사의 얼굴이었다.
그래서 배우가 직업인 모양이다.






아라곤은 사우론의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린시절에 그의 어머니가
리벤델로 피난을 시켰다. 그의 아버지 아라손은 아르노르를 이끌었던
두네다인족의 왕이자 진정한 누메노르인이었다. 진골인 것이다.
영화를 본 30십대 이후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듯 했고,
그 이하 연령층은 물론 레골라스를 좋아하는 듯 했다.
아라곤은 영화에서 헌신적이다. 조상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강박에 휩싸여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의 헌신성은 집안의
실수를 만화하기 위한 것인데 실제 촬영 현장에서 아라곤 역의 비고 모텐슨은
주변 사람들의 절대적인 신망을 얻은 배우인 것 같다.
2003년 상반기에 2개월 동안 '왕의 귀환' 보충촬영이 있었다.
비고 모텐슨이 등장하는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그는 프로도의 마지막 촬영 때
보다 더 많은 송별 인파 속에서 엔딩 파티를 한다.
그를 떠나 보내기 아쉬워 한 사람들의 다수는 수많은 액션씬을 감당했던
이름 없는 엑스트라 배우들이었다.
주로 오크로 분장하고 연기했던 스턴트들은 아라곤에 대한 최상의 예우를
표하기 위해 마오리족의 춤을 스튜디오에서 그에게 헌정했다.
비고는 그때 눈물을 흘리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무엇보다 나 조차 그 배우의 인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성 스턴트배우에게 말을 선물한 일이었다.
그 여성은 1편, 반지원정대에서 아르웬이 흑기사에게 추격 당하던 그 아름다운
말 추격씬에서 아르웬으로 분장하고 말을 탔던 여성인데 영화 촬영 동안
그 말과 너무 정이 들었다. 그 백마는 종마였고 아주 비싼 가격이었다.
전체 영화가 끝이 나고 영화사에서는 소유의 8마리 말을 경매에 내어 놓았는데
영화사 간부가 그 말을 원했다. 그 스턴트 여성은 물론 그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때 아라곤(비고)이 그 말을 사서 여성스턴트에게 선물한 것이다.
물론 아라곤 자신도 영화에서 자신의 말이었던 '브레고'를 영화가 끝난 후 구입해서
미국의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대표적으로 이런 지점들에서 아라곤 역의 비고는 주변의 스탭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듯 했다. 한마디로 지가 잘 났다고, 주인공이라고 껄떡거리지 않고
주변의 약한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었는 그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라곤이 이전에 '갈리토의 길' 이라는 영화에서
드니로에게 작살나게 얻어 맞는 양아치였다는 것을 알아 차릴까.
그도 역시 배우인 것이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지만.






앞으로 혹 반지 시리즈 확장판을 구입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메이킹을 보고 영화를 감상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 놓치기 쉬운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가령, 곤도르 병사의 칼 손잡이에는 곤도르 성의 7단계를 상징하는 원이
7겹 새겨져 있다. 병사의 갑옷에는 왕이 없는 섭정의 나라를 상징하는
나뭇잎 없는 곤도르의 나무가 새겨져 있다.
누가 영화를 보면서 이런 장면의 문양을 세부적으로 감상하겠는가 말이다.
아라곤의 즉위식 장면에서는 왕이 '귀환' 했으므로 나뭇잎을 상징하는
문양들로 의상과 왕관을 디자인했다. 이 역시 쉽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아니다. 너무 디테일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을 요소들을 디자인한 모든 사람들의
코피를 감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대 밖의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것을 내가 디자인 했다' 그것 아닐까.

팀웍이 중요하다.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팀웍이라면 더 좋다.
물론 충분한 임금을 지불하면서 인간적 신뢰를 구축한다면 최상일 것이다.
그런 조건에서 영화든 뭐든 여럿이 모여서 동일한 목표의 창조물을
만든다는 것이 멋있지 않은가.
전혀 쌩둥맞은 소리지만 10여년 전에 나는, 석굴암 창건 과정에서
김대성이란 총감독과 노가다들의 관계는 20년 넘는 건축 과정 속에서
어떠 했을까 라는 상상을 했다. 그 과정에 대한 아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animation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동안 김대성과 석굴암에 대한
자료들을 보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집어치우기도 했는데...
내가 그 소재에 집착했던 이유는 뭔가 미친놈 처럼 집중해서 만들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건축물인 석굴암을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석굴암을 만든 것은 김대성이 아니라
함께 했던 많은 석공들이었다는 것이었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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