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r Date : 2005/01/10
2005.1.10



눈발이 흩날리던 지난 토요일 산책을 나섰다.
목적지를 가진 산책이었는데 마침 눈발도 날리고 코끝도 찡한 것이 상쾌한
골목여행이었다.
집에서 동명여고 쪽으로 빠지는 골목길에 목욕탕이 있다.
왜 '100% 수도물 사용' 이라는 문구가 자랑이 되는 것일까?
나만 뭘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일까. 100% 지하수 사용은 봤지만 100% 수도물 사용은 처음이다.
아님, 연신내에 수도물이 귀했던 것일까.
혹시 내가 이사 오기 한해 전에 상수도가 들어 온 것일까.






이 사진은 깨진 사진이다. 꼭 한장씩 깨져서 나온다.
그 중에서 부분을 잘라서 올렸다. 동명여고 큰길 맞은편으로 보이는 담장이다.
항상 저 담장을 볼 때 마다 친구 오순환의 같은 포커스 그림을 생각한다.
높은 담장 아래로 걸어 가는 사람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추운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지고 저 담장은 산동네가 많은 부산의 풍경을 생각나게 한다.
부산을 방문하게 되시면 해운대도 좋고 태종대도 좋지만 돈을 들여서
부산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산복도로 일주를 해 달라고 하라.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생겨 먹었으며 1950년 전쟁 중에 어떻게 만들어진
도시인지 한눈에 알 수가 있다. 만오천원 정도면 될 것이다.
또는 남포동에서 택시를 타고 까치고개를 넘어 고려신학대학을 가자고 해보면
아찔한 곡예운전과 살풍경스러운 부산의 판자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 풍경들이 가장 부산다운 모습이다.






지난 금요일에 은평구로 입성한 한솔로가 입주한 아파트이다.
연신내와 불광동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동네에는 대규모 단지가 없다보니
저 정도면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볼 수 있다.
어디에 살건 제 사는 곳에 대해서 애정을 가질 일이다.
그 동네를 산책하고 익히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실용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어쩌면 몇차례의 '연신내 연가' 라는 글을 통해서 이 동네가 여러분들에게
익숙하고 인상 좋은 곳으로 각인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아니, 그렇기를 바란다. 제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어떻게 누운 잠자리가 따뜻하겠는가.






미성아파트 맞은편으로 시외터미널이 있는데... 그 뒷켠으로 여관 몇개가 있다.
이전에는 보다 더 번성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주요고객들이 북부경기 군바리들이니 말이다.
오늘 여러가지 의문이 참 많다.
저 '장기방' 이란 무엇인가?
장기를 두는 방인가, 장기자랑을 하는 방인가?






말이 시외터미널이지 지선버스 종점 역할을 많이 하고 북부경기로 빠지는 버스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
봄이 오면 낮 시간에 저곳에서 적당한 노선을 골라서 고속버스도 장거리시외버스도 아닌
이상한 버스를 한번 잡아 타고 소풍이라도 가봐야겠다.






오늘 산책의 목적지다.
지난 번 산책에서 보아 둔 '30년된' 순대국집이다.
식당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데... 뭐 여튼 불광동 시장길 따라 100미터 정도
내려가다보면 오른편 골목 초입에 보인다.
'몇년된' 이라는 간판은 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략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팔아왔으니 믿고 먹어달라는 의미 아니겠는가.
지난 번에 지나칠 때 식사시간이 아닌데도 사람이 많이 있길래 그 내공을
짐작은 했다. 이날도 윤진과 나는 오후 2시 30분 경에 늦은 첫끼를 이집에서
해결하기 위해 들어섰는데 식당의 절반은 손님이 차 있다.
식사시간에 오면 줄서는 것은 따논 당상일 듯.
서울에 올라와서 부산의 돼지국밥과 흡사한 순대국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많은 집을 가보지는 않았다. 입맛이란 것이 식습관 문화의 세습이자 연장이라
그런지 여전히 간혹 부산의 돼지국밥이 강하게 생각나는 날도 있지만
서울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집의 순대국. 그렇게 많이 가보지 않았지만 서울에서 먹은 순대국집 중에서 최고다.
배추김치도 고추가루를 아끼지 않았고 무우도 시원하다. 새우도 때깔이 좋고
풋고추와 마늘, 양파도 아삭한 것이 물이 좋은 재료들이다.
이런 스타일의 음식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 윤진이 뚝딱 한그릇을 비워버렸다.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따로국밥이 4,500원이다.
비닐순대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만든 순대와 푹 고아진 고깃살과 내장을
충분히 제공한다. 참고적으로 순대 큰접시가 11,000원이다. 싸다.
은평구기 때문이다. 한솔로는 복받았다. 이런 식당과 10분 거리에 살고 있으니.
나와 윤진은 이번 겨울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이 집을 이용할 것 같다.
참고적으로 상윤이는 순대국밥은 먹지 않는다. 아랫것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그는 창동에 산다.






좋은 식당을 발견한 날은 아주 기분 좋은 날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쓰나미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불광시장 밑둥을 돌아서 골목길로만 연신내로 돌아온다.
낡은 적산가옥 골목이 나타난다.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골목이지만
이상하게 누추한 삶들을 사진의 소재로 담는 것이 이날은 그렇게 편치 않았다.
오죽했으면 어느 철거촌 입구에 '사진촬영 금지' 라는 팻말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문종석으로부터 들었다. 당사자들에게 절박한 삶의 단면이
'리얼리티' 라는 만병통치 처방전을 가진 디카족들의 눈에
좋은 소재의 흑백 다큐멘터리 스틸로만 존재하니 그 사진 아래
몇 줄의 현실을 아파하는 시화전류의 글들을 달아 두고 감상하는 것이
그렇게 곱게만 보이질 않는다. 나 역시 그런 우를 범하지만 말이다.
낡고 빈곤한 것이 주는 처연한 美감은 명백하게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들이 사진을 거부하고 항의할 힘을 가지지 못한 집단이라는
명백한 '리얼리티' 또한 우리들이 그런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한다.
마치 80년대 감독들이 술집이야기를 주로 다룰 수밖에 없었던 것과 같은 비겁함이다.

그러나... 이 아저씨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들이나 딸이 아이디어를 내었을까. 나만 처음 보나.
요즘은 다 이렇게 하나. 여튼 그 골목길에 붙은 이 스티커를 찍는 내 입이 히죽거린다.






이사 와서 느끼는 것은 연신내 쪽이 눈의 양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같은 날 서울시내 다른 곳의 적설량보다 항상 못하다.
어떤 지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인데... 분지형태라 그런가...
무악재가 눈을 막아설 만큼의 높이도 아니고, 북한산이 가로 막나.
여튼 집 앞에 당도했는데 눈발이 그제사 사진에 담아도 보일 정도로 날린다.
양을 불문하고 아이들은 즐겁다.
집앞 골목길에 몇몇 녀석들이 '눈이다!'를 외치면서 이리저리 뜀박질이다.
나도 잠시 멍하니 곧 그칠 것이 분명한 눈을 바라보고 섰다.
출퇴근 다그치는 사장은 없지만 나름으로 파고 앉아서 하는 일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지 전에 내일은 좀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보자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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